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윤리경영의 발견>은 기업이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이윤’과 ‘윤리’는 상충된다는 전제를 깔고 대립하는 두 가지 이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일 뿐이고, 다른 모든 고려는 효율성을 저해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극단적 자유주의 이론 VS ‘기업은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윤은 그 다음 고려 사항’이라고 주장하는 극단적 대안학파 이론.
저자는 기업인들을 만난 경험을 통해 많은 한국인들이 이 같은 이론에 경도되어 있다며, 기업과 시민단체의 논쟁이 치열하게 계속됨에도 이윤과 윤리 사이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기업에게 이윤과 윤리는 정말 서로 충돌하는 개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진단을 내린다. 진단은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경영에 적용된 사례를 찾아 대안을 모색하게 한다. 비록 ‘윤리경영’ 앞에 ‘전략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전략적 윤리경영’은 크게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인적자원관리’와 기업 외부와 연관을 맺고 이뤄지는 ‘사회책임경영’의 두 분야로 나뉜다. 내부 고객들인 임직원들과의 관계를 기업 전체 경영 전략과 어떻게 통합시킬 수 있는 지와, 미래의 직간접적인 외부 고객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내용이다.
먼저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를 살펴보자. 저자는 여러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일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급여수준’이 아니라 ‘배움’과 ‘기술습득’ 등에 있음을 증명한다. 임직원들을 성과급 체계로 관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임금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깰 것을 주문한다.
저자는 임직원들이, “의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걸고, 기자로서의 양심을 걸고” 같은 표현처럼 ‘전문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 직업인도 전문가들이 직업윤리를 저버렸을 때 아주 비도덕적인 일로 취급되는 것처럼 평가되고, 전문가들처럼 일에 대한 ‘자긍심’과 ‘자율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내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내는 것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1970년 9월 13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유명한 글의 제목이다. 이 글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게임의 룰만을 지키는, 다시 말해 부정이나 거짓을 저지르지 않는”데서 끝난다는 것.
저자는 “기업의 책임은 이익을 내는 것이고, 합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에게 다른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오히려 공공선을 해치는 잘못된 행위”라는 게 이 글의 변명의 논지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책임경영은 이익을 필요 불가결한 전제조건으로 삼되, 사회가 당면한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기업들은 어부들에게 고기를 잡아주거나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어업의 산업구조를 혁신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적자원관리와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사례를 제시하며 ‘전략적 윤리경영’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준다. 전력적 윤리경영은 저자가 제시한 사례처럼, 유에서 무를 창조한 ‘발명’이 아니라 존재했던 것에서 찾아 낸 ‘발견’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발견은 마이크로스포트, 나이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전략적 윤리경영을 보여준다.
저자는 기자 활동과 거시경제 컨설팅 회사에서의 인턴 활동 및 삼성경제연구소의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만났던 많은 기업들을 통해 전략적 윤리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전략과 윤리가 만난 윤리경영이 자본주의 신뢰회복할까?
저자는 “전략과 윤리가 만나야 윤리경영이 완성된다는 이 책의 주장은 기업에서 전략을 고민하는 사람이나 윤리를 고민하는 사람 양 쪽 모두에게 낯설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윤리경영은 ‘주먹구구식 자선행위’라는 오명을 벗어나 전략적 설계를 통해 끌어나갈 수 있는 어엿한 경영 전략 행위”라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윤리경영 담당자들은 전략기획 전문가 이상의 잔략가가 되어야 한다”며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기업 전체 전략과 윤리경영 전략을 연결시키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과 몇 년 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계속 터지는 대형 기업 스캔들로 인해 자본주의의 신뢰가 위기라고 했다. 그래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윤리경영’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자본주의 시장논리와 지속되는 기업 스캔들 속에, 초기의 윤리경영은 현실성을 의심 받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전력적 윤리경영의 발견>은 이제 ‘전략적 윤리경영’이 또 다른 구원투수로 등장할 차례라고 말한다. 경쟁과 전략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라며 전략과 윤리의 만남이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전략적 윤리경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기업 스캔들로 인한 자본주의의 신뢰 위기는 오늘도 계속 진행중이기에 그렇다. 국내 최대 기업의 연구소가 발간한 책인 만큼 모쪼록 수많은 ‘회장님’들이 읽어보시길 권해본다.
| | '전략적 윤리경영'의 몇 가지 사례 | | | | 존중하는 인적자원관리, 자긍심을 생산성으로 이끈 서비스마스터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한창 성장하던 1987년부터 1995년까지 이 두 기업의 주주가치 상승분을 합친 것보다 더 높은 주주가치를 창출한,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먼 청소용역업체대행기업 서비스마스터.
