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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의 EU 본부 전경.
ⓒ EU 홈페이지
유럽의회가 때아닌 촌지 논란에 휘말렸다. 의정활동 홍보명목으로 언론인에게 지급하는 여행경비가 뇌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6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월 1회 브뤼셀의 EU본부에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해 회기를 보내며 이들의 왕복 의정활동을 취재하는 EU출입기자들에게 여행경비를 지급해 왔다.

EU 취재기자들은 열차 1등석이나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무료로 탑승하는 특권을 누렸으며 숙박 및 출장비로 하루 100유로를 지급받았다는 것. IHT에 따르면 벨기에의 RTBF, 아일랜드의 RTE, 그리스의 ERT, 오스트리아의 ORF등 수십여 개의 유럽 언론사가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 취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EU는 또 의정을 취재하는 방송사의 편의를 위해 최첨단 스튜디오와 영상 및 오디오 장비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2명의 카메라 촬영기사까지 무료로 지원하기도 했다.

기자도 의회도 "지원 없다면 취재도 없다"... 비판 보도는?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은 한 방송사 기자는 "유럽의회의 회의는 지루하기로 악명 높아 EU 측이 출장경비와 설비지원까지 하면서 홍보에 애를 쓰고 있다"고 지적하고 "EU의 지원이 없다면 자신의 의정 기사는 절대로 방송을 타지 못했을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EU대변인 역시 IHT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취재의 다른 우선순위가 있어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아예 취재를 하러 오지도 않을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IHT는 EU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비지원으로 인해 유럽의 언론사들이 EU의 선전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최근 EU 의원들이 누리는 과도한 특혜가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내 자신이 그런 혜택을 누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할 수 있겠느냐"며 자문하기도 했다는 것.

IHT는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국민투표에서 유럽헌법을 부결시키면서 유럽의회가 존립 자체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이 EU가 기자들에 대한 특혜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라고 배경을 분석했다.

의정활동보다 의원들의 특혜에 대한 선정적 언론보도만 기억에 남으면서 유럽인들의 EU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는 것을 유럽의회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04년 유럽의회 총선의 투표율이 예년의 50%에서 45%로 떨어진 바 있다.

유럽의회 촌지파문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정·언 유착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언론의 촌지수수 실태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촌지 파문을 떠나 독자들이 흥미없어 하는 기사를 자비 지출해가며 취재할 수는 없다는 언론사의 입장과, 재미는 없지만 꼭 알려야 할 의정기사를 위해 취재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EU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만큼은 한 번쯤 신중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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