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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맞기 때문에 일도 척척 잘해내는 서울여성의전화 인권영화제 홍보팀 '바람피움'. 사무실에서 식사를 떼우면서도 신나기만한 그들의 표정에서 즐거움을 읽을 수 있다.
마음이 맞기 때문에 일도 척척 잘해내는 서울여성의전화 인권영화제 홍보팀 '바람피움'. 사무실에서 식사를 떼우면서도 신나기만한 그들의 표정에서 즐거움을 읽을 수 있다. ⓒ 우먼타임스
서울 여성의 전화 사무실은 요즘 한창 들떠 있다. 오는 5월 한국 최초의 여성인권영화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진과 자원활동가를 합쳐 30~40명으로 준비팀이 꾸려졌는데, 그중에서 특별한 팀명과 유난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홍보팀'을 칭찬하고 싶다. 이름하여 '바람피움'.

자칭 얼짱, 몸짱, 말짱들로만 구성된 이들은 여성인권영화제와 바람을 피울 작정이란다. 각자 해온 일도,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다 다른 네 사람이 한데 뭉쳐 제대로 된 바람을 피운다고 하니 뭔가 일을 낼 것 같긴 하다. 이들은 수많은 영화제들이 난립하는 현실에서 여성인권영화제의 필요성을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찐(?)하게 조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 달려라, 바람둥이들= 여성인권영화제를 홍보하는 역할을 맡은 팀답게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과 인권감수성은 팀워크를 구성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한 팀원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다. 결혼해서 애가 둘 있는 이 여성은 남편 몰래 담배를 피웠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녀는 잠그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온 남편에게 들켜 뺨을 맞았다. 기호식품인 담배 따위가 폭력의 빌미가 된다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지만, 영화제 홍보팀에겐 왜 가정폭력이 끊이지 않고 자신들이 그 부당함을 부르짖어야 하는지 명확히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된 일화다.

'바람피움'은 "여성인권영화제를 널리 알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한다. 물론 그 어려움의 주된 원인은 부족한 자금 사정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돈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을 열정 하나로 채워 나간다.

사무실에서 쭈그려 자는 합숙도 마다하지 않고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기도 하며, 직접 포스터를 붙이고 현수막을 걸러 뛰어다닐 각오를 다진다. 말이 좋아 열정이지 대부분은 몸으로 때우는 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땀 냄새 나는 노동이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돈으로는 채울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을 채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오늘도 달린다.

▲ 폭력 없는 세상 만들기 희망의 씨앗을 심는다 = 바람피움 팀원들을 떠올리며 문득, 프레데릭 백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나무를 심는 사람>의 양치기 노인을 생각한다.

ⓒ 우먼타임스
황폐한 땅에 매일같이 도토리를 심어 푸른 숲과 맑은 냇물이 흐르는, 살아 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든 양치기 노인 엘지아 부피에. 나는 감히 바람피움의 바람둥이들과 여성인권영화제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을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일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는 또 다른 '엘지아 부피에'들이라 부르고 싶다.

김현(서울여성의전화 여성인권영화제 홍보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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