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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남장애인부모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학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일 경남장애인부모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학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 경남장애인부모회
경남장애인부모회에 따르면, 경남 사천 S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7세·남·지체장애1급)군의 부모는 김군이 수업 중 문제행동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지난 3월 학교장과 담임교사로부터 차량으로 2시간 가량 떨어져있는 특수학교로 전학 갈 것을 수차례 강요받았다.

또 학교측은 김군이 수업을 방해하고 교실의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입실을 거부했으며 지난 7일에는 학생들에게 ‘우리반 분위기’라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부모에게 또다시 전학을 강요하고 강제 퇴학까지 거론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경상남도 장애인부모회(회장 윤종술, 아래 경남장애인부모회)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경상남도 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학생에게 전학과 강제퇴학을 강요한 학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학교 다니고 싶은 학생에 전학 권유는 ‘강요하는 것’

이 사건은 김군의 부모가 경남장애인부모회에 사건을 위임한 것으로 지난 17일 부모회가 진상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학교장과 담임교사가 장애학생에게 입실거부와 전학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경남장애인부모회 김동해 조직관리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장은 전학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장애학생이 공부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설치된 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한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학교 다니고 싶다는 학생을 전학 가라고 하는 것은 권유가 아닌 강요”라고 주장했다.

김군의 보호자가 작성한 사건 개요서에 따르면 김군의 담임교사는 김군이 수업시간에 소란스럽게 한 것에 대해 김군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으며 김군이 수업시간에 문제행동을 보이자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또 학교측은 김군이 속해 있는 학급 학생들에게 ‘우리반 분위기’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김군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라고 한 뒤 김군 부모에게 설문 내용을 제시하며 ‘김군 때문에 학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학을 가든지 강제 퇴학시킬 수 있다. 다음날부터 교실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조직관리팀장은 “김군의 부모가 이 사건에 대해 강하게 분노했으나 학교측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서로 한발씩 양보하려 했다”며 “그러나 담임교사가 김군의 문제행동이 고쳐지지 않으면 입실하지 말라고 하는 등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에 해당 학교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교 "전학강요 한 적 없다"... 장애학생 부모 "입실거부로 집에서 지내"

경남장애인부모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통해 “경남 사천의 S 고등학교는 장애학생에 대한 전학을 강요하고 입실거부, 강제퇴학을 거론했다”며 “이로 인해 장애학생은 자립을 위한 생명과도 같은 교육의 기회를 학교 측으로부터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모회 회원들이 장애인교육 차별을 없애라며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모회 회원들이 장애인교육 차별을 없애라며 피켓을 들고 있다. ⓒ 경남장애인부모회
이어 경남장애인부모회는 “해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되면 전국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정적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면서 “그러나 바로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교육의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장애인부모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상남도 교육청(교육감 고영진)이 ▲장애인의 교육 의무를 외면하는 해당학교에 대한 진상 조사 ▲전학강요·퇴학 거론한 해당학교 관계자 처벌 ▲교사 대상 장애학생 이해 교육 및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해당 학교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전학을 ‘강요’하고 ‘퇴학’시키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설문조사와 관련해서는 “설문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담임교사가 어떻게 무슨 내용으로 받았는지는 확실히 설명 못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상남도 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이 사건 담당자가 외부 출장인 관계로 현재로서는 교육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김군은 담임교사의 입실거부로 등교하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고 있다. 김군의 아버지는 “이전에도 아이가 학교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그러나 오히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이 됐었다”며 “이 사건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애학생 차별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마련되어야

경남장애인부모회 김동해 조직관리팀장
경남장애인부모회 김동해 조직관리팀장 ⓒ 경남장애인부모회
경남장애인부모회 김동해 조직관리팀장은 “장애학생이 장애로 인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차별받고 있는 것도 억울한데 장애학생에게 나타나는 문제들로 인해 입실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학교측에서 아이를 성추행으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는데 어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학교측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질문을 하더라”며 “학교와 담임교사가 장애학생에게 차별을 가한 것에 대해 뉘우치지는 못할망정 장애학생에게 가하는 말도 안되는 차별에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팀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이 내용이 제대로 보도되지도 않았다. 교육청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알리지 않으려 한다"며 "이러한 장애학생의 교육 현실이 언론과 사회에 알려져 장애학생의 교육현실이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팀장은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학교에서 장애학생을 공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학 가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러한 차별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는 특수교육진흥법이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하고 이런 차별을 엄중히 처벌할 수 있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www.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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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의 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차별적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변화시키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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