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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반(反)시설-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7일, '반(反)시설-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김지숙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상임대표 임통일) 반시설정책기획단은 7일 오전 11시 국회 헌정기념관 1층 회의실에서 '반(反) 시설-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설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우리나라 시설의 현황 공유 ▲탈시설화의 정당성 ▲탈시설화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와 정책 당국의 관심 유도 ▲독립생활 운동의 활성화 ▲반시설 운동의 가능성 등 전반적인 장애인 시설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고자 개최된 것.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가 주제발제를 맡았으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부설 자립생활연구소 전정식 소장, 장봉혜림재활원 임성만 원장,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이 각각 토론을 맡았다.

장애인 생활시설의 역사, '노동·노역의 착취, 사육의 공간'

이날 주제발제를 맡은 대구대학교 조한진 교수
이날 주제발제를 맡은 대구대학교 조한진 교수 ⓒ 김지숙
조한진 교수에 따르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거주시설은 유럽에서 16세기에 장애인에 의해 나타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한센병인을 감금한 것이 격리 시설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것의 최초이며 주로 정신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시설이 근간을 이뤘다.

서양의 경우 1960년대 후반까지 거주자 노동 또는 노역의 착취가 정신장애인 시설과 지적장애인 시설 모두에서 보편화되어 있었으며 방은 자물쇠로 채워지는 등 시설은 인간을 위한 장소이기보다 동물을 사육하는 병원처럼 조직화되었다.

이러한 시설에서의 장애인 격리 정책은 집단 정체성의 발전을 촉진하여 종국에는 정치적인 행동을 야기해 시설 생활인의 권리에 대한 논의들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였으며 1950년대 탈시설화(deinstitunalization) 과정에서는 정신장애인의 노숙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 미국에서는 지적장애인 시설을 개혁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졌으며 시설의 자원을 지역사회 서비스 활동으로 재분배하려는 노력의 결과 현재 대부분의 공립시설이 폐쇄되었다.

또 조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956년 지체부자유자 갱생시설, 신체장애자 시설 등을 시작으로 현재 시설은 장애인생활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1982년 시설 입소정원을 '30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하였으며 이후 '10인 이상'이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했으나 '이상' 이라는 규정 때문에 대형화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시설은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는 태생적 한계 지녀'

우리나라 장애인생활시설 중 신고시설의 수는 265개로 1만9668명(2005, 보건복지부)이 생활하고 있으며 미신고 시설의 수는 392개이고 생활자 수는 7371명(2004, 보건복지부)으로 신고시설의 경우 2004년까지 감소하는 듯 했지만 이듬해 31.9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장애인 생활시설에 ▲시설생활자의 서비스 질 저하 및 관리 미흡 ▲시설운영의 비효율성 ▲입·퇴소 절차의 부적절성 ▲시설에 대한 지방 정부의 감독 미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교수는 "우리나라 장애인 생활시설의 경우 무엇보다 생활인의 인권이 경시되기 쉽다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시설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과 장애인의 인권 보호, 권리 옹호를 위해 ▲시설생활인과 이용자를 위한 권리옹호 시스템 도입 ▲시설의 사회화 ▲생활인들을 지역사회에 기반한 환경으로 이주시키는 탈시설화 ▲자립생활 운동 등을 제안했다.

특히 자립생활은 탈시설화에 의해 시설을 퇴소한 장애인이 거주할 곳을 잃어 '노숙'의 상태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시설 문제,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야'

이어 자립생활연구소 전정식 소장은 "시설이란 여러 수준의 사회와 당사자들에 의해 선택된 시설이라는 실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설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을 맡은 자립생활연구소 전정식 소장, 장봉혜림재활원 임성만 원장,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왼쪽부터>
이날 토론을 맡은 자립생활연구소 전정식 소장, 장봉혜림재활원 임성만 원장,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왼쪽부터> ⓒ 김지숙
전 소장은 이를 위해 ▲활동보조서비스의 제도화 ▲지역사회 내 주거공간 확보 ▲자원을 직접 소비하는 당당한 소비자로서의 권리 확보 ▲자립생활센터의 제도적 기반 확보 등이 수반되어야 함을 제시했다.

장봉혜림재활원 임성만 원장은 "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설'에 대한 정의와 '시설'의 문제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적절한 주거생활 지원과 경제적 보장이 선행된 자립생활 지원을 통해 시설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인 '시설' 문제를 '이동권 투쟁'과 같은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탈시설화' 해나가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은 "장애 이슈가 사회적 의제로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탈시설화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며 "나아가 모든 조직을 망라하는 강력한 '반시설 연대'를 만들어 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시설'은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 등의 문제뿐 아니라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시설' 자체가 문제라는 논의와 반(反) 시설 운동을 통해 '탈시설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정부가 장애인 생활시설에 760억 이상의 막대한 예산(반면 자립생활지원 사업비는 15억원)을 편성해 시설을 신·증축 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탈시설화를 위해 '반시설 연대'를 조직해 싸워나가자는 논의가 이루어져 향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www.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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