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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칙 릿(chick lit)으로 일컬어지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헬렌 필딩), <쇼퍼홀릭 시리즈>(소피 킨셀라), <섹스 앤 더 시티>(캔디스 부시넬). 이 작품들은 모두 영화나 TV 시리즈로 각색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
대표적인 칙 릿(chick lit)으로 일컬어지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헬렌 필딩), <쇼퍼홀릭 시리즈>(소피 킨셀라), <섹스 앤 더 시티>(캔디스 부시넬). 이 작품들은 모두 영화나 TV 시리즈로 각색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 ⓒ 우먼타임스
[고진희 우타 리포터] 문학에도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칙 릿(chick lit)' 트렌드가 여성작가와 여성독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다이어트 콜라와 저지방 우유처럼 저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여성들의 기호가 반영된 가볍고, 쉽고, 담백한 문학 코드가 영어권 국가를 비롯, 아사아권 국가를 휩쓸고 있다.

'칙 릿'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새롭게 떠오른 대중문학 장르. 칙은 '병아리' 혹은 '작은 새', 릿은 'literature(문학)'의 준말로 '가벼운 문학'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199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헬렌 필딩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필두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칙 릿 계통 소설의 공통점은 모두 20∼30대 도시 커리어우먼이 주인공이고 이들의 삶을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칙 릿 소설의 대표작으로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비롯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쇼퍼홀릭 시리즈>(소피 킨셀라)와 <섹스 앤 더 시티>(캔디스 부시넬)를 들 수 있다. 세 작품 모두 영화나 TV 시리즈로 각색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칙 릿 소설은 영국을 중심으로 생겨나,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고 있다. 근대화 바람이 상대적으로 늦게 불고 있는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과 폴란드, 러시아, 헝가리를 포함한 동유럽권에서도 최근 칙 릿류의 여성소설이 출판시장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부 여성작가들은 칙 릿 소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가 페미니즘의 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사회적 억압, 성차별,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 염증을 느끼는 여성들이 '무겁지 않은' 코드에 열광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칙 릿 붐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같은 제목의 책을 편집한 말로리 영은 "페미니즘이 완전하게 뿌리 내리지 못한 지역에서 칙 릿은 페미니즘이 주는 자유의 기쁨과 포스트페미니즘에서 오는 물질만능주의를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설명했다.

같은 제목의 또 다른 책 (수잔 페리스)은 새로운 여성소설류에 대한 문화 현상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책. 칙 릿 현상을 여러 가지 시각에서 관찰하고 그 인기와 독자들의 지지와 반대가 섞인 강한 호응을 분석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품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할리퀸 문고로 대표되는 로맨스 소설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이 이런 류의 소설에 '칙 릿'이란 별칭을 붙이게 만드는 특성이 무엇인가를 면밀히 파고들어 간다.

그러나 여성운동이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된 나라에서는 페미니즘과 칙 릿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일본과 프랑스에서는 칙 릿 장르가 구축되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출간된 칙 릿 소설은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

가벼운 화법으로 어필하는 칙 릿 소설은 작품성이나 사회적 이슈를 담론화하는 문학의 기능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칙 릿 소설의 구성은 일정한 공식을 따르고 있고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상이 획일화돼 있는 등 한계가 있다.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하는 흔적보다는 쇼핑 등의 물질적인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캐릭터들의 모습만 자주 발견되는 것.

그러나 칙 릿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말한다. "사랑과 일 사이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여성들의 모습을 가벼운 필체로 그리고 있는 소설과 도시 여성들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장애를 극복하고 일과 사랑 모두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 많은 현대 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때문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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