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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은 참다운 지역정치 실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자치단체의 일방적인 행정에 분통을 터트리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채 주택지에 조성된 공원을 없애고 국제규격의 축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자치단체에 반대하는 서울 성동구 금호, 행당 주민들의 모습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은 참다운 지역정치 실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자치단체의 일방적인 행정에 분통을 터트리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채 주택지에 조성된 공원을 없애고 국제규격의 축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자치단체에 반대하는 서울 성동구 금호, 행당 주민들의 모습 ⓒ 박준영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서는 지역정치를 지역정치답게 만들겠다, 주민들의 뜻과 참여가 보장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 지역발전의 참일꾼이 되겠다는 장밋빛 약속을 내세우며 민심잡기에 여념이 없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우리 동네, 우리 지역에서 주민들의 정치참여가 얼마나 보장되는가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 실현정도를 가늠하게 하며, 주민의 정치참여를 보장되는데 제 역할을 다하는 정치인이 참일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과 지역후보들의 '우리가 진짜 일꾼'이라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것과는 달리 주민의 뜻과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지역행정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원성 또한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울 중구, 성동구에 위치한 금호동 행당동 주민들의 원성이다. 금호동 행당동 주민들은 지역 각 동네, 아파트별로 주민대책위를 꾸려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자치단체와 맞서고 있다. 그 이유인즉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지에 둘러싸여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문화체육공간인 대현산 배수지공원에 중구청이 국제규격의 유료축구경기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공원이냐? 축구장이냐?

지난해 12월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설이 가결된 국제규격의 축구장은 동대문운동장을 대체하는 축구장으로 배수지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또한 고교축구, 아마추어 축구경기 등을 유치할 수 있는 규모로 주차장 등 주변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원 전체를 축구경기장 시설로 내주어야 할 판국이다. 뿐만 아니라 인조잔디를 깔게 되면 24시간 축구경기를 할 수 있어 한 밤중에도 환하게 불을 켤 축구장 때문에 다음 날 일터로 나가야 할 주민들에게 축구장 건설은 잠을 자지 말라는 말과 같다.

지역에 쓸만한 공원 하나 없는 금호, 행당 주민들에게 배수지공원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그런데 중구청이 주택지 한 가운데 위치한 공원에 축구장을 만들겠다고 밝혀 주민들은 공동행동으로 이를 저지할 태세다
지역에 쓸만한 공원 하나 없는 금호, 행당 주민들에게 배수지공원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그런데 중구청이 주택지 한 가운데 위치한 공원에 축구장을 만들겠다고 밝혀 주민들은 공동행동으로 이를 저지할 태세다 ⓒ 박준영
사실 주민들에게 배수지공원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금호 1동에 사는 한 아주머니는 "눈꼽만한 공원도 하나 없던 이곳에 재작년(2004년) 배수지 공원이 생기면서 쉴 곳이 생기고 운동할 곳이 생겼다"며 배수지공원에 대한 애착심을 표현했다. "아이들이 인라인스케이트도 타고 공원에서 달리기도 하면서 이보다 더 체육휴식공간이 없었는데, 말로는 생활 속에서 건강을 챙기라고 하면서 건강을 유지할 공간을 빼앗아 가려는 것은 무슨 심보냐"며 자치단체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루에 다섯 번 이상 공원을 조깅한다는 배수지공원 근처 극동아파트에 사는 한기승씨는 "주민들과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내서라도 막아야 하며 주민을 무시하면 무슨 화를 당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주민들의 의견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분통을 터트린 금호동의 김수자씨는 "우리 집이 좁기는 하지만 3일동안 집에서 먹여주고 재워줄 테니 정치인들이 여기 와서 한번 살아보라"라며 "정치인들 선거 전에 와서 인사하고 그러는데 당선되기 전에 말하지 말고 당선된 후에 말해라"며 정치인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또한 김수자씨는 "지금도 소형축구장 때문에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는데 앞으로 국제규격의 축구장이 생기며 아예 잠을 자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벌어야 먹고사는 우리 서민들한테 축구장 건설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한편 은희령 '대현산 배수지공원 유로 축구장 건설 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준)' 대림아파트 대표는 주민들이 축구경기장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주민대책위 "축구장 들어서면 유일한 쉼터 사라질 것"

배수지공원 건설에 들어간 비용이 62억원인데 2년도 채 안돼 그것을 다 허물고 19억을 들여 축구경기장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국민혈세낭비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며, 공원 한 켠에 축구장을 만들겠다고 하나 국제규격의 축구장이라면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바 공원 전체가 축구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건설 도중에 발생할 소음과 먼지는 차치하고라도 축구장이 건설되면 아이들과 주민들의 유일한 쉼터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묵인할 수 없는 이유는 축구장을 건설하겠다는 곳이 바로 주택밀집지역이며 바로 옆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규격의 축구장이 주택지 안에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은희령씨의 이야기다.

또 하나 은희령씨는 "이번 사건은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더욱 분개했다. 중구청은 축구장 건설과 관련해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 63%가 지지해 결정했다고 통보했으나 알고보니 중구청에서 지역주민 200명을 선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주민들이 자료열람을 요청하자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 기간 민원청구의 수준을 뛰어넘어 본격적인 실천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오늘(9일) 배수지공원에서 100여 명의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연 주민대책위는 오는 17일에는 중구청 항의방문을 통해 주민들의 뜻을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중구청은 4월에 대현산 배수지공원 유료축구경기장 건설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전에 축구경을 건설하는 것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제기로 선거 이후로 연기됐다. 주민들은 이에 더욱 분개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사는 묻기도 않던 자치단체가 지방선거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건설을 연기하는 것은 주민을 '거수기'로 아는 몰염치한 행동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주민들의 뜻과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5.31지방선거. 높아진 주민들의 정치의식과 참여의식을 존중하고 주민들을 '거수기'가 아니라 '정치의 진짜 주인'으로 무서워할 줄 아는 정치인, 주민들의 뜻과 요구로 정책을 생산하고 올바른 정책실현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싸울 줄 아는 정당이 어디인가를 국민들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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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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