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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촉촉이 젖은 청딱다구리의 모습
봄비에 촉촉이 젖은 청딱다구리의 모습 ⓒ 하호-이병우
삼림지구 안에 들어오자 어디선가 청딱따구리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이는 사이 반대편에서 찾아오는 요란한 새소리. 높게 솟은 나뭇가지 사이로 '푸드득' 날아가는 직박구리가 보였다. 삼림지구를 벗어나자 드디어 청딱따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에 촉촉이 젖은 청딱따구리 머리가 쌍안경 안으로 뚜렷이 들어왔다. 인간은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이라는 인조물이 필요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떤 부속물도 필요 없는 듯하다. 자연이 그들을 젖게 하고 또 마르게도 한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직박구리
요란한 소리를 내는 직박구리 ⓒ 하호-이병우
습지지구 관찰로위를 걷다가 뒤쪽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부모님과 공원을 찾은 아이는 습지위에 손을 내저어 무언가를 잡으려고 했다. 가만히 아이의 행동을 들여다보니 손에 작은 물병이 쥐어져 있었다. 올챙이를 잡으려는 모양이다. 아이의 물병 안으로 들어가 어디선가 버려질지도 모르는 올챙이 생각을 했는지 회원 하나가 ‘올챙이 잡으면 안돼~’라고 아이를 타일렀다. 하지만 아이는 들은 척 만 척 황급히 뛰어가 버렸다.

어릴 적 올챙이를 잡고 비닐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던 기억이 떠올랐다. 현관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꺼내다가 비닐봉지를 떨어뜨렸다. 밑으로 떨어지며 찢어진 비닐봉지. 그리고 물기로 흥건히 젖은 바닥위에서 파닥거리던 올챙이. 그 다음에 올챙이를 어찌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조금 느꼈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은 아닐까.

간혹 가을이 되면 곳곳에서 날아다니던 잠자리를 잡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생물시간에 했던 개구리 해부 실습. 호기심으로 지렁이를 밟아 터뜨리던 같은 반 남자아이들의 장난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기억. 문득문득 꺼내보는 추억 속 장면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그때는 그저 일상의 작은 풍경이었을 뿐이다. 잠자리채는 어느 문구점에 가도 살 수 있는 흔한 자연 학습물이었다. 작고 보잘것없는 지렁이가 자연 생태계를 정화시키고 기름진 흙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렁이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을 그때는 왜 하지 못했을까.

생태공원안 저수지에서 발견한 흰뺨검둥오리
생태공원안 저수지에서 발견한 흰뺨검둥오리 ⓒ 하호-이병우
저수지지구에 도착하자 물 위에 떠 있는 흰뺨검둥오리가 보였다. 그리고 옆에서 헤엄치고 있는 쇠오리 2마리. 작년 가을에는 보지 못했던 녀석들이다. 오랜 가뭄을 말끔히 씻어 내리는 봄비 덕분에 오리들은 더욱 뚜렷하고 맑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반가운 마음인데, 비에 젖는 것 따위가 문제될 것이 있으랴!

봄비 내리는 저수지의 풍경
봄비 내리는 저수지의 풍경 ⓒ 하호-이병우
길동 생태공원은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야외 관찰대가 마련되어 있고 자연 생태계의 생물을 직접 관찰, 체험할 수 있게 조성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해야 하고 주차장이 좁으며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제껏 너무도 편리함만을 추구해 오지 않았던가. 한걸음 양보하고 약간의 불편을 감소한다면 자연이라는 풍성한 세상을 만끽할 수 있다. 수억 년의 시간을 거쳐 이루어진 자연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작품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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