병원이나 학교 등에서 청소나 빨래 같은 일을 하는 인력을 관리해주는 회사인 서비스마스터는, 열악한 임금 조건에서 불안정하게 일하는 인력들에게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직장에 대한 충성심을 불어넣어 생산성을 높였다.
“청소도 기술이다. 스스로를 계발해 더 나은 청소 기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라”는 것을 내걸고 청소에 대한 연구개발과 교육훈련을 통해 계약직 청소원들이 자신의 일을 ‘단순기술’이 아니라 ‘숙련기술’이라고 느끼게끔 했다. 서비스마스터는 기술과 가장 관련 없는 것 같은 사람들에게 ‘기술자’라는 자긍심을 제공함으로써 고성장 신화를 이뤄냈다.
오픈북 경영과 주인의식, 스프링필드 리매뉴팩처링
스프링필드 리매뉴팩처링을 설립한 서른 세 살의 잭 스택은 ‘오픈북 경영’을 외치며, 회계 및 경영 자료의 완전 공개와, 공개된 자료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사원에게 경영 교육을 시켰다. 또한 모든 사람이 회사에 대해 책임과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종업원 주식 소유와 실적 연동 급여를 도입했다.
1983년 119명이던 공장 직원은 1999년 1000명을 넘어섰고, 매출은 1240만 달러에서 1억5000만 달러 이상으로, 주식 가치는 주당 10센트에서 33달러로 뛰어 오르는 엄청난 결과를 빚었다.
잭 스택이 실행한 오픈북 경영의 핵심은 모두가 비즈니스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는 선수들에게 홈런 몇 개를 치라고 주문할 때는 그만큼의 홈런이 다른 사람들이 달성할 안타와 도루와 방어율 등과 합쳐져서 전체 팀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알려줘야 하는 스포츠경기와 같다는 것. 오픈북 경영은 장부와 정보 공유를 통해 자율성과 주인의식을 불러 와 결국 생산성 향상을 이뤘다.
투명한 회계의 전략적 의미,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익 전망치를 줄여 주가 거품을 미리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특이한 기업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1986년부터 1999년까지 순이익은 매분기, 전년 같은 분기보다 늘어났고, 분기 매출액 성장률은 전년 같은 분기에 견줘 한 번도 15% 이하로 떨어진 일이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언제나 시장의 예측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투자자들이 경영자의 허풍을 믿고 주식을 비싼 값에 샀다가 얼마 뒤 거품처럼 주가가 빠지면서 생길 재산 손실을 미리 걱정해 애초부터 이익을 최대한 낮게 발표하려 노력했다. 다른 기업들이 주주 중시 경영을 외치면서 공격적 배당이나 과장된 경영 전망 발표를 통해 인위적 주가 관리에 나서 주가 거품을 조장하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창업 초기의 엄청난 이익 증가세가 언젠가는 끝나고 실적 둔화가 따라올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이익이 많이 났을 때 보수적 회계 기준을 적용했다. 이는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주주 책임경영, 즉 윤리경영일 뿐만 아니라, 전략경영이기도 하다. 경영진들이 회계를 전략적인 윤리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올바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적 기업이 제3세계 노동문제 해결사로 나선 이유, 나이키
1996년 미국 잡지 <라이프> 6월호에는 젊고 세련된 나이키 스포츠용품이 대부분 아동들의 노동을 착취해 만들어졌다는 비판 기사가 실렸다. 이 뉴스는 미국과 유럽 사회를 들쑤셔 놓았다. 사람들은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광고문구를 빗대 “어린이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켜서라도 무조건 생산하고 보란 얘기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나이키는 본사가 디자인과 마케팅만 맡고 생산은 모두 다른 회사에 아웃소싱하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화의 맏아들 역을 자임하고 있었다. 나이키 제품은 처음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을 거쳐 최근에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주로 제3세계 각지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라이프>의 보도는 이 모든 이미지가 거짓이었다는 배신감을 안겨줬다.
나이키는 불거진 문제 자체를 해결해 ‘기업 시민권(corporate citizenship)’을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노동 및 환경 관련 업무를 모아 기업 책임부서를 신설했다. 신발 공장 종사자의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 안전, 건강, 경영자 태도, 인력개발, 환경 관련 내용을 담은 생산지침을 만들었다. 이후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 계약을 맺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 업체의 물량과 자격을 평가하는데도 이용했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환경과 청년근로자들의 교육훈련 환경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근로자와 공동체를 위한 국제연대’를 공동 창립하는 등 근본적 변화를 추진한 뒤에야 비로소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나이키가 남긴 교훈은 세계화의 수혜를 입으려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고 의무를 지키며 국제사회의 시민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전략과 윤리경영의 발견> / 이원재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123쪽 /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