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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래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면 항상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 순간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운 좋게 그 순간을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멈춰 세운 날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내가 보기에 웃음은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면 “자, 웃어봐요”라는 소리에 맞추어 입꼬리를 올린다. 그러면 모두 웃는 얼굴이 된다. 우리는 모두 손쉽게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웃음은 아주 흔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나에게 웃음은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야 하는 것이란 사실을 가르쳐줬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의 웃음은 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웃음은 오랜 기다림 끝에서 내게 오며, 그 웃음이 오는 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내 손끝은 떨린다. 그들의 작은 웃음 속에 나의 큰 행복이 있다.
장애인들이 일반 교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1년에 서너 차례인 것 같다. 야유회를 가거나 수련회를 갈 때이다. 그때면 사람들이 장애인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가고 오는 길의 안녕을 기도해준다. 올해는 앞에 나가 간단한 공연까지 했다.
길은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길 위에 또 길이 있다. 잘 깔아놓은 보도블록을 따라 그 한가운데로 가면 그저 길을 갈 뿐이지만 길의 좌우 경계를 따라 가면 재미까지 얻을 수 있다. 현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의 후문 입구 쪽에 있는 비행기 앞에서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비행기는 두 명밖에는 탈 수가 없는 듯했다. 비행기는 빠르지만 우리는 모두가 탈 수 없으면 비행기를 포기하고 다함께 걸어간다. 당연히 우리는 비행기 앞에선 하루 종일 사진만 찍고 하루 종일 다함께 걸어 다녔다.
승환이가 앉으면 어느 자리나 신선의 자리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꽃나무 아래 앉았을 때 그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앞에는 신선을 두고, 뒤로는 꽃나무를 두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승원이가 머리에 꽃을 꽂았다. 그 순간 모든 꽃들이 숨을 죽였다. 사랑으로 승원일 바라보는 사람들 앞에선 그 어느 꽃도 승원이보다 예쁠 순 없다.
수환이는 저 높은 곳에 올라가 무엇을 보았을까. 아마도 함께 사는 세상의 즐거움을 보지 않았을까.
이경호씨는 간간히 승환이의 손을 씻어주고 닦아주었다. 씻어주고, 닦아준다는 말의 “준다”는 말 때문에 마치 이경호씨가 주고 승환이는 받는 것 같지만 아이를 따라 다니며 하루 종일 그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던 웃음을 생각하면 씻겨주고 닦아주고 또 보살펴주는 작은 것들을 줄 때, 결국 더 큰 것, 바로 보람과 행복한 웃음을 이경호씨는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우야, 오늘 재미있었어?”
“응.”
“응이 뭐야, 예라고 해야지?”
“예.”
“재미있었으면 선생님 볼에다 뽀뽀해 줘야지.”
현우가 봉사하는 선생님의 볼에 뽀뽀했다.
집으로 가는 길. 가는 길은 그림자가 앞에서 길을 이끌었다. 사람이 없을 때면 그림자가 벗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림자를 벗으로 삼는 길은 사실 외로운 길이다. 장애인들에게 그 길은 더더욱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아야 한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는 순간, 길을 이끄는 그림자의 걸음은 신이 난다.
사람은 역시 어울려 함께 살 때 더욱 보기 좋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얼마나 작은 일인가. 그러나 그 작은 것 속에 그들의 행복이 있고, 또 우리의 행복이 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