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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동원
차용래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면 항상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 순간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운 좋게 그 순간을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멈춰 세운 날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내가 보기에 웃음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면 “자, 웃어봐요”라는 소리에 맞추어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면 모두 웃는 얼굴이 된다. 우리는 모두 손쉽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웃음은 아주 흔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나에게 웃음은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 하는 것이란 사실을 가르쳐줬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의 웃음은 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웃음은 오랜 기다림 끝에서 내게 오며, 그 웃음이 오는 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내 손끝은 떨린다. 그들의 작은 웃음 속에 나의 큰 행복이 있다.

ⓒ 김동원
장애인들이 일반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1년에 서너 차례인 것 같다. 야유회를 가거나 수련회를 갈 때이다. 그때면 사람들이 장애인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가고 오는 길의 안녕을 기도해준다. 올해는 앞에 나가 간단한 공연까지 했다.

ⓒ 김동원
길은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길 위에 또 길이 있다. 잘 깔아놓은 보도블록을 따라 그 한가운데로 가면 그저 길을 갈 뿐이지만 길의 좌우 경계를 따라 가면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현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 김동원
어린이대공원의 후문 입구 쪽에 있는 비행기 앞에서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비행기는 두 명밖에는 탈 수가 없는 듯했다. 비행기는 빠르지만 우리는 모두가 탈 수 없으면 비행기를 포기하고 다함께 걸어간다. 당연히 우리는 비행기 앞에선 하루 종일 사진만 찍고 하루 종일 다함께 걸어 다녔다.

ⓒ 김동원
승환이가 앉으면 어느 자리나 신선의 자리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꽃나무 아래 앉았을 때 그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앞에는 신선을 두고, 뒤로는 꽃나무를 두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 김동원
승원이가 머리에 꽃을 꽂았다. 그 순간 모든 꽃들이 숨을 죽였다. 사랑으로 승원일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선 그 어느 꽃도 승원이보다 예쁠 순 없다.

ⓒ 김동원
수환이는 저 높은 곳에 올라가 무엇을 보았을까. 아마도 함께 사는 세상의 즐거움을 보지 않았을까.

ⓒ 김동원
이경호씨는 간간히 승환이의 손을 씻어주고 닦아주었다. 씻어주고, 닦아준다는 말의 “준다”는 말 때문에 마치 이경호씨가 주고 승환이는 받는 것 같지만 아이를 따라 다니며 하루 종일 그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던 웃음을 생각하면 씻겨주고 닦아주고 또 보살펴주는 작은 것들을 줄 때, 결국 더 큰 것, 바로 보람과 행복한 웃음을 이경호씨는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 김동원
“현우야, 오늘 재미있었어?”
“응.”
“응이 뭐야, 예라고 해야지?”
“예.”
“재미있었으면 선생님 볼에다 뽀뽀해 줘야지.”
현우가 봉사하는 선생님의 볼에 뽀뽀했다.

ⓒ 김동원
집으로 가는 길. 가는 길은 그림자가 앞에서 길을 이끌었다. 사람이 없을 때면 그림자가 벗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림자를 벗으로 삼는 길은 사실 외로운 길이다. 장애인들에게 그 길은 더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는 순간, 길을 이끄는 그림자의 걸음은 신이 난다.

사람은 역시 어울려 함께 살 때 더욱 보기 좋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얼마나 작은 일인가. 그러나 그 작은 것 속에 그들의 행복이 있고, 또 우리의 행복이 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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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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