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한국계 미국프로풋볼리그(NFL) MVP 스타인 하인즈 워드의 한국 방문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한국내 국제혼 가정과 2세들의 차별대우와 소외된 삶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장이 '한국인의 사랑에는 색깔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편지를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는 편지 머리말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고 한국인도 바뀌고 있다"며 "그동안 많은 국제혼 가정과 2세들은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불편 속에 눈물을 삼켜야 했는데 이제 그러한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 의장은 "아울러 순혈주의적 뉘앙스를 풍기는 '혼혈인'이라는 단어도 사라져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내적으로 한층 성숙하고 세계 속의 한국으로 나아가려면 순혈주의적 태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 의장은 하인즈 워드 선수가 어머니 김영희씨와 함께 입국하는 장면에서 "마치 석굴암의 '금강역사'가 살아서 걸어오는 것 같았다"며 "그는 강인한 한국인상 그 자체였고 천년 전 조상들의 혼이 밴 돌조각에 예언되어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우리의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덧붙여 정 의장은 "우리 사회의 국제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이 피부색이나 외모와 상관없이 똑같은 한국인으로서 아무런 스스럼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국민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
한국인의 사랑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인도 바뀌고 있습니다. 국제혼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전체 혼인건수에서 국제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13.6%였으며, 30%가 넘는 지역도 23곳이었습니다. 오는 2020년에는 신생아 3명 가운데 한 명이 국제혼 가정 출신일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많은 국제혼 가정과 2세들은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불편 속에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이제 그러한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아울러 순혈주의적 뉘앙스를 풍기는 혼혈인이라는 단어도 사라져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내적으로 한층 성숙하고 세계 속의 한국으로 나아가려면 순혈주의적 태도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나 자신과 세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제 미국의 프로풋볼리그 MVP 하인즈 워드 선수가 어머니 김영희씨와 함께 입국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마치 석굴암의 금강역사가 살아서 걸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강인한 한국인상 그 자체였습니다. 천년 전 조상들의 혼이 밴 돌조각에 예언되어 있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의 굵은 근육과 밝은 미소는 우리들이 안주하고 있던 단일민족신화의 테두리를 녹였습니다. 주변부로 여겨지던 국제혼 2세들을 당당한 한국인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영웅입니다.
하인즈 워드 선수뿐만 아니라 인순이, 다니엘 헤니 등 모든 국제혼 2세들의 성공 스토리를 우리 국민 모두의 값진 자산으로 삼읍시다. 혈통을 기준으로 무엇이 더 한국적이고 덜 한국적인지를 나누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고대로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에 걸쳐서 짧지 않은 국제혼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21세기를 맞이하여 '한국적'이라는 것은 국제적이고 개방적이라는 것과 동의어가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우리 사회의 국제혼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이 피부색이나 외모와 상관없이 똑같은 한국인으로서 아무런 스스럼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우리 국민 가운데 누구도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거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소수자로서 사회로부터 더 많은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국제혼 가정과 그 자녀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과 차별대우를 없애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 열린우리당이 앞장서겠습니다. 하인즈 워드 선수의 입국을 계기로 우리들의 닫혔던 눈이 활짝 열리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서 전국의 국제혼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 4. 5 열린우리당 당의장 정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