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총각이 결혼해서 두 아일 낳았어도 나무들은 변함 없이 그 자리에 멋진 모습으로 그렇게 서 있었습니다. 도심 속엔 개나리가 활짝 피어 봄이 한창인데 이 곳은 이제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계곡의 물소리는 아직 차갑게 들려오지만 서서히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연은 아들에게도 흥을 돋우는지 '크다. 와 크다'고 외치며 산책로를 지치지도 않고 내달립니다. 봄 나들이 나온 다른 집의 아이들도 신이 나서 뛰어 다닙니다. 산책로에서 만나는 다람쥐들은 어른들의 발 길도 멈추게 합니다.
올 들어 최악의 황사가 왔다는데, 숲속에 들어서니 공기가 맑기만 합니다. 약간의 아토피 증상이 있는 아들이 이 맑은 공기로 시원스레 낳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인간들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아들이 지금의 제 나이가 되어 찾아와도 나무는 지금 저 모습으로 아들을 반겨줄 것입니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사천왕상이 아들에겐 무척이나 무서워 보이는가 봅니다. 사천왕문 앞에서 망설입니다. 아들을 들어 올려 '나쁜 일하면 저렇게 된다'며 발에 깔린 사람을 보여주었습니다.
죄 많은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천왕문을 드나들면서 거짓말 한 번 안한 세 살배기 아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이 우습기만 합니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행어가 생각납니다.
봄이 더 깊어지면 다시 들러야겠습니다. 그 때는 개나리 진달래도 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