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동-박형준' 조가 또 한 건을 터뜨렸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과 박형준 의원은 지난 1월 경기도 지사 경선과 관련해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던 김문수 의원과 남경필 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성공시킨 데 이어, 오세훈 전 의원의 서울시장 경선출마도 이끌어냈다.
박계동 의원은 본인이 서울시장 후보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이면서도 '후보영입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라는 당내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이를 놓고 "여론조사 결과가 신통치 않자 사퇴명분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고, 그의 참모들은 지역에 선거운동을 내려가서도 "영입 얘기하면서 자기를 후보로 뽑아달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또 "박계동 의원이 무슨 대표성으로 영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박계동 의원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영입문제를 계속 제기했고, 지난 4일에는 "영입이 성사단계에 와 있다"며 "지도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후보영입이 성사되면 경선에서 물러나 영입 후보의 경선을 돕겠다"고 했다.
이 기자회견 직후 언론의 관심이 오 전 의원에게 집중됐고, 한나라당내 소장파 그룹인 수요모임(새정치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형준 의원은 사전에 박계동 의원과 수 차례 논의를 했으며, 방송출연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결과가 정계개편의 기폭제가 될 것" "오 전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등의 발언으로 분위기를 달궈왔다.
그는 이미 지난해 8~9월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과 함께 오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 나섰으나, 오 전 의원이 마지막에 출마를 포기해 무산된 바 있다.
사적으로는 오 전 의원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이기도 한 박형준 의원은 지난 6일과 7일 연이어 남경필 의원, 정병국 당 홍보기획본부장, 김명주·이성권·진수희 의원 등과 함께 오 전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해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17대 불출마가 희생이라면 이번에도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 좌고우면하지 말고 서야 한다"고 압박해 결국 오 전 의원의 결심을 얻어냈다.
오 전 의원이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고,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최소한 강금실 바람 확산을 제어하는 효과를 냈다는 점은 인정받는 분위기다.
'중도개혁세력으로 중원잡기', 지방선거가 시발점
박계동·박형준 의원과 남경필 의원 등은 '중도개혁세력 중심론'에 뜻을 같이 해왔다.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중심이 영남보수세력으로부터 중도개혁세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7월 예정인 당 대표와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중도개혁세력이 당의 얼굴을 비롯한 실질적인 힘을 장악해야 하며, 이렇게 될 때만 열린우리당에 반대하는 여러 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렇게 해야 지역적으로는 경기와 충청권, 계층적으로는 중간층 등 대선승리의 키를 쥐고 있는 '중원'을 장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에게는 그 시발점이 이번 지방선거인 셈이다.
박근혜 대표 쪽에서 '김문수-남경필 단일화'와 이재오 원내대표 당선 등의 흐름을 "이명박 계보정치가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하자, 박계동 의원은 "이명박이 아니라 중도개혁세력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박계동 의원은 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 동안 국민들과 시민들의 넓은 바다로 나가는 한 계기를 만든 것 같아 기쁘다"면서 "아직도 당내에 보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의 경선 일정 연기 요청에 대해서는 "지금 나선 사람이 있는데, 연기해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최소한 대의원들을 접촉할 시간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다음 행보에 대해 "약속대로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 경선이 끝나고 난 뒤 후보들이 마음을 합치게 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쪽의 한 관계자는 "애초 오 전 의원을 포함해 복수로 접촉 중이었는데, 무경선 요구 등의 문제로 무산되면서 결국은 오 전 의원카드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