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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농민 스님 대표가 공동 경작지에 심을 볍씨를 담그고 있다.
노동자 농민 스님 대표가 공동 경작지에 심을 볍씨를 담그고 있다. ⓒ 조태용
영농발대식이란 농민회가 1년 농사를 알리는 첫 번째 행사다. 지난 4월 8일 전남 구례의 둔치공원에서 아주 특별한 영농발대식이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 농업은 풍전등화에 놓여 위태롭기 짝이 없다. 농산물 수입개방에 이은 한미 FTA로 양수겸장에 밀린 것도 모자라 수입 쌀이라는 유령이 농민을 옥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의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친환경 농업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반짝 있기는 하지만 기업 중심의 유기농과 수입 유기 농산물이라는 또 다른 복병이 존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눈 씻고 찾아봐도 대안이 없는 것이 2006년을 살아가는 농민들의 우울한 현실이다. 이런 때 갑자기 웬 희망을 이야기는 하는 것인가?

농민과 노동자, 농민과 스님이 연대하여 직거래 시작

구례군 농민회(회장 정정섭)는 지난해 11월 11일 기아자동차 노조와 자매결연을 했다. 그리고 기아 자동차 광주 노조(지부장 김준겸)를 통해 기아 자동차에 구례 쌀 3000석을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앞으로 구례에서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을 기아 자동차 노조원들의 밥상에 올리겠다고 한다.

화엄사와 구례군 농민회가 자매결연을 선언했다.
화엄사와 구례군 농민회가 자매결연을 선언했다. ⓒ 조태용
스님과 농민회가 자매결연을 한다는 것은 쉽지도 않지만 이제까지 있지도 않은 일이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이날 영농발대식에 스님 30여 명이 승복을 입고 참여해 자매결연을 선언했다. 도대체 무슨 연유에서 스님과 농민회가 자매결연을 한 것일까?

구례는 공장이라고 찾아봐야 찾아보기 어려운 청정지역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농업중심의 고장이다. 그리고 그 안에 화엄사가 있다. 그러니 농민이 없어지면 화엄사의 관광객은 올 수 있겠지만 신도는 줄어들 것이다. 화엄사(주지종삼스님)는 화엄사의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고, 화엄사가 사용하는 쌀과 공양미를 구례지역 쌀로 대체하는 등 실질적인 연대 활동을 펼쳐, 어려운 농촌 돕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농부의 주름진 얼굴에 퍼진 미소가 아름답다.
행사에 참여한 농부의 주름진 얼굴에 퍼진 미소가 아름답다. ⓒ 조태용
노동자, 농민, 스님이 함께 하는 공단 경작단 발족

이날 열린 행사 중 노동자와 농민, 스님이 함께 하는 볍씨 담그기 행사가 있었다. 이날 담근 볍씨는 올해 공동 경작지에 사용할 것으로 구례군 마산면 150마지기 농토에 경작지를 마련하여 함께 농사를 짓는다. 올가을에는 노동자, 농민, 스님이 함께 재배한 쌀이 수확될 것이다.

이제까지 농민회가 투쟁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투쟁과 동시에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직접 실천했다는데 이번 행사의 의미가 있다. 심청이 공양미 300석으로 아버지 눈을 뜨게 했다면 구례의 쌀 3000가마는 노동자, 농민의 연대의 눈을 뜨는 쌀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화엄사 스님들의 풍년농사 축헌이 있었다.
화엄사 스님들의 풍년농사 축헌이 있었다. ⓒ 조태용
앞으로 기아 자동차 노조와 구례 농민 그리고 화엄사는 공동경작단을 넘어 농산물 직거래 판매장을 화엄사와 기아 자동차에 직접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쌀을 납품하고 공동 경작단을 마련한 것은 이제까지는 없던 새로운 농민운동이자 노동자 농민 연대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농민회와 노동조합이 정치적인 연대뿐만 아니라 농산물 직거래라는 새로운 연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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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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