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3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동판화 전시회 '마음속의 꽃'전을 연 미술가 강민정씨. 부드럽고 고운 선의 화초를 표현하면서 금속성의 날카로움을 함께 드러낸 그의 작품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여성 속에 남성적인 것이 있고, 남성 속에 여성적인 것이 있습니다."

그는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듯이 여성과 남성 역시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작가의 철학이 관객과 통한 때문일까?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30여 점의 작품을 판매해, 두 번째 개인전을 마친 미술가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인기의 비결은 아내와 엄마 역할을 해내면서 작업하는 미술가가 일상에서 이끌어가고 있는 균형 감각이 작품에도 이어졌기 때문.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강씨는 보스턴에서 금속공예를 공부했다. 남편(이진규 서울대 화학과 교수)이 학위를 준비할 때 함께 공부한 것이다.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던 강씨는 2년 과정을 마치지 못했다. 결혼 5년 만에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 과정을 소화한 강씨는 2004년 첫 개인전을 열면서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엄마와 아내 역할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키워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남편과 저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는 편이거든요.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엄마는 미술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스스로 알아서 하는 교육을 강조한 덕분에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인 두 아들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 엄마가 작업을 하는 수요일, 목요일은 "엄마가 왜 늦지?"라고 묻지 않는다. 오히려 일찍 들어오면 "작업이 잘돼서 일찍 온 거야? 안 돼서 일찍 온 거야?"라고 묻는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제가 욕심이 많거든요. 전시회 준비할 땐 정신없이 바쁘잖아요. 그래도 집안일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아요.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주고 싶어요. 그러면 남편이 그래요. 만날 먹는 밥, 시켜먹을 수도 있고 나가서 사먹을 수도 있다고요. 슈퍼우먼 되려고 하지 말고 작업할 땐 가정을 포기하라고 말해요."

남편과 아이들의 배려가 있기에 강씨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쉽지만은 않으리라. 가사와 육아를 분담한다 해도 주부의 어깨는 무겁기 마련이니까.

강민정씨에게 미술은 어떤 의미일까.

"작품 활동을 하는 게 행복해요. 아내로, 엄마로, 주부로 사는 것도 더 행복해져요. 제 안의 어떤 것을 표출하는 의미도 있겠지요. 더 중요한 건 전시회를 통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는 거예요. 선생님들도 만나고, 친구들도 만나고. 제 작품은 그들과 대화하고 공유할 수 있는 동기가 돼요. 앞으로도 더 기분 좋게 열심히 작업해서 개인전을 계속 열고 싶어요."

미술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아내와 엄마의 역할도 소화해내고 있는 강혜정씨. 자신의 작품처럼 그녀의 마음에도 꽃이 만개하고 있다.
댓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