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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원 기자] 체내형 생리대 '탐폰'을 사용하는 여성들이 외통이 질 안으로 들어가거나 실이 빠지는 등의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과 제품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탐폰 제품 안에 설명서가 있음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사용방법과 주의사항 등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성 관련 커뮤니티에는 탐폰을 사용하다 사고를 당한 여성들의 항의와 대처방안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탐폰은 질 내로 들어가는 흡수체와 흡수체를 몸속에 넣기 위해 사용하는 외통과 내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고를 겪은 여성들은 "몸 밖으로 나와야 하는 외통이 질 내로 들어가거나 흡수체를 빼낼 때 사용하는 실이 흡수체로부터 분리되는 바람에 질 속으로 들어간 흡수체를 꺼내지 못해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다"고 토로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설명서에 위험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제품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요구다. 제약회사 측은 "제품 사용설명서는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으며, 제품을 사용하다 사고를 당했을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차원에서 교통비와 병원 치료비를 보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탐폰' 자칫하단 몸 상한다
알아보지 못하는 설명서 "어떻게 사용하라구요"

제품 주의사항·사용법등 제대로 기재 안돼 사고 위험

미국에 살고 있는 K(17)씨는 지난해 7월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수영장에 가기 위해 처음으로 D제약의 탐폰 제품을 사용했다가 우울증까지 앓는 사고를 당했다. 사용서의 설명대로 흡수체를 밀어 넣은 뒤 내통과 외통을 제거하려고 했으나 내통만 나오고 외통이 질 안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불안한 마음에 들어간 흡수체를 빼고 새 것으로 다시 삽입을 시도했지만 또 다시 실패, 질 속에 외통이 2개나 들어갔다. K씨는 통증이 심해서 앉거나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돼 산부인과에서 외통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K씨의 사고에 대해 업체 측에서는 "진료비는 지원하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K씨 가족은 전했다. 결국 미국으로 돌아간 K씨는 우울증과 불면증까지 겪었다. 미국에서 K씨과 함께 있는 어머니 배모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딸아이 성적이 작년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다"며 "정신적인 충격이 쉽게 가라지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체내형 여성생리용품인 '탐폰'을 사용하다 K씨처럼 사고를 겪은 여성들의 사례는 여성 관련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pplejun23'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여성은 템포를 처음 사용한 날 외통이 질 안으로 들어가자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밖으로 빼려고 손까지 집어넣어서 시도해봤는데 플라스틱이 제 뼈에 걸려서 안 나와요. 방법이 없을까요?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의 질문에 탐폰을 사용해본 여성들은 "빨리 산부인과 가세요. 괜히 혼자 건드리면 질에 상처 생깁니다", "진료비가 많이 비싸지는 않을 테니 우선 치료를 받으세요"라고 치료를 권유하는 답글이 이어졌다.

'urdane'라는 아이디의 한 여성은 "앞으로는 운동할 때 등 긴급 상황에만 쓰시고 병원에 가서 외통을 제거하세요. 또 흡수체에 연결되어 있는 실이 끊어져 탐폰을 몸 밖으로 꺼낼 수 없거나 잘못 집어넣어 병원을 찾는 여성들도 많으니 자세한 상담을 받아보세요"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탐폰이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고 설명서가 있음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사용방법과 주의사항 등이 명확하게 기재되어있기 않기 때문이다. D제약의 탐폰 제품설명서 앞면에는 "외통의 4cm까지 삽입하시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외통이 몸속으로 몇cm 들어갔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K씨 역시 설명서대로 탐폰을 이용했으나 "흡수체를 삽입한 후 반드시 내통과 외통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의 문구가 없어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또한 사용 방법 중에 "탐폰을 손잡이 부분 직전까지 외통을 살살 돌리면서 깊게 삽입하십시오"라고 적어 놓았지만 외통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라는 문구는 없다. 또한 외통과 내통의 밀착력이 약해 외통만 질 내로 삽입되는 사고가 나지 않도록 외통과 내통의 밀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이다.

K씨의 이모 배모(38) 약사는 "예전부터 탐폰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는데, 조카 사고 후 D제약에 직접 설명서 수정을 요청했다"면서 "제대로 만들지 않은 제품을 판매했으면서도 사고를 사용자 부주의로만 돌리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배 약사는 이어 "수정 요청 후 설명서가 보완되었으나 제약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으며,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피해자의 후유증에 대한 문의조차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D제약 소비자상담실 허남철 차장은 "소비자 요청에 따라 제품설명서에 대한 수정은 계속 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도 수정할 계획"이라며 "제품을 사용하다 사고를 당했을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차원에서 교통비와 병원 치료비는 보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외국에선 - 사고예방대책·사용법 상세히 설명

미국, 부작용 기재 누락 땐 판매금지 처분

탐폰은 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생활필수품이고 조금만 미숙하게 다루어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고예방 조치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약품 판촉물에 부작용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촉물 금지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미국 보건당국은 존슨앤드존슨사의 간질약 토파맥스(Topamax)의 특정 판촉물이 "약품 사용과 관련해 고열이 나고 땀 생성이 적어지는 등의 부작용 정보를 빼놓았다"는 이유로 사용 즉각중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박혜신(안양, 38) 약사는 "약국이 아닌 일반 상점과 편의점, 대형 할인마트에서 탐폰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은 부족한 설명서만 따라하다 사고를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나 여러 기관에서 이뤄지는 성교육 시간에 탐폰의 사용 방법과 그로 인한 위험성을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손봉희 활동가는 "현재 설명서가 예전에 비해서 보기 쉽게 수정되고는 있지만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대처 방법, 부작용 등에 대해 더 명확하게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채혜원 기자

체내 생리용품 탐폰은

여성들이 사용하는 생리대는 속옷에 착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인 '패드'와 질 내에 삽입하는 방식의 체내용 여성생리용품인 '탐폰'으로 나누어진다. 탐폰은 둥근 원통형의 부드러운 흡수체가 질 내로 들어가 수영과 조깅 등 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한다.

또한 질 내에서 직접 흡수하므로 생리혈이 새거나 공기와의 접촉으로 발생하는 냄새가 없는 것이 장점. 약국, 슈퍼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탐폰으로는 동아제약의 템포, 보령메디앙스에서 수입하는 플레이텍스, 쏘피의 소프트탐폰, 일동제약이 수입하는 유기농 탐폰 나트라케어 등이 있다.

ⓒ 우먼타임스
탐폰은 외통과 내통이 나누어져 있고, 외통 안에 질 내로 들어가는 흡수체가 들어 있다. 사용 시에는 외통까지만 몸속에 넣었다가 내통을 외통 안으로 밀어넣는 방식으로 흡수체를 질 안으로 삽입한다.

이때 흡수체만 질 내에 남게 되고 외통과 내통을 함께 몸 밖으로 제거하게 되어 있다. 흡수체는 1일 2회 이상, 개인의 생리혈 양에 따라 교체하는데 교체 시에는 흡수체에 붙어있는 실을 이용해 밖으로 빼낼 수 있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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