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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와 널뛰기 기온으로 뒤숭숭한 봄이지만, 그래도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은 피고 집니다. 봄맞이에 분주한 것은 물론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새들은 바통 터치를 하느라 바쁘고, 텃새들은 어느 계절보다도 예쁜 소리로 노래하며 짝을 짓기 바쁩니다.

요즘 산이나 들에 가보면 내 집 마련을 위해 입에 무언가를 물고 분주하게 오가는 작은 새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 역시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개구리와 도롱뇽이 먼저 떠오르고, 1주일 전에 잠을 깼다는 지리산 반달가슴곰도 생각나는군요.

하지만 가까운 한강의 가물치도 빼놓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민물고기의 제왕이 기침하시는 소리가 다른 물고기들에게 반갑지만은 않겠지만 말입니다.

▲ 한강의 얕은 지천 가에 나타난 가물치.
ⓒ 박정민
▲ 몸을 좌우로 흔들며 깊은 물을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 박정민
산후 보양식으로 특히 좋다고 해서 사람들은 '어떻게 먹을지'가 주관심사지만, 대부분의 민물고기에게 가물치는 반대로 '어떻게 먹히지 않을지'가 주관심사인 공포의 대상입니다. 최대 1m까지 자라는 거대한 몸집, 육식만 하는 식성, 탁월한 사냥 실력으로 무장한 이 녀석은 적어도 한국의 민물에서는 인간 외에 천적이 없는 최강자입니다.

뿐만 아니라 생명력도 강합니다. 3급수에서도 거뜬히 견뎌내며, 물이 모자라면 대신 입으로 산소호흡을 하면서 진흙에서 최대 6개월까지 버티는 놀라운 인내력의 소유자인 것이죠. 전국 각지의 민물에 고루 분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 편견을 버리려 애써보지만, 솔직히 호감이 가는 외모는 아닙니다.
ⓒ 박정민
▲ 몇 분만에 몸이 잠기는 물가까지 도달해 유유히 사라집니다.
ⓒ 박정민
그런 가물치가 한강변의 어느 진흙 속에서 겨울잠을 자다 깨어나 지금 물로 향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수온이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겨울잠을 청한다는군요. 봄날을 맞아 좋아라 했던 다른 물고기들에게는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셈이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순환이라 불리는 자연의 섭리이니 말입니다.

사진은 얼마 전 서울 한강의 어느 지천에서 찍었습니다. 한강에서의 낚시는 지정된 지역에 한해 허용되고 있습니다만, 혹 태공들의 과열경쟁이 일어날까 염려되어 자세한 촬영위치는 밝히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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