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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정국악원은 청소년들을 찾아가 궁중음악, 민속음악, 궁중무용, 민속무용, 창작음악 등의 다양한 공연을 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국악의 맛을 알리고 전수하는 청소년국악교실을 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저소득층밀집지역이나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 한 마당 국악공연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대전연정국악원은 빈들교회 ‘섬나의 집’의 공연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4월 21일 평소 대화동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빈들교회 예배당을 찾아와 신명나는 한판 국악공연을 펼쳤습니다.

ⓒ 김철호
공연을 시작하면서 사회자가 약속했습니다.
“어르신들 가슴을 시원하게 해 드리겠습니다.”사회자의 약속과 함께 시작된 첫 번째 공연마당은 “마지막 선물”이라는 해금중주였습니다.

ⓒ 김철호
첫 번째 공연마당이라서 조금은 소란스러웠지만 해금이라는 악기를 처음 대하는 아이들은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어르신들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해금소리인지라 어두워진 귀를 아쉬워했습니다. 모두들 해금의 자유로운 농현이 만들어내는 신묘한 소리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이들은 해금소리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으면서도 일상으로 꽹과리, 장구, 북, 징 등 사물놀이를 듣고 배워 온 터라 나름대로 진지하고 흥겹게 감상을 했습니다.

이 곡은 미래 세대의 주역으로 성장해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음(音)과 악(樂)통하여 소리로 전달하는 참 사랑 메시지입니다. 그러므로 해금소리에 실린 이 사랑의 메시지는 아이들로부터 어른신들 모두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의 초대였습니다.

ⓒ 김철호
두 번째 공연마당은 판소리였는데 흥부가 중 박타령 대목이었습니다. 서서히 흥이 나기 시작한 어르신들도 흥부일가가 밥을 엄청 많이 해놓고 밥을 퍼먹는 장면이나, 돈을 가지고 노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너도나도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모두들 악다구리로 살아온 자신들의 모진 삶을 회상하며 파안대소했습니다.

ⓒ 김철호
세 번째 공연마당은 ‘백도라지’라는 가야금 3중주였습니다. 이 곡은 우리 귀에 익숙한 민요 ‘도라지’의 선율을 주제로 하여 창작된 북한 음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22현 가야금 곡입니다. 이 곡은 기왕의 단 선율 도라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화성진행이나 리듬 변화의 결합이 어우러져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곡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아는 가락이 나오면 손짓, 어깨 짓, 발짓을 해대며 흥겨워 했습니다.

ⓒ 김철호
네 번째 공연마당은 ‘아름다운 인생’과 ‘방황’이라는 국악 관현악곡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곡은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삶 안에 사랑과 보람을 가득 채우며 열정과 기쁨과 보람의 아름다운 인생을 엮어내자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방황’이라는 곡은 국악 관현악곡으로써의 웅장함과 다양함보다는 압축 된 미감이 잘 표현된 곡으로 매우 서정적이며 고운 음색과 더불어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는 리듬이 특색입니다.

이 관현악곡연주는 피리소리를 필두로 4/4박의 독특한 룸바 리듬과 국악의 휘모리 리듬이 어울러지는 역동적인 공연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중간 중간 아쟁과 해금, 태평소의 선율이 감미로운 소리를 섞어 냈습니다. 비록 실내악이기는 하지만 모두들 국악 관현악곡을 감상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터라 공연장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누군가 청소년시대를 ‘질풍노도’라고 했습니다만, 저소득층 청소년들은 더 많은 더 다양한 심리적, 물리적 유혹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좌절과 분노, 슬픔과 절망을 털어내듯 손뼉을 치고 장단을 맞추며 환호했습니다. 어르신들도 자신들의 한 많은 질곡의 인생길에서 그래도 한번쯤은 즐겁고 기뻤을 날들을 회상하는 듯, 으쓱으쓱 어깨춤을 추고 장단을 치며 즐거워 했습니다.

ⓒ 김철호
네 번째 공연마당은 사물놀이였습니다.
사람들은 국악을 감상하면서 가슴 저미는 감동을 느낍니다. 그것은 우리의 체질 속에 우리 소리에 대한 유전적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슴깊이 숨겨진 우리의 무의식의 세계를 건드려 신명이 나게 하는 공연은 풍물이나 사물놀이입니다.

이제, 한껏 달구어진 공연마당은 사물놀이가락을 타고 한판 신명나는 놀이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맺힘과 설움과 분노, 가난과 고난, 소외와 불안을 떨쳐내고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굿판이 되었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어르신들께 물었습니다.
“어르신들 가슴이 시원하십니까?”
“그려! 속이 뻥 뚫렸어!”

비록, 번듯한 공연관이 아니라 작고 낡은 예배당에서의 공연이지만 이번 공연은 마음으로 연주하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나누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섬나의 집(seomna.or.kr)게시판에도 소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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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중층적이다. 필자는 희년빚탕감 상담활동가로서 '생명,공동체,섬김,나눔의 이야기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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