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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와 도두리, 내리, 동창리, 함정리 일대에 주한미군 기지가 이전할 예정이다. 이전 대상이 된 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농사짓던 터전을 잃게 되었다. 내 땅, 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 주민들은 내 고향, 내 집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시작했다.

주민들의 분노는 안중에도 없는 수구 언론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수구 언론들의 시각에는 졸지에 살아갈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의 분노와 한은 담겨 있지 않다. 행여나 이번 이전이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다.

범대위 등의 극심한 반대시위로 기지이전 사전작업은 벌써 차질을 빚고 있다. 한미 양측은 당초 3월 중 공동측량을 마치고 이를 바탕으로 6월까지 마스터플랜(MP)을 작성할 계획이었다. 이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역 주민과 범대위가 한미 공동 측량단을 내쫓았기 때문이다.(중략) 기지이전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막대한 사업비가 추가로 지출될 수밖에 없다. 총 사업비가 5조5000억원(추정) 수준임을 감안할 때 자재비와 현장 관리비, 농작물 보상비 등으로 최대 수천억원이 더 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란 지적이다. 게다가 한미 간 외교문제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양국이 이전 기간 연장을 위해 재협상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일보 4월 5일자, '미군기지 반대 평택 르포')

10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달 15일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대해 농민들의 영농활동을 막기 위해 1800만원을 들여 민간 용역업체 직원 150명을 투입했다. 또 이달 7일에는 용역 직원 750여명과 이들이 사용한 무전기와 버스 등 장비 임대료로 모두 1억2200만원을 지출했다. 결국 팽성읍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의 영농활동을 차단하는데 1억4000만원을 사용한 셈이다.(중략) 윤 장관은 "기지이전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 추가비용의 발생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이전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면 물가상승률과 영농활동에 따른 보상비 등으로 1년에 1000억원씩의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4월 11일자 '軍, 평택기지 영농차단에 1억4000만원 지출')


조선일보는 미군기지 이전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는 추가 부담금이 국민세금으로 전가될 것이라며 국고의 낭비를 걱정한다. 그러나 진심으로 국고가 걱정된다면 미군 기지 이전에 한국 정부가 6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사용한다는 사실부터 비판할 일이다.

한 술 더 떠서 동아일보는 농민들의 영농활동을 막기 위해 국방부가 1억여원의 국고를 지출했다는 기사를 버젓이 실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고용한 민간 용역업체 직원들이 대추리 주민들과 범대위의 저항을 막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무자비한 만행들을 잠시만 떠올려 본다면 감히 이런 내용의 기사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반미운동에 이용당하는 평택 주민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 신문은 삶의 터전을 걸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일부 운동단체의 반미운동에 이용당하는 존재로 왜곡시키기도 한다.

작년 2월 결성된 범대위에는 민주노총, 통일연대, 민변, 전농, 한총련 등 이름깨나 있는 단체는 다 끼어 있다. 범대위 건설안이라는 문건을 보면 "현재 투쟁전선이 평택, 국보법, 파병반대, 비정규직, 쌀개방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어 투쟁동력이 취약하다"며 "투쟁동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평택 미군기지 연대기구 건설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크게 한판 붙을 핑계가 없을까 찾다 대추리로 들어온 것이다. 이런 운동이 주민을 위한 운동이 될 리가 없다. '범대위 건설 제안서'는 아예 "주한미군 재배치는 대북 선제공격과 대중국 봉쇄에 유리한 전초기지를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으니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기필코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3월 12일자 사설 '외부인 정치투쟁 장 돼버린 평택 미군기지 터')

범대위는 통일연대와 한총련 등 100여개 단체가 연대한 단체다. 그 정체는 연대한 각 단체의 면면도 그렇지만 상임대표를 맡은 문정현 신부의 전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문 신부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과 같은 국책사업 반대시위는 물론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는 반미시위 현장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투쟁을 선동 해온 인사다. 문 신부와 범대위의 선창에 따라 대추리 곳곳에는 '미군 위한 농민 땅 강제수탈 온몸으로 막아내자'는 등의 플래카드가 나부끼면서 전장을 방불케 한다. (문화일보 3월 17일자 사설 '평택 반미기지화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한마디로 지금 평택에서 반대 시위를 하는 자들은 주민들이 아니라 평택을 반미기지화하여 앞으로의 반미투쟁의 메카로 이용하려는 일부 운동단체들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시각은 평택 시청의 한 관계자의 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주 못 하겠다는 노인 분들 모두 직업 운동권에게 이용당하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 오래 버티면 돈 더 준다고 꼬시니까 아무 것도 모르는 노인 분들이 속아서 남아 있는 거예요"(오마이뉴스 3월 10일자 '돈 땜에 그런다고? 어떤 급살 맞을 놈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왜곡에 대해서 굳이 하나하나 따져가며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는 바로 그 이용당하는 노인 분들의 이야기에서 증명되기 때문이다.

- 그러면 정말 왜 안 떠나는 거예요?
"(김영녀 할머니. 81세) 내 땅이랑 내 집 놔두고 왜 우리가 나가? 이 나이에 나가면 어디서 뭘 먹고 살어? 우리가 쌀을 달라 했어, 돈을 달라 했어? 다 필요없으니까 제발 그냥 살게 내비 둬. 지금 우리보고 나가라는 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하고 같은 말이여.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늙은이들한테 지금 뭐하는 짓들이여.

- 그래도 국가에서 시키는 일인데, 따라야 하지 않아요?
"한 번 물어봅시다. 기자 양반은 국가가 시키면 옳고 그른 것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배운 거여? 그리고 민주국가에서 어째 주민하고 한 마디 상의없이 그런 결정을 하고 그런디야. 지들끼리 결정하고, 지들 마음대로 주민들 나가라 하고, 이젠 우리 땅까지 지들 마음대로 공탁을 걸어놨어. 아주 환장하겄어. 높은 양반들은 늘 그렇게 지들 마음대로인가베. 그러니까 노동자 파업하는데 골프치러 가고, 여기자 가슴이나 덥썩 만져쌌지."

- 외부에서 대추리로 이사와 미군기지 확장 반대하는 사람들 어떻게 생각해요? 할머니들을 이용한다는 말도 있는데.
"빈 집에 들어와 사니까 우리야 고맙지. 그 사람들이 있으니께 그나마 좀 힘이 되는 거여. 우리 노인들이 무슨 힘이 있어. 이쁘고 고마우니까 가끔 쌀이랑 김치도 주고 그러는 거여. 누가 우리를 이용한다고 그려? 하여간 시청 직원 놈들은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 맺혀서 그런지, 미운 말만 골라 헌다니께."
(오마이뉴스 3월 10일자 '돈 땜에 그런다고? 어떤 급살 맞을 놈들이...')


평택주민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올해에도 농사짓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일 평택 주민들의 영농활동을 막기 위해 농수로를 강제 차단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팽성읍 주민들은 국방부가 부어 놓은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농수로를 원상태로 복구시켰다.

내가 살던 땅에서 계속 살겠다는 것, 지금까지처럼 올해에도 계속 농사짓겠다는 것. 이것이 평택 주민들의 소원이다. 이런 주민들을 폭력과 공권력을 사용하여 내치고 쫓아낼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평택은 반드시 지금껏 그 땅에 살아온, 그리고 지금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온 힘으로 싸우고 있는 주민들의 땅으로 남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언론비평웹진 필화(pilhwa.com)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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