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매년 3∼4월이면 대학가는 등록금 문제로 학생들의 삭발이나, 총장실 점거농성, 현물납부 등의 이른바 '등투(등록금 투쟁)'로 치솟는 등록금을 붙잡기 위해 시끄럽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대학 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의 '등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봉주(사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돈 없이도 대학공부가 가능하다"면서 높은 대학등록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의원이 12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가가 '국채 발행'을 통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대신 납부하고, 졸업 뒤 돈을 갚는 '선 무상교육 제도'를 내놨다. 취업시 수입 정도에 따라 등록금을 '졸업세' 형태로 돈을 갚도록 하는 개념이다.

만약 졸업 후 학생이 취업을 하지 못하면 취업할 때까지 환금을 유예해 준다. 졸업과 동시에 경제적·사회적 신분과 무관하게 7%의 고금리로 7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학자금 융자'와 달리 '무이자'로 원금만 갚으면 되는 것이 장점이다. 이자에 대한 부담은 국가가 진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매년 '개나리 투쟁'이나 '등투'라고 해서 대학생 등록금 인상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점점 번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인적 자원이 유일한 국가로 우수한 인적자원의 양성을 위해 '선 무상교육제도'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제도를 실시할 경우 ▲고등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의 강화 ▲청년실업의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식해 국가의 책임 증대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교육 양극화 해소의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 무상교육제도가 교육 양극화 해소 기틀 마련할 것"

특히 정 의원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성을 강화하면 등록금 투쟁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학생들은 교육에 전념할 수 있어 교육 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며 "저소득층 및 차상위계층의 자녀 10명 중 1명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경제적인 이유로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교육 양극화 해소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현재 대학등록금 총액 규모는 연간 약 11조원 정도에 이르며, 국가가 국채 발행으로 부담할 때 이자금액이 약 5000억원으로 이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경우 '선 무상교육제도'를 충분히 실시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전체 국민의 15%를 차지하는 차상위계층에게 등록금을 지원할 경우 연간 약 1.5조원의 예산이 들고 이자는 약 750억원 정도이기에 충분히 국채 발행의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영국이나 호주 등에서 이 제도를 시행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앞으로 교육예산이 순차적으로 증가하는 부분이 5000억 정도이고 일정기간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제로섬으로 갈 것"이라며 "국가가 교육발전을 위해 10년 정도 고통을 감내한다면, 먼저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 교육받은 선배가 갚은 돈으로 다시 후배가 돈을 받아 교육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선 무상교육제'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으로 열린우리당 교육위원회 내 이 제도를 연구할 전문 TF팀을 구성, 이 제도를 현실적 문제로 인식하는 교수나 학생, 대학운영진 등 관련 단체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폭넓은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 또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단계적으로는 오는 2007년 전체 국민의 15%를 차지하는 저소득층 및 차상위계층에 대해 우선 실시하고, 2012년 전체 대학생(현재 중1)을 대상을 전면 확대 실시한다는 방안이다.

과연 돈없이 대학교육 실현 가능한 것일까?

▲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주요 대학 중 이화여대가 가장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개강을 맞은 이화여대 캠퍼스에 등록금 인상을 힐난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연간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 의원이 제안한 '선 무상교육제도'는 매년 치솟는 대학등록금을 감안할 때 솔깃한 정책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 마련 및 당론 채택 여부 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우리나라 전체 교육예산 29조는 초중고에 85%, 영유아교육 및 고등교육에 15%가 쓰이는데 고등교육을 강조하면 초중고 예산을 가져다 쓰는 것으로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국가경쟁력의 승부수가 나는 고등교육을 위해 현재 교육예산을 순차적으로 늘려 우선 고등교육에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의원은 "여당 입장에선 예산이 수반되는 정책을 바로 수용하기 어렵지만 이 제도가 여론화되고 국민적 관심도와 지지도가 높아져 합의가 이뤄지면 정책적으로 끌어갈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기여입학제'와 이 제도를 놓고 교육 논쟁을 벌이면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여당이 이 제도를 정책적 대안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아직 정부와 공식적으로 이야기는 안 해 봤지만 교육부도 이 제도가 대안적 정책이기 때문에 심정적으로 동의할 것"이라며 "교육받은 자원들이 가져오는 장기적인 사회적 수익률을 봐서 국가적인 이익을 생각해야지 환금이 안 될 손해를 우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 의원은 내일(13일) 사회·교육·문화 분야에 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정부의 입장을 물을 예정이다.

앞서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11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을 완전 무상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대학의 경우 7%의 학자금 대출 이자를 3%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Q&A] "돈 안갚기 위해 취업 안하는 경우 없을 것"

다음은 '선 무상교육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의 답변을 요약한 내용.

- '선 무상교육제도'를 한다고 대학들이 등록금을 안올리겠나.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인상률의 2배, 많게는 4배 정도로 높다. 등록금 인상분이 학생의 교육환경 개선 부분으로 쓰이지 않고 이월 적립금으로 넘어가고 있는 실상이다. 대학들은 이에 대해 '미래 투자금'이라고 한다. 사실 지금 인상도 과도하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 재정의 투명성도 들여다봐야 한다. 본질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정책으로 전환됐을 경우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국가 정책으로 협의에 들어간다면 (인상률을 정하는데) 더 긴밀해질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무상교육으로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국가 부담이 커지는 문제점은 없나.
"학생수가 감축되기에 진학률 높아지지 않는다. 현재 (진학률은) 정점에서 내려가는 수준이다."

-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호주의 경우 '선 무상교육제'를 실시해 현재 86%가 상환되고 있다. 처음 예상보다 높은 상환 비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밀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호주의 경우 어느 학생의 등록금이 안 걷히냐면, 해외에 취업 나가는 학생들만 걷히지 않는다."

-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졸업생 65% 정도가 취업하는 상황에서 일정 부분 환금이 안 될 경우 안 갚아도 되나.
"이 돈을 안 갚기 위해 취업을 안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또 세무시스템이 전산화돼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안해도 된다."

- '선 무상교육제'로 인해 대학의 구조조정이나 경쟁력 강화를 더디게 하는 역효과는 없나.
"그렇지는 않다. 실질적으로 지방대학에 가보면 예산 문제로 정책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경쟁력이 더 없어진다.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현재 대학 진학률은 82%이다. 전국민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간다. 이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에 방점이 가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