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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혁이도 언젠가 어른이 되겠죠?
ⓒ 박미경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한 번씩은 가져봤을 것이다. 아이가 어서 자라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 밖에도 나가고, 혼자 놀이터도 가고, 혼자 자전거도 타고, 혼자 친구네 집에도 놀러갔으면 하는 바람들을.

하지만 아이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음 한구석에는 아이와 더욱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도 그만큼 많이 쌓여간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까?

혜준이와 강혁이가 자라면서 엄마랑 혹은 아빠랑 같이 가야만 하던 놀이터를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왔을 때는 정말 아이들을 다 키운 듯 대견했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씩씩하게 나가서 놀다오는 모습이 어찌 그리 대견하던지. 그 아이들이 조금 더 지나니 혼자 상점에도 다녀오고, 혼자 친구집에 갔다 오고, 혼자 통원버스를 타고 어린이집에 가더니 이제는 혼자 학교에 간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있던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아이는 엄마랑 아빠랑 같이 하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는 시간이 많아져 있었다. 친구들 손을 잡고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친구들과 학원에 가고. 어느 순간 아이가 엄마 아빠와 있는 시간보다 세상 속에서 어울리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 개구장이 강혁입니다.
ⓒ 박미경
월드컵 열기가 한국을 휩쓸던 2002년 5월에 태어난 막둥이 남혁이, 막내라서 그런지 언제나 아기 같기만 하고 어린아이에서 절대로 안 자랄 것만 같던 녀석이 오늘 혼자서 어린이집 통원버스를 탔다.

어린이집 버스시간에 맞춰 아이와 함께 1층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하니 아이가 갑자기 "엄마! 엄마는 타면 안돼! 나 혼자 갈 거야"하고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렸다.

이제껏 한번도 남혁이 혼자 엘리베이터에 탄 일이 없었기에 하나하나 줄어드는 엘리베이터 숫자를 보는 내 마음이 무척 초조해졌다. 혼자서 잘 내려갈 수있을까 하는 걱정에 9층에서 1층으로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시간이 마냥 길게 느껴졌다.

잠시 후 복도 창문을 통해 현관 입구에 모습을 보이는 녀석을 확인하고 계단을 이용해 1층까지 단숨에 달려 내려갔다. 그런데 1층에 도착한 순간 그 사이 통원버스가 오고 나는 차에 오르는 아이의 뒷모습만 봐야 했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가 나를 보더니 하는 말, "애기가 씩씩해요. 혼자 걸어오더니 버스 오니까 타고 가던데. 엄마 어딨냐고 물으니까 이제부터는 나 혼자 다닐 거예요 하던데?"하며 웃어준다. 한편 장하고 한편 대견했다.

우리 아이들은 잠잘 때면 꼭 엄마품을 파고든다. 한 놈은 엄마 귓볼을 잡고, 한 놈은 엄마 목 부분 옷자락을 잡고. 막내녀석은 엄마를 양손으로 꼭 안고 잔다. 누나랑 형에게 엄마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졸리면 이불 위에 가서 베개 베고 코~~ 잤으면 좋으련만 녀석들은 꼭 잠을 잘라치면 기어이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

▲ 혜준이는 때로는 동생들이 귀찮대요.
ⓒ 박미경
누구는 아이들이 웬만큼 컸으니 자기 방에 가서 혼자 자도록 하라며 11살, 8살, 5살씩이나 된 아이들이 아직도 엄마타령이냐고 야단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도 엄마품을 파고들고 엄마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나는 감사하다.

학교, 학원, 어린이집에 다녀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학교 숙제하랴 학원 숙제하랴, TV보랴, 컴퓨터하랴 이리저리 시간을 쪼개 쓰는, 어떤 땐 엄마아빠보다 더 바쁜 아이들이 그 시간이라도 오매불망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고 하니 어찌 보면 고맙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엄마아빠와 나들이 가기 싫어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라도 할라치면 새벽별을 보며 학교에 갔다가 저녁별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도 얼마 후면 '별보기 운동'의 선봉에 서서 엄마아빠와 얼굴을 마주칠 시간도 없을 것이다.

어쩔 땐 아이가 어서어서 자라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 뻥튀기 기계에 넣고 뻥하고 튀겨서라도 어서어서 자라서 어른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이가 안아달라, 업어달라, 놀아달라고 보채는 시간이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 품 속에 있는 시간은 사실 그리 얼마 되지 않는다. 아이는 어느 순간 업어달라는 말도 안아달라는 말도 놀이터에 가서 같이 놀자는 말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아빠랑 뽀뽀하는 것은 물론 안아주고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 주는 것도 싫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아이가 엄마아빠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매일매일 안아주고 업어주더라도 팔십 평생 우리가 잠자는 데 할애하는 시간보다도 훨씬 적은 시간이다.

▲ 남혁인 지난주에 이마를 3바늘을 꿰맸습니다.
ⓒ 박미경
아이가 안아달라고 할 때 안아주고, 업어달라고 할 때 업어주고, 놀아달라고 할 때 놀아주면서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엄마아빠의 시간을 내어주면 어떨까?

지금은 엄마아빠가 최고라는 아이들, 엄마아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아이들이 자라서 홀로서기를 하는 시간이 되면 우리는 오히려 어른이 된 아이들에게 놀아달라, 함께 있자며 보채야 할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엄마아빠의 품을 떠나 그리운 사람으로 다가올 우리 아이들이다. 지금 이 순간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놀아주고 안아주고 사랑해 주자.

마냥 아기인 것 같던 남혁이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훌쩍 어린이집으로 간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이제 엄마아빠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다 키웠다는 기쁨보다는 남혁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일이 줄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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