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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4월 열린 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5년 4월 열린 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위드뉴스
"장애인들의 재활·자립 의욕을 북돋우고, 장애인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데 있으며,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장애인 및 관련단체, 기업 및 대학 봉사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기념식·야외문화행사, 먹거리광장 운영 등으로 나누어 행사를 진행한다."

이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정부 지정 법정 기념일인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대한 설명이다.

유엔(UN)이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언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의 해' 선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는 그해 4월 20일 '제1회 장애인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당시는 이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지 못하고 다음해인 1982년부터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으로 '장애인재활대회'라는 명칭 아래 기념식을 개최해 왔다. 정부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개정된 해인 1991년 이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해'(제정 목적) 제정된 '장애인의 날'에는 보건복지부가 주무부처로 참여해 장애인복지 유공자에 대한 훈장·포장·표창을 수여하는 등 각종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한 장애인을 발굴 시상함으로써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상의 제정목적) 지난 1997년부터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제정해 수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4월 20일이 포함된 주를 '장애인의 날 주간'으로 지정해 정부뿐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 및 장애인단체별로 체육대회, 합동결혼식을 비롯한 행사를 열고 있다.

'장애인은 4월 한 달간 무료로 이용하세요'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한다는 장애인의 날에는 장애인의 인권이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 있기보다 4월 20일부터 1주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들이 문화공연, 시상식 등 '반짝 기념행사'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장애인의 날 각종 행사를 열어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싸우고 있다. 사진은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진행한 '특수교육진흥법'의 장례식 퍼포먼스
정부는 장애인의 날 각종 행사를 열어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계에서는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싸우고 있다. 사진은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진행한 '특수교육진흥법'의 장례식 퍼포먼스 ⓒ 위드뉴스
일례로 올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영화사에서는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행사'를 펼치고 있으며 기업체는 장애인의 날이 속해 있는 4월 한 달간 장애인 차량을 정비하는 행사 등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 미담 소식은 연말연시와 함께 4월에 많이 보도되고 있다.

또 지자체 등에서는 마라톤 대회, 음악회 등의 행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각 학교에서 실시하는 장애인식개선 교육도 대부분 '장애인의 날'이 속해 있는 4월에 집중(2005년 다름네트워크 조사)되어 있다.

이렇게 4월 한 달간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장애인에게 집중된 관심은 4월이 지나면 또다시 시들해지고 이후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중증장애인 동사' '정신지체장애인 임금 갈취' '여성장애인 가정폭력 심각' '장애인 가족 동반 자살' 등의 뉴스를 접하게 된다.

그 어느 뉴스에서도 장애인이 차량 세척을 받지 못하고 영화를 보지 못해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다. 장애인이 사회 현실 속에서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위의 뉴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시혜와 동정의 시선을 만들어내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 한 달간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 장애인들에게 각종 문화행사 등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인 당사자들은 이러한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고 외치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현재 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서울시청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현재 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서울시청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위드뉴스
지난 2002년, 장애인계에서는 지금까지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한 장애인당사자들이 사회의 역사적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인권을 쟁취하고자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구성했다.

이들 단체는 매해 3월 26일부터 4월 20일까지 약 한 달간 장애계의 주요 현안을 내놓고 중점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365일 동안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소외받으며 살아오던 장애인이 이날 하루 관심 받는다고 해서 행복해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과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에게 '교육' '차별받지 않을 권리'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활동보조인'은 생존권이고 인권의 문제인 것이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은 30일이 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차별 사례들을 모아 인권위에 진정하기도 했으며 부모와 교육주체들이 모여 대규모의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서울 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 지 23일이 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은 발의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3월 안건 상정이 되었으며 장차법의 제도화를 위해 인권위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시적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 해소되어야

정부에서는 지난 1997년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극복'이란 '어려운 상태를 이겨내어 본디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과연 '장애'가 극복의 대상일까?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 위드뉴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박경석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애인에게 있어 사라져야 할 것은 장애가 아니라 사회 차별의 문제"라며 "'극복'이란 것은 장애 문제를 또 다시 장애인에게 돌려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의 날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만들어지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행사들은 굉장히 시혜적"이라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그날을 통해 차별을 은폐하고 기만적으로 장애인의 문제를 알려 왔다"고 말했다.

이어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애계에서는 그동안 '장애인의 날'이라 불리면서 지내왔던 역사를 거부하고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420공동투쟁단을 구성했다"며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www.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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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의 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차별적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변화시키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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