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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 이전갑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이 19일 오전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뒤 임원들과 함께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비자금 등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 이전갑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이 19일 오전 대국민사과를 발표한 뒤 임원들과 함께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 대체 : 19일 저녁 7시30분]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훔친 도둑이 그 돈을 다시 토해낸다고 해서 있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1조원(4월 19일 종가 기준으로 약 8000억원) 글로비스 주식 사회 환원을 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반복되는 사회환원이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 아니냐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사회 환원

"삼성, 론스타, 현대차...문제 있는 기업마다 기부 경쟁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따라가기라는 비판도 있다"

19일 오전 11시 30분 현대차 그룹 양재동 사옥에서 진행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나온 지적에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담당 이전갑 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오해를 받을까 봐 신중하게 결정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발표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 환원은 없다"던 정몽구 회장의 말이 이틀 만에 뒤집힌 데다 1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

현대차는 글로비스 주식을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복지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기부할 사회복지기관 조차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다.

8000억 사회 환원을 약속했던 삼성과 유사한 해법도 논란거리다.

사회 환원 이외에도 현대차 그룹은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위원회 설치해 주요 의사 결정과정에서 비윤리적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기획총괄본부 조직을 대폭 축소·개편해 계열사별 자율 경영체제 구축, 계열사 대표의 책임과 권한 강화를 강조했다.

윤리위원회는 삼성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만들기'와 유사하며, 기획총괄본부 조직 대폭 축소는 삼성의 구조조정본부 축소와 맞닿아 있다.

국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 중소기업 협력사 지원 방안 마련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지만 이에 대한 계획은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사회환원을 약속한 정씨 부자의 사재는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사업기회를 편취, 배임이라는 불법행위를 통해 획득한 글로비스 지분"이라면서 "이는 당연히 현대차 3사에게 되돌아가야 할 것이지, 선심 쓰듯이 정몽구 회장이 사회에 되돌려야 할 자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으로부터 시작돼 론스타, 현대차까지 불법행위를 한 당사자가 정부 당국과 사법처리의 수위와 방향을 흥정하는 대가처럼 사회공헌을 제시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확약서 이행 요구하는 비정규직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구속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구속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불법경영, 비리 주범 정몽구를 구속하라"

현대차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19일 현대차 그룹 노동자들은 한 목소리로 사주의 구속을 촉구했다.

이날 새벽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 35명은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며 순천 공장 크레인 점거 농성을 벌이다 7시간 만에 경찰에 연행됐다.

현대 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61명은 지난해 10월 24일 해고자 원직 복직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11일간 크레인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은 11월 3일 현대하이스코 순천 공장장과 순천시장, 협력업체, 금속노조 등이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의 내용이 포함된 확약서에 서명하자 농성을 푼 바 있다.

하이스코 비정규직 노조는 "다섯 달이 지났지만 확약서가 지켜지지 않고 오히려 해고와 손해배상 소송이 들어왔다"면서 농성 이유를 설명했다.

오후 2시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 1500여명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그룹 본사 건너편에서 집회를 열었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삼성과 론스타, 현대차가 불법 경영을 한 돈으로 사회 공헌기금을 출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당연히 몰수해야 할 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 역시 "집 안을 챙기고 사회를 챙기는 것이 맞는 일 아니냐"면서 "2월 20일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하청업체 단가 인하를 통해 1조3000억원을 깎고 임금 동결을 선언해 놓고, 사회 공헌 자금 1조원을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 1500여명은 현대차 양재옥 사옥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금속노조 조합원의 사옥 진입에 대비해 오후 1시께 전경버스로 현대차 사옥을 둘러 싸고, 경찰력 15개 중대를 배치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구속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구속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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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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