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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이 특이한 버드나무가 있어 눈 여겨 봤는데 어느새 꽃을 피우고 연한 새잎이 돋았다.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고 사전을 찾아보니 나무의 이름은 용버들이라고 한다.
버드나무는 국내에만 해도 1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는데 이중에서 가장 특이한 나무가 바로 용버들이다. 용버들의 가지들은 온갖 구불구불 쇼를 하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용버들의 별칭이 '파마버들'이라고 하니 그 구불구불한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용버들은 멀리서 보면 마치 화난 메두사의 머리처럼 보인다. 구불구불한 가지들이 마치 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나무의 줄기는 어렸을 때부터 이미 구부러지면서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작은 가지를 보면 녹색실뱀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용버들인 모양이다. 하지만 용버들 보다는 뱀버들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 모양만 봐서는 말이다.
용버들의 가지는 서로 꼬고 자라는 습성을 있어 뱀이 교미를 하듯이 꼬여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 나무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찌 저렇게 꼬여 있을 수 있을까? 마치 세상사는 모습을 반영이라도 한 듯 잔뜩 꼬여있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이나, 정경유착의 모습을 닮아 저렇게 꼬이고 꼬여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용버들은 아무리 꼬여 있어도 위로 자란다. 혼란스럽게 꼬여 있지만 그 근본이 자신의 성장과 위로 향하는 욕망에 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경쟁을 최고로 여기고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인생이 꼬이든 말든 자기만 위로 가면 된다는 것과 닮아있어서 그 나무 앞에 서면 세상교과서를 보는 듯하다.
용버들을 아무리 반듯하게 자라게 만들려고 해도 그 나무의 본성을 억제할 수 없기에 결국은 꼬이게 된다. 구불구불한 용버들을 반듯하게 펼 수는 없으니 보기 싫으면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나무를 잘라 버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반듯하게 자라는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한다.
꼬이고 꼬인 세상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근본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듯이 말이다. 얼마 후면 나무를 다시 심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부디 반듯한 나무를 골라 심어서 꼬인 세상이 조금이라도 반듯해 졌으면 좋겠다.
잠깐, 그렇다고 용버들을 싫어할 필요는 없다. 용버들이야 자기 본성대로 자라는 것일 뿐 사람을 보라고 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