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5일 대학로에는 각계각층 2만여명이 모여 한미FTA 체결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다
15일 대학로에는 각계각층 2만여명이 모여 한미FTA 체결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다 ⓒ 박준영
지난 96년 새벽 6시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의원들의 노동법, 날기치법 통과를 반대하는 범국민항쟁 이후 10여년 만에 또다시 전 국민이 항쟁의 봉화를 올렸다.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의 감격처럼 15일 대학로를 가득 메운 2만여 대오(자주민보 추산)는 노동자, 농민, 학생, 빈민뿐만 아니라 영화인, 교수, 언론인, 의료인, 사무직 노동자,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회원 등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계급계층을 망라하고 있었다.

10년 전에는 신한국당이 무너뜨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단결했다면 오늘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한미FTA 저지를 위해 단결한 것이다.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계급계층별로 사전집회를 통해 결의를 다진 참가자들은 본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3시 30분 깃발을 앞세우고 무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학로를 가득 메운 대오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흔들리는 깃발의 물결이 대오의 규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대회장 주변에는 한미FTA의 본질을 형상한 여러 형상물과 퍼포먼스가 이어지기도 했다
대회장 주변에는 한미FTA의 본질을 형상한 여러 형상물과 퍼포먼스가 이어지기도 했다 ⓒ 박준영
오종렬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감격스런 어조로 "수십년간의 투쟁으로 우리는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갑오농민항쟁, 4.19대혁명, 87년 대항쟁의 총화가 오늘 대학로에서 시작되었다"며 항쟁의 역사를 승리로 장식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항쟁의 시작'으로 명명된 이날 집회는 FTA 체결을 강요하는 미국을 향해서는 '반미'를, 'FTA만이 경제회생의 길'이라며 FTA 체결에 매달리는 참여정부에는 '국민의 심판'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특히 대회 내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형형상물들과 2만 대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마당극패 '걸판'의 마당극은 FTA저지가 누구와의 싸움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마당극패 '걸판'은 미국을 우리 국민 모두를 죽이는 '암덩어리'로 비유하며 모두가 힘을 합쳐 '반미'를 외치고 FTA를 저지하자고 말해 참가자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마당극패 '걸판'은 미국을 우리 국민 모두를 죽이는 '암덩어리'로 비유하며 모두가 힘을 합쳐 '반미'를 외치고 FTA를 저지하자고 말해 참가자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 박준영

FTA저지로 주권을 지키겠다는 노동자, 농민, 영화인과 그들의 목숨을 옥죄는 검은 장막의 부시형상의 대형형상물은 종각까지의 행진에서 맨 선두를 지키면서 주변의 시민들에게 한미FTA의 본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마당극패 '걸판'은 노동자, 농민, 학생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암덩어리'인 미국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제의 마당극을 펼쳐 대회 참가자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한편 '미국이라는 암덩어리는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로 뭉쳐 한번에 뽑아버려야 한다'며 '반미'로 목소리를 뭉친 대회 참가자들의 마음을 모아 각계각층 대표자들은 무대에 올라 FTA, 미국과의 한판 싸움을 힘차게 시작하자는 힘찬 결의발언을 이어갔다.

영화인 대책위, 교수학생공대위, 농축수산협회, 보건의료노조, 교육대책위, 지적재산권대책위,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한국노총, 문화예술공대위, 금융노련, 참여연대 등을 대표해 자리에 선 대표자들은 한결같이 "한미FTA가 체결되면 2년 후 대선에서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를 뽑게 될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주권사수를 위해 FTA 저지에 모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미FTA 저지를 다짐하며 오는 11월 100만 대항쟁을 호소하는 각계각층 대표자들
한미FTA 저지를 다짐하며 오는 11월 100만 대항쟁을 호소하는 각계각층 대표자들 ⓒ 박준영

덧붙여 대표자들은 FTA에 따른 개방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교육, 의료 등의 미국산업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최인순 위원장은 "맹장염 수술하는데 1000만원, 썩은 이 뽑는데 100만원이 필요한 시대가 한미FTA체결로 열리게 된다"면서 미국식 의료산업화를 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은 "교육개방으로 건설될 국제학교의 등록금은 1년 3천만원으로 교사도 다국적 전문가로 채워진다"면서 "교육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민족의식 교육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면서 교육개방 저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2만여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한미FTA 저지 그날을 향한 범국민적 항쟁의 봉화'를 지펴올렸다
2만여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한미FTA 저지 그날을 향한 범국민적 항쟁의 봉화'를 지펴올렸다 ⓒ 박준영

오늘의 2만이 내일의 100만이 될 것을 결의한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항쟁의 봉화를 올리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종각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우리 민족의 얼을 깨우는 풍물과 한미FTA의 본질을 형상한 대형형상물은 1백여 명이 넘는 횃불대오로 이어졌다. '민중봉기'를 상징한다면 횃불대오는 종각까지의 행진에서 한 점 꺼지지 않고 불을 밝혔다.

한미FTA의 본질을 형상한 대형조형물을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했다.
한미FTA의 본질을 형상한 대형조형물을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했다. ⓒ 박준영
종각까지의 먼 거리를 평화롭게 행진한 대오는 종각 앞에서 '한미FTA 저지 민중총궐기 결의대회'를 갖고 오는 11월에는 100만이 총궐기하여 FTA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정광훈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칼로스쌀 판매꾼, 수입쇠고기 푸줏간주인, 할리우드 필름 배달부가 되려 한다"고 풍자하고는 "2006년 개띠를 맞아 한미FTA 저지에 개떼같이 일어나 민중의 힘을 보여주자"며 통쾌한 발언을 해 참가자들의 긴 행진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한미FTA저지"라고 쓰인 대형불글씨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1차 범국민대회를 마치고 11월 100만 대항쟁의 시작을 열었다.

한미FTA저지를 향한 국민들의 대항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횃불대오가 행진의 선두에 섰다
한미FTA저지를 향한 국민들의 대항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횃불대오가 행진의 선두에 섰다 ⓒ 박준영
대회 참여자들의 마음을 담은 듯 배우 최민식씨가 주먹을 굳게 치켜올렸다.
대회 참여자들의 마음을 담은 듯 배우 최민식씨가 주먹을 굳게 치켜올렸다. ⓒ 박준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