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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의원은 9일 오전 11시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의원은 9일 오전 11시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세훈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은 맹형규-홍준표-오세훈 간의 3자 대결구도가 되었고, 경선 결과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기 시작하고 있다.

오 전 의원의 출마선언은 서울시장 선거 전체 분위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겉으로는 애써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내심 그의 출마가 이제까지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돌발변수가 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언론들은 이미 '강금실과 오세훈' 두 사람의 비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두 사람 사이의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도 보도되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사람 사이의 대결은 오차범위 내의 대접전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전까지 한나라당내 다른 후보들에 대한 조사결과에 비하면 분명 나은 상태로 판단된다.

당장의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지만, 오 전 의원의 경우 강금실 전 장관이 갖고 있는 참신성이나 개혁성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강 전 장관 지지로 갔던 중도성향층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열린우리당이나 강 전 장관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의 후보 가운데서는 오 전 의원이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 전 장관이 독점해왔던 이미지의 상당 부분을 오 전 의원이 잠식해 강 전 장관의 우세로 짜였던 선거판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 전 의원의 잠재적 득표력이 어느 정도 될 것인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해도, 선거판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 오 전 의원임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강금실 대 오세훈'의 대결을 '빅매치'로 표현하며 관심을 갖는 이유도 그같은 조건들을 어느 정도 읽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작 문제는 당내 경선, '바람'이 '조직' 이길까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한나라당의 내부 경선이다. 오 전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극히 불명확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오 전의원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최소한 오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않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의아한 장면이기도 하다. 차기 대통령선거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야당 대표가 우월한 지지율을 가진 인물의 영입에 '올인'은 고사하고, 거꾸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속내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표의 냉담한 반응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오 전의원의 득표력에 대한 평가절하다. 그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얼마만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이같은 시선은 기본적으로 소장파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장파 정치인이 가질 수 있는 파괴력에 대한 불신과 함께, 서울시장선거에서 소장파 그룹에게 힘이 실릴 경우 대선국면에서의 당내 세력관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다가 이미 의원직까지 던지며 뛰어든 맹형규 전 의원을 버릴 수 없는 사정도 존재한다. 박 대표의 냉담한 반응은 결국 당내 중진그룹과의 관계를 우선하는 박 대표의 보수적 노선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같은 보수적 노선은 한나라당 저변에 두텁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내 중진급 의원들은 오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출마선언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세훈이라는 인물이 갑자기 부상하는 데 대한 탐탁치 않은 반응일 것이다. 각 지역에서도 오 전의원의 당 기여도를 문제삼으며, 당에 대한 기여도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뒤늦게 경선에 뛰어든 오세훈 전 의원의 '바람'이, 맹형규 전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의 '조직'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말해준다. 더구나 경선 일정은 예상보다도 더 앞당겨져 오 전 의원에게는 그조차도 악조건이 되어버린 셈이다. 오 전 의원 입장에서는 앞으로 나올 여론조사들의 결과를 근거로 자신이 강금실 전 장관의 유일한 '대항마'임을 호소하는 길밖에는 없을 것이다.

오 전 의원은 출마선언을 하며 서울시장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했지만, 정작 그가 한나라당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한나라당내에 깔려있는 보수적 문화, 그리고 복잡한 세력관계는 그의 발목을 잡게 될 지 모른다.

오세훈 전 의원은 한나라당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초조한 선거판세를 생각하면 욕심이 나지만, 그렇다고 그를 띄워놓자니 여러 가지가 불안한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다짐하고 있는 한나라당.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그 자체도 한나라당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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