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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임시국회가 한창인 국회에서 유달리 바쁘게 뛰어다니는 한 사람이 있다. 다가오는 정기국회 때 이 법안만큼은 반드시 통과 시켜야 한다며 의원들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한 (재)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 김기상 이사장을 만났다.

▲ 국회대회의실에서 있었던 입법공청회
ⓒ 김영우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현대 상업문화에 밀려, 우리 전통문화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문화정책이 뒷전으로 밀려나 안타깝다는 김 이사장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 국회에 상정하려는 법안의 내용과 그 법안을 마련하게 된 이유는?
"말 그대로 전통문화진흥에 관한 법률안 제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문예진흥법에 의해 전통문화와 관련된 보호 육성정책이 실현되고 있지 않느냐는 말들을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2004년까지의 문화정책 및 그 관련 예산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문화 관련 예산 중 전통문화관련 예산, 다시 말하면 문화재청에서 집행하는 예산은 정부 예산의 0.29%, 문화관광부 예산 14%에 불과하다(문화재청예산 기준).

이래서는 전통문화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또 한 가지 부끄러운 사실은 OECD에 가입한 30개 국가 중, 전통문화에 투자하는 예산 비율은 29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나라의 전통문화라는 것은 그 민족의 근간이고, 존재의 이유가 아닌가? 따라서, 전통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과 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이제라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전통문화진흥법를 입안한 김기상
ⓒ 김영우
- 전통문화진흥법안이 나오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나?
"국회에서 문화관광관련 업무만 10여년을 다뤘다. 그러면서 늘 들었던 건 우리 전통문화를 위한 정책이 항상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관련 분야에서 직접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와 관련 부처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를 해왔다. 그러던 과정에서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전통문화 보존과 발전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항상 많지만, 그 많은 목소리들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인풋(INPUT)의 기능을 수행하는 마땅한 매개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1년부터 국회를 중심으로 전통문화를 확산시키고자 나름대로의 노력들을 해왔다. 국회의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한복을 입고 출근을 해 달라고 이야기도 하고, 또 전통문화 각 분야의 발전과 지원 정책을 위한 세미나와 정책 토론회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러한 결과를 가지고 지난해 몇 차례의 토론회와 입법공청회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거쳐 지금의 전통문화진흥법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 일부에서는 법률안의 제정과 실질적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는데
"문화는 강제성에 의해 소비되고 발전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다양한 방송매체와 인터넷, 공연장 등 우리 생활 주변에는 문화를 느끼고 접할 수 있는 수많은 매체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매체들의 80% 이상이 현대, 또는 신세대들을 겨냥한 문화상품들로 쏟아진다. 문화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보다, 매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문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우리 영화산업을 지킨다는 목적으로 시행됐었던 스크린 쿼터의 경우를 보면, 소비자의 선택권보다는 우리나라 영화 산업 보호를 위한 강제적인 제도였다. 그 결과, 한국영화는 제작사들의 투자심리를 확산시켰고 영화의 질 또한,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인도음악을 예로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다. 인도는 경제적으로는 후진국에 속하지만 인도 음악의 음원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인도의 교육정책이다. 인도는 자국의 음악교과서에 자국 음악의 교육비중을 80% 이상으로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인도 음악이 발전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의 아이들은 '아리랑'보다 헨델과 베토벤을 먼저 알아버린다.

아리랑을 듣는 것 보다 베토벤의 음악을 먼저 듣고 아는 것이 우선이라 여기는 교육에 우리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의 전통을 먼저 배우고 알기 보다는 외국의 교양과 음악을 먼저 느껴버리는 교육현실, 바로 이러한 것이 문화의 강제성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 전통문화의 진흥을 위해 법률안을 만들려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가꾸고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법으로라도 강제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초등교육 과정부터,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교육과정을 강화한다면 그 전문인력 또한 양성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자면 중등, 고등, 대학 과정에 좀 더 많은 교과과정이 신설될 것이다. 또한, 전통문화 관련 산업 또한 그 인프라가 넓혀질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것이 우리가 바라는 문화환경이고, 그러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법안의 마련과 시행이라고 생각한다."

▲ 1)김기상이사장 2)지난 2004년 전통문화진흥법 입법공청회모습 3)토론자들과의 공청회모습
ⓒ 김영우
- 전통문화와 관련된 재단을 설립했다던데
"그렇다. 오래 전부터 우리 전통문화와 문화재를 위한 민간주도의 연구와 정책제안을 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국회에서 국가경쟁력연구회를 시작으로 해서,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 '전통문화정책연구소'를 설립, 각계 전문가 분들과 함께 전통문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해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뜻을 함께 하는 많은 분들과 재단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해주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고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 앞으로의 각오가 있다면?
"얼마 전 유엔(유네스코)에서 '국제 문화다양성 협약'이 미국과 대만 등 몇 개 국가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체결되었다. 이는 더 이상의 절대 문화강국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 문화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21세기 세계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겨지기도 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민간주도로 활발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문화의 힘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한류에 한국이 없다'는 것이다. 스타 몇 명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기획은 반드시 역풍을 동반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미 일본을 중심으로 '폄한류'가 생성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이제라도 우리는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현대에 맞게 발전시켜야 할 것은 발전시켜, 세계 문화전쟁의 시대에서 우리 전통문화로 국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 한국전통무형문화재진흥재단은 바로 그러한 일을 하려한다.

전통문화인들을 위한 제도적인 기틀 마련을 위해 정책대안을 수립해서 정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스스로 발전시켜나갈 것은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은 알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과 재단의 모든 구성원들은 반드시 그 사명을 다해 나갈 것이다."

짧은 만남과 대화였지만, 우리 전통문화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강제적인 법률안이라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김기상 이사장의 얼굴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낸 왕성한 봄을 느끼게 하는 강한 의지를 보았다. 우리 전통문화에도 이제 봄이 오려는가.

덧붙이는 글 | 김영우 기자는 전통문화정책연구소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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