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포항 호미곶 광장 앞 유채꽃밭
포항 호미곶 광장 앞 유채꽃밭 ⓒ 추연만
해돋이 명소로 손꼽히는 포항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처럼 생긴 도드라진 지형 탓으로 바닷바람이 세게 몰아치는 곳이다. 다른 해안에 비해 파도가 높고 암초도 많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던 배가 풍랑에 좌초하는 사건은 아직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까닭일까? 호미곶 인근에는 바닷길을 밝히는 등대가 무려 5개나 있다. 우선 호미곶 광장에 우뚝 솟은 대보등대가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100년에 걸쳐 바닷길을 밝혀온 대보등대는 국내에 하나뿐인 등대박물관과 더불어 유명한 관광 명물이 되었다. 호미곶 광장에 활짝 핀 노란 유채꽃 단지도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와 잘 어울리는 사진촬영 장소다.

호미곶 등대(일명 대보등대)
호미곶 등대(일명 대보등대) ⓒ 추연만
구만리 앞바다의 수중등대.
구만리 앞바다의 수중등대. ⓒ 추연만
염치 불구하고 대보등대에 근무하는 분을 만났다. 흔히 말하는 '등대지기'를 난생 처음 본 것이다. 그는 "대보등대는 1908년 12월에 점등한 기록이 있다"며 "철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벽돌 건물이며 등탑(燈塔) 내부 각층 천장에는 조선왕실 상징인 배꽃 모양이 조각되어 있다"고 등대의 건축 가치를 설명했다.

또 그는 "1901년에 일본 실습선이 지금의 구만리 수중등대 근처에서 암초에 부딪친 사건이 발생했다"며 "일본은 이 사건이 한국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펴,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등대를 세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암초가 많은 구만리에는 '교각초(다릿돌)'에 얽힌 전설이 있다. '옛날에 마고할멈이 영덕군 축산 쪽에 있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돌다리를 놓아가다가 닭울음소리가 날 때까지 다 놓지를 못했다'는 내용이다.

구만리 앞바다에는 암초가 많아 선박사고가 자주 난다. 안전한 뱃길을 위해 암초 위에 등대를 세운 것이 지금의 '수중등대'다. 등대는 보통 흰색과 빨간색이지만 이 등대는 파란색을 띤 것이 특이하다.

바람 많고 물살이 거센 호미곶에는 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등대가 많이 있다. 빨간색 등대는 배가 항구로 들어올 경우,  항상 오른쪽에서 서 있어 안전 운항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바람 많고 물살이 거센 호미곶에는 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등대가 많이 있다. 빨간색 등대는 배가 항구로 들어올 경우, 항상 오른쪽에서 서 있어 안전 운항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추연만
빨간등대 맞은편 등대는 항상 하얀색이다. 등대가 있는 곳에 낚시를 하면 '손맛'을 자주 본다 합니다.
빨간등대 맞은편 등대는 항상 하얀색이다. 등대가 있는 곳에 낚시를 하면 '손맛'을 자주 본다 합니다. ⓒ 추연만
'고기 등대'인가? 풍어를 염원하는 뜻에서 등대에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건 모습이 퍽 이채롭다.
'고기 등대'인가? 풍어를 염원하는 뜻에서 등대에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건 모습이 퍽 이채롭다. ⓒ 추연만
구만리는 다른 곳보다 파도가 높고 바람이 세게 몰아치지만 예로부터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마을이라 한다. 고기가 뭍으로 밀려나오는 경우가 있어 마을 이름을 '까꾸리'(갈고리로 끌었다는 뜻)라고 붙인 곳도 있을 정도다.

항구에 세운 등대는 배가 포구에 들어올 때를 감안하여 오른쪽 빨간색이고 반대쪽은 흰색이다. 국제적으로 약속된 등대의 색깔이란 설명을 지난해 울릉도 어부들에게 들은 바 있다.

다른 곳과 달리 2중으로 만든 구만리 방파제에는 물고기를 건 등대가 있어 참 정겹다. 어부들의 풍어의 꿈을 물고기 상징으로 표시한 것이리라. 대보등대에 전화로 질문을 했다.

"등대고유의 특성을 살린 것"이라며 "자연 친화와 문화관광을 고려한 아이디어"라는 답변을 얻었다. 아무튼 재미있는 발상이다. 활력이 넘치는 구만리 포구가 더 정겹게 다가오고 야트막한 언덕에 심은 구만리 청보리가 더 푸르게 보인다.

청보리가 한창 핀 구만리 보리밭의 나무사이로 호미곶 광장의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청보리가 한창 핀 구만리 보리밭의 나무사이로 호미곶 광장의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 추연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