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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대를 봄이라 부른다.
긴 얼음장 밑에 얼고 감추인 것들을 빛으로 드러내는 봄이라 한다.
춥고 아프고 배고픈 것들은 가라. 어둡고 침침한 동면의 시절은 가라.
우리는 이제 출발한다. 저 푸른 들과 더 짙푸르러지는 대지로 힘차게, 힘차게 달려 나간다.
봄이 오면 내 마음도 저 진달래 피듯이, 저 들과 산에 피어오른다.
붉게 온 산을 덮으며 내 젊은 가슴, 내 진홍빛 마음은 퍼져나간다.
저 넓은 들에 종달새, 메추라기 울 때면. 그대여 그것은 내 오랜 기다림의 노래요.
나의 내면 깊숙이 감추인 차마 하지 못한 사랑의 노래요, 사랑의 토로라오.
그대여 들어다오, 나의 노래, 나의 외침, 나의 사랑의 절규를
개나리, 산수유 피어오를 내 산하.
내가 나고 묻힐 저 고향의 황톳길. 그 길을 달려 보고 싶소.
내 어머니의 젓 가슴 같은 내 고향의 오솔길과 논두렁을 발목이 시리도록 달리어 보고 싶소
눈 녹은 산 개울 물소리 재잘거리는 내 고향의 풋풋한 흙 내음을 맡고 싶소.
노을이 지면 서녘에 빛나던 그대의 아리따운 얼굴도 더 빛나리라.
그대여, 내 젊은 혼과 피의 고향 그대여
꽃이 잎과 가시로 가리어 있듯, 그대 봄도 꽃샘바람과 황사로 어지러울 때가 있구려.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빛나고, 만남은 오랜 기다림 뒤에 더 오롯하노니,
그대여 봄을 시샘하는 저 바람을 탓하지 마오.
바람 속에서, 저 흙바람 속에서 우리는 더 든든하리라. 더 뿌리 깊게 성장하리라.
그대는 저 봄 들판에 핀 한 민들레가 아닌가요
홀씨로 훨훨 날아 더 새롭고, 더 넓은 자유를 향해,
멀리 멀리 날아, 그대는 새로운 대지의 주인이 되어 있지 않는가요?
저 하늘 높이 울려 퍼지는 종달새 노래는 아닌가요?
미친 듯이 솟아오르는 아지랑이 춤추고, 태양이 머리에 빛나는
봄날이 오거든 그대여
조그만 미소라도 짓자, 껄껄걸 웃어라도 보자
땅을 축복하는 햇살이 내리는 봄날 오후의 한때가 오거든
그대여 노루 쫓던 먼 옛날 이야기라도 하자. 분홍빛 진달래 꿈이라도 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