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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넷 의자 14번
토넷 의자 14번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스트리아 커피하우스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명물은 바로 토넷의 14번 의자(Thonet No. 14)다.

토넷의 14번 의자는 19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5천만 개 이상 제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려나간 의자다. 토넷의 14번 의자는 미카엘 토넷이 제작한 의자로, 1830년경부터 30년에 걸친 실험을 통해 너도밤나무 봉(奉)을 증기로 쪄서 활처럼 구부린 형태. 휘는 방법, 즉 '벤트 우드'(Bent Wood) 가공 방식이 적용된 의자다. 이런 방식으로 개별 부품들을 제작하고 조립하여 대량생산체제를 통해 제작된 토넷 14번 의자는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최초로 대량생산된 의자라 할 수 있다.

생산적 의미에서뿐 아니라, 토넷 의자는 상류층들이 사용하는 복고풍 의자에 대항하는 중성적이고 기하학적인 스타일로 19세기-20세기에 새로운 디자인의 전형으로 자리를 잡았다. 르 코르뷔지에(스위스계 프랑스 건축가)는 토넷 의자를 "개념에 있어 이보다 더 우아하고 뛰어난 것은 한번도 없었으며, 제작과 사용의 적합성에 있어서도 이제껏 이 같이 완벽한 것이 만들어진 적은 없었다"라고 정의내리기까지 했다.

토넷의 세계적인 명성은 오스트리아의 아르누보(Art Nouveau, 새로운 예술) 건축가들인 오토 바그너, 루드빅 미스 반 데어 로헤, 마르셀 브로이어 등이 토넷 의자에 자신들의 디자인 세계를 접합시킴으로서 더욱 유명해졌다.

토넷 의자 6월 30일 생산 중단, 슈퇴어게어 기업 인수 눈독

그러나 이 토넷 의자가 올해 6월 30일자를 끝으로 생산 중단돼, 150여 년간의 생산일지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토넷 의자를 생산해 온 이탈리아 가구업체 '폴트로나 프라우' 법인의 지오바니 델 베키오 디자이너는 주간지 <프로필>과의 인터뷰를 통해 "토넷 의자와 같은 전통가구는 벌써 오래전부터 수지가 맞지 않았다"며 생산중단 이유를 밝혔다. 지오바니 델 베키오는 폴트로나 프라우 법인에서 토넷 의자를 생산하는 17명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전통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에 슬퍼하고 있다. 토넷의 생산중단 소식을 들은 비엔나 응용미술대학의 명예교수 아우어스페어그는 "21세기는 전통산업의 상실, 중지, 그리고 폐쇄의 시대일지 모른다"고 기자에게 답했다.

그러나 희망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플트로나 프라우 법인의 사외 자산전문가인 프란즈 슈퇴어게어는 "토넷의자 생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혀 폴트로나 프라우의 기업인수 등을 모색할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폴트로나 프라우의 공장이 위치해 있는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크의 정치가들이 가장 먼저 환영하고 나섰다. 슈타이어마크 경제부처의 파트릭 슈나켈은 "토넷 의자 생산의 전통이 끊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가 전통의자의 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넷 의자의 역사

토넷 의자의 역사는 18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터니치 수상에 의해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오게 된 독일 명장 미카엘 토넷은 비엔나의 상류층 고객들을 겨냥해 새로우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의자 개발에 착수했다. 토넷은 1853년 자신의 회사를 형제회사 '토넷'으로 개명하고 자신의 다섯 아들을 모두 가구제조업에 투입시켰다.

1857년 모라비아 영토 코리챤에 첫 번째 공장이 설립된 뒤, 2년 뒤인 1859년에 처음으로 토넷의 14번 의자가 생산됐다. 이 14번 의자의 대성공으로 말미암아 셀 수 없이 많은 공장과 영업소가 문을 열었고 1893년에는 백만 개가 넘는 14번 의자가 제작됐다. 20세기 초까지 토넷 14번 의자의 모델만 300여개에 이르렀고 1930년에 토넷 의자를 생산하는 장인의 수가 1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하루에 1만8천여 개의 의자를 생산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토넷의 가구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양국이 사이좋게 소유했던 형제회사 '토넷'이 갈라섰다.

프랑켄베어그로 소재지를 옯긴 독일의 '토넷사'는 그 이후 더 이상 나무소재 가구를 생산하지 않고 스테인레스 스틸 소재의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토넷 비엔나'사는 줄곧 오스트리아 주주들에 의해 소유되어 오다가 1996년 독일인 투자가 볼프강 멜링호프가 50% 이상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독일인 대주주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그러나 멜링호프는 2001년 '토넷 비엔나'사를 이탈리아 가구제조업체인 폴트로나 프라우에 매각했다. 오스트리아인에 의해 '토넷 비엔나'가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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