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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이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서 경찰 제복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권위의식, 두려움 그리고 거부감을 가질 것이다. 특히 70, 80년대 경찰관은 왠지 거부하고픈 존재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긴 달라진 모양이다. 내가 만난 우리 동네 초임순경인 손상우(27)씨를 보면 말이다.
손상우 순경(대구북부경찰서 고성지구대)은 경찰에 입문해서 지구대에서 첫 근무한 지 이제 만 한 달이 되었다. 경찰의 어떤 면이 좋아 입문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경찰제복이 단지 좋아서라는 지극히 단순한 대답을 해 기자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래서 제복이 주는 이미지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것 역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경찰제복이 주는 이미지가 단정함에 있다고 봅니다." 기자는 쉽게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많은 경찰을 봐왔지만 경찰제복을 보고 단정하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도 없거니와 단정한 경찰관도 보기 어려웠다.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질문을 던져 보았다.
"원래 어릴 적 장래희망이 무엇이었습니까?" 그러자 역시 자신 있게 대답한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제 생활기록부의 장래희망 칸에는 경찰관이라고 썼습니다."
상황이 이 정도면 경찰관이란 꿈이 단지 제복이 멋있어서 그리고 취업 타개책의 일환으로 생각한 게 아니라 뭔가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있으리라 짐작되었다. 더구나 그는 경북대 물리학과를 졸업하였기에 궁금증은 더해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부친의 직업은 경찰관이었다. 당연히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의 부친은 경찰 생활을 시작한 지 30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정년을 3년 정도 바라보는 나이, 그의 계급은 여전히 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경사에 불과하다. 기자의 관심은 그의 부친에게로 점점 옮겨져 갈 수밖에 없었다. "경찰관으로서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요?" 손 순경은 주저함이 없었다.
"아버지는 경찰관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존경하는 분입니다. 언제나 친절하셨고 모범적이었고 힘든 경찰관 생활을 하시면서도 집에서는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지구대에 근무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경찰관 생활을 존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풋풋하게 배어 있는 어투였다. 부친의 근무처를 묻자 인근에 있는 북침산치안센터에 치안담당관으로 근무한다고 한다. 당연히 부친도 만나보길 제안했으나 그럴 수 없는 처지라고 전언한다. 3년 전 발병한 대장암 때문에 얼마 전 세 번째 수술을 하고 이번 주까지 병가를 낸 상태라고 한다. 기자는 화제를 돌렸다. 한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물어 보았다.
"저는 주위에서 순진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실제로 경찰 생활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많이 보게 되면서 내가 너무 세상물정을 몰랐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가 순진하다는 말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었던 작은 사건(?)이 있었다. 지구대에 근무한 지 3주차가 되었을 무렵 일방통행 도로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역방향으로 오는 승용차가 있었다. 당연히 단속하거나 계도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 자동차가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오른쪽으로 비켜 주었다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후진하다가 미등을 깨뜨려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자기 비용으로 수리했다는 것. 그 당시 자기가 경찰관이라는 신분을 잠시 잊었다고 한다.
그의 나이는 이제 27세. 사귀는 애인이나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아직 없다고 한다. 내친김에 요즘 여성들이 결혼 상대로 경찰관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냐고 묻자 "아직 우리 사회엔 경찰관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경찰이라는 직업이 위험한 업종이라는 인식도 이런 거부감이 더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근무 외에 자기시간은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묻자 앞으로 헬스나 스포츠댄스와 같은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가지고 싶다고 한다. 혹시 몸치가 아니냐고 묻자 제대로 짚었다고 활짝 웃는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부탁했다.
"얼마 전 제가 근무하는 지구대 관내에서 여고생 살인사건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때 제가 야간에 소내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처음부터 상황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근무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건성으로 순찰을 할 것이 아니라 진짜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상투적으로 들릴는지 모르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셔서 실습생 시절 같은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때와 같이 함께 근무하고 끝까지 정년을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이제 막 경찰관 생활을 시작한 그에게서 경찰의 소박한 미래를 보았다. 제복이 주는 엄격함, 권위의식이 아니라 그의 생각대로 단정함과 친절함으로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서비스 하는 경찰관상을 그려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동네뉴스(www.dongnenews.net)에도 송고되었으며 남해길 기자는 동네뉴스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