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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주인공이 모두 청각 장애인으로 나오는 영화 '그 여름 조용한 바다'
남녀 주인공이 모두 청각 장애인으로 나오는 영화 '그 여름 조용한 바다' ⓒ 그여름조용한바다
장애인들의 성 이야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장애 유형에 따른 성'이다. 장애 유형은 참 다양하지만 지금은 뇌성변병(뇌성마비) 장애인과 척수장애인, 정신지체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대부분 성에 대한 흥미 또는 성적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타인에게 드러내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전문상담원에 의하면,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경우 성적 호기심이나 자신감이 결여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감추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반면 이들의 성적 욕구는 비장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실제 성생활 또한 우려할 만큼 장애는 없다고 한다.

척수장애인들은 대부분 중도장애인(후천적 장애인)이 많은데 이들은 처음에 심리적인 충격에 빠져 있기 쉽고 공통적으로 우울증에 시달린다. 또한 보행 장애뿐만 아니고 성적 기능, 배변, 배뇨 나아가 자립능력도 없어지는 유아(幼兒)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비유다.

그러므로 이들의 성적 욕구와 성행위를 보통 장애인들과 같이 생리적, 물리적 면에서 접근하긴 어렵고, 성행위보다는 사회 심리적 행위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성행위란 뇌의 반응이며 심리적 반응에 의해 만족감이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척수장애인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성생활의 만족을 누릴 수 있다.

정신지체장애인들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다 자란 철없는 어린아이' '지능이 낮은 사람'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다 성장한 정신지체장애인이라면 부모들은 이들에게 성교육 같은 것을 생각조차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신지체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이 신체 변화가 이루어지며 제2차 성징도 나타난다. 비장애인과의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생활 적응력이 떨어지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쇄물이나 기타 정보지들을 읽을 수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워 성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가 부족하다. 이것들을 보완해주면 모든 장애인도 성생활을 하는 데 있어 비장애인들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정부와 사회 장애인 성을 위한 제도 마련 필요

이렇듯 장애 유형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모든 장애인들은 성적 욕구를 느낀다. 따라서 정부나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회가 장애인들을 보는 시선은 아주 냉소적이며 성과 관련해서는 더욱 비적극적인 면을 보인다.

어떤 사람들 중에는 '장애인들도 성욕을 느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될 때까지 과연 우리는 장애인들에 대해 무엇을 해주었으며 그들을 알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었나, 자문해 볼 일이다. 앞으로 장애인 성에 대한 이야기는 장애인, 비장애인을 막론하고 공개적으로 토론되어야 그 해결책이 쉽게 나올 것이다.

'장애인 푸른 아우성'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beautysex21)
'장애인 푸른 아우성'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beautysex21) ⓒ 장애인푸른아우성
'장애인 푸른 아우성'은 최근 열흘 동안 홈페이지(cafe.daum.net/beutysex21)를 통해 '장애인 결혼율과 성생활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장애인이지만 결혼은 했다'라는 질문에 '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성생활에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질문에도 '만족한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이어 '장애인이라 결혼을 못했다'에 31%, '성생활을 해볼 기회가 없다'에 31%가 응답했다.

이것을 정리하면 '결혼을 못했고 성생활을 해볼 기회가 없다'는 장애인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장애인이지만 결혼했다' '성생활은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라는 설문 응답을 보면 장애인도 결혼하고 성생활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덧붙여 '성생활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설문에는 18%가 응답했다.

결혼과 성생활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하기 위한 만남은?

그 여름 조용한 바다
그 여름 조용한 바다 ⓒ 그여름조용한바다
결혼과 성생활의 만족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전신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C씨(40·남)는 비장애인인 L씨(35·여)와 3년 전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C씨에게 결혼·성생활 만족도를 묻자, 그는 "아주 좋지요"라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이어 "전신마비로 결혼까지 해서 좋은데 와이프와 성생활까지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환한 웃음까지 보여 주었다. L씨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니 "솔직히 만족할 만큼 (성)관계는 아니어도 남편이 좋아하고 자신도 어느 정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결혼과 성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대로 뇌성마비 장애인인 K씨(38·남)와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Y씨(35·여)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니 남편 쪽은 모든 면에 있어 만족한다고 하였으나 와이프의 경우 성생활 부분에서는 크게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Y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제가 하체에 힘이 없어 (성)관계를 가질 때 수동적인데 남편도 몸이 불편하니 관계할 때 한계점이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결혼 생활에 있어서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구분 없이 만족해 하지만, 성생활에 있어선 어느 한쪽이 비장애인이어야 서로 만족할 만한 (성)관계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물론 개인차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성서비스' 법적으로 통과하기 어려운 제도

정리를 하자면, 장애인의 성에 대해 우리는 너무 닫힌 생각으로 보고 있다. 주요인은 이 나라 복지정책과 사람들의 무지에서 오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때문이다. 이런 편견때문에 그들이 마음 놓고 성문제에 대해 하소연할 수조차 없는 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일부 단체 모임에서 일명 '성 서비스'를 제도로 정착시키자는 논의를 하고 있으나 아직 이 나라 법률과 우리들의 인식 안에선 통과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애인의 성도 비장애인의 성과 동일하게 인식돼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마음을 열고 만남의 장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준규 기자는 현재 뇌병변(뇌성마비, 중추신경의 손상으로 보행 또는 일상생활동작에 제한을 받는 것) 장애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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