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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배우는 노인들
한글을 배우는 노인들 ⓒ 남해길
한창 배워야 할 그 시절 책 대신에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가 일해야 했고 소꼴을 먹이기 위해 온 산을 헤매고 다녀야 했다. 이제 뒤늦게 그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을 양, 이미 손가락 끝은 힘이 다해져 가고 시력은 떨어져 칠판조차 가물가물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 나이에 한글을 배우는 게 부끄러워 자식들에게 말도 꺼내지 못했다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겨우 말을 꺼내고 '참 잘하셨다'는 격려와 함께 책가방을 선물로 받은 할머니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책가방을 들고 다니기가 못내 부끄러워 이 책가방을 다시 장바구니에 싸서 몰래 들고 다닌다는 말에 콧잔등이 시큰거린다.

이들이 뒤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는 목적은 사실 대단한 것들이 있어서가 아니다. 숫자를 익혀 버스 번호를 가릴 줄 알고, 글을 알아 버스노선을 분별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다니는 데는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또 이 숫자와 글을 내 손으로 직접 쓸 수 있어 은행 볼일 정도는 혼자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지극히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배우는 소감을 묻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즐겁다'고 아우성이다. 이럴 때 가르치는 교사야말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이제 숙제하는 일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는 이들이 1년쯤 지난 뒤 모습을 상상해 보면 혼자 웃음이 나오는 흐뭇함을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동네뉴스(www.dongnenews.net)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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