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승리결의대회에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볼썽사나운 풍경이 연출됐다. 그 주인공은 김재균 우리당 광주광역시당 위원장. 광주시장 후보 출마의사를 밝힌 그는 전략공천이냐, 경선이냐, 경선이면 어떤 방식이냐, 때문에 즐겁지 못한 것 같았다.
결의대회는 사실상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의 입당식이었다. 정 의장은 조 전 실장에 대해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조영택 전 실장의 역할과 능력은 눈부셨다"면서 4일 조 전 실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환담을 소개하며 "누가 과연 투명한 광주지방정부를 만들 수 있는가"라고 환영사를 가름했다. 미묘한 마무리였다.
이어 조 전 실장은 A4 5장으로 된 '출마의 변'을 읽으며 '공약'을 밝혔다.
김재균 위원장은 조 전 실장에게 환영의 꽃 다발을 안겨주고 함께 포옹도 했지만 "환영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환영사는 조 전 실장을 겨냥한 '연설'로 채워졌다. 그는 시중 여론을 언급하며 "'문화시장'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진 저와 과거 세력의 대표격인 박광태 시장과 싸울때 '누가 이길까'라는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면서 "늘 깨끗하고 모범적인, 전국적으로 성공적인 모범을 만든 김재균이 이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6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불패의 신화' 김재균"이라며 "조 전 실장이 대안을 많이 말했지만 모두 시당에서 논의한 것"이라고 핀잔을 줬다. 특히 그는 "창의적이고 실천적인 공약을 제시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 대해 한 당원은 혀를 찼다. "무슨 경선장도 아니고 사람을 영입하는 입당식에서 헐뜯기나 하면 되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참석자들이 머리를 긁적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입당하는 날, 핀잔만 준 것은 시당 위원장으로서 속이 너무 좁다는 소릴 듣을만 했다.
조 전 실장, '양탄자'만 기대하나
조 전 실장은 '전략공천'을, 김 위원장은 '경선'을 바라고 있다. 조 전 실장은 입당식 이후 '경선 수용'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만 친 채 급하게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하지도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우리당이 출마를 권유해 국무조정실장을 사퇴한 만큼 전략공천을 해줘야 한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최대한 양보를 한다면 "100% 시민여론조사" 방식까지는 생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것도 '자신의 적극적' 의사가 아니고 "중앙당이 결정하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나를 모셔왔으니 중앙당에서 알아서' 조치해 달라는 것이다. 지역 국회의원과 당내에서는 전략공천을 해야하는 기류와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충돌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일게다. 때문에 그는 '환영사'를 쉽사리 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원 50%-시민 50%' 여론조사까지는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 전 실장은 전략공천에 마음에 두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조 전 실장의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은 일명 '양탄자론'을 거론한다. 어떤 변수도 없이 자신이 갈 길에 양탄자를 깔아줘야 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개의 경우, 관료 출신들이 선거전에 뛰어들 때 이런 비아냥이 나오곤 했다.
조 전 실장 역시 자신을 위한 '양탄자'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5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강금실 전 장관은 후보경선과 관련 "당연히 후보로 나오는 분이 있다면 경선을 거쳐야 한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시민들께 보여줄 공약을 다듬어가고 볼륨을 풍요롭게 한다면 더 좋다"라고 밝혔다.
조 전 실장이 강금실 전 장관처럼 할 수 없는지. 물론 조 전 실장과 강 전 장관의 여러 정치적 상황과 대중 인지도 등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통큰 생각을 할수는 없을까, 아쉬운 점이다.
중앙당, 공천 방식 명확히 해야
이와 관련 양형일 의원은 "전략공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언급을 하고 있고, 강기정 의원과 염동연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략공천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5일 열린 중앙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조배숙·김두관 최고위원은 "아름다운 경선"을 강조하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보태는 모양새를 보였을 뿐 아직 공천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 계파간 기싸움 양상으로 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염동연 의원은 "광주시당 위원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기득권 안에서 출발 자체가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경쟁의 울타리에 상대를 가두려 하고 있다"면서 "외부에서 영입된 후보는 특권적 지위와 대우만을 고집하며 우리당의 창당정신과 당원들을 무시하고 폄하하고 있다"고 함께 힐난했다. 두 예비후보가 되짚어봐야할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당 중앙당은 빠른 시일내에 공천방식을 결정해 더 이상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두 예비후보 역시 통 좀 키워서 광주시민에게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