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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에 나오는 첫 물 정구지(부추)는 약이라고 그러더군요
봄에 나오는 첫 물 정구지(부추)는 약이라고 그러더군요 ⓒ 이승숙
"여보, 주꾸미랑 삼겹살이랑 같이 두루치기 한번 해 볼래?"
"아이 여보, 그거 자신 없는데…. 당신이 좀 하면 안 되나?"
"그래요 아주버님, 아주버님이 해주시는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해주세요."

나랑 동서가 애교 섞어서 부탁하니 우리 신랑 팔 걷어붙이고 나섭니다. 일류 요리사는 다 남자라잖아요. 우리 집만 봐도 그래요. 남편이 한 번씩 대충 뚝딱 요리해 주는데 맛이 진짜 좋습니다. 대충대충 하는 거 같은데 먹어보면 입에 짝짝 붙습니다.

삼겹살 주꾸미 두루치기 하는 걸 보니까 이렇게 하더군요. 먼저 삼겹살을 속 깊은 프라이팬에 넣고 마늘을 듬뿍 넣어서 같이 볶습니다. 그러면서 주꾸미를 다리만 숭덩숭덩 잘라서 넣고 같이 들들 볶습니다. 그러고 또 보니까 고추장 좀 넣고 된장을 반 숟갈 정도 살짝 넣더군요. 그리고 간은 조개젓을 넣는 거 같았어요.

붉은 고추랑 푸른 고추를 숭숭 잘라서 넣고 양파랑 파도 툭툭 대충 잘라서 넣고 그리고 들들들 볶아서 주는데 우리는 밥숟가락이 안 보이도록 퍼먹었습니다. 배불리 밥 먹고 또 주꾸미 대가리를 푹 데쳐서 술안주로 먹었어요. 속에 알이 꽉꽉 차있더군요.

'봄미나리  살찐 맛을 님에게 보이고져...' 라는 옛 시조가 있었지요
'봄미나리 살찐 맛을 님에게 보이고져...' 라는 옛 시조가 있었지요 ⓒ 이승숙
우리 시집은 아들 형제가 많은데 다들 공부하느라 일찍들 집을 떠나 각자 생활해서 형제간에 끈끈한 정이 붙을 새가 없었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우리 남편이 저더러 그러더군요.

"여보, 당신이 힘들겠지만 동생들이랑 같이 살자. 그래야 동생들이랑 정을 만들지."

그래서 시동생들 3명 다 데리고 몇 년 같이 살았어요. 맨 막내 시동생은 대학 들어가면서부터 우리랑 같이 살았어요. 그러다가 군대 갔다 오고 졸업하고 취직해서 지방으로 발령나서 솔가했지요. 막내 시동생 떠나 보낼 때 참 많이 서운하더군요. 그리고 위에 두 시동생은 결혼과 함께 차례로 우리를 떠났고요. 그렇게 여러 해 동안 같이 살아서 그런지 나이들을 먹으니까 다들 정을 많이 씁니다.

한 번씩 옛날을 생각해 볼 때가 있어요. 지금 다시 그렇게 살라면 과연 내가 살 수 있을까 싶어요. 그때는 어려서 뭘 모르니까 같이 살았지 지금 같으면 아마 꾀를 내서 안 살았겠지요. 하지만 부대끼며 살던 그 세월이 있어서 지금의 우리 형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못난 형수지만 그래도 형수를 아껴주고 챙겨주는 그 밑바탕엔 그날들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큰아들 생일이라고 시댁에서 어머님이 떡을 해서 보내주시고 일본에 주재원으로 나가있는 시동생도 전화해 주었답니다. 그리고 가까이 사는 시동생은 고기랑 술이랑 케이크를 사들고 찾아와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랬어요. 뿌린 만큼 거둔다더니 우리는 뿌린 거 이상으로 거두고 있습니다. 참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어머님이 보내주신 경상도 마구썰기 은배떡입니다
어머님이 보내주신 경상도 마구썰기 은배떡입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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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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