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이 들어오는 것을 가만히 보면 전쟁터에서 상륙작전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경남은 수입쌀로 완전히 포위가 된 셈이지요. 마치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오래 지나지 않아 여수, 목포, 군산, 인천 등지의 항구로도 상륙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리곤 양곡 창고로 운송을 하겠지요.
함양과 합천, 함안에 있는 양곡 창고로 가던 수입쌀들이 농민들의 저지로 모두 되돌아갔습니다. 함양과 합천에서는 창고에 내리지도 못하였으며, 함안에서는 성난 농민들에 의해 불태워지고, 아스팔트에 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25일 아침, 군청 직원들이 아스팔트에 뿌려진 쌀을 치우고 있습니다.
수입쌀의 운반은 해상운송은 한진해운이 맡았고, 육로운송은 대한통운이 맡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입쌀임을 알고도 받을 수밖에 없는 창고 주인들이나 하역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수입쌀을 취급하는 양곡업자들 모두가 수입쌀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이 길에 뿌려진 쌀을 주워서 구경을 합니다. 그러자 차에 싣는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농담을 던집니다.
"아지매! 한 푸대 그냥 가져 가이소~"
"공짜라고 묵으면 돼요? 우리쌀을 묵어야제."
인부들이 아무 말도 못합니다. 손에 쥐어 졌던 쌀은 아스팔트에 뿌려지고, 지나는 사람들은 묵묵히 갈 길을 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성난 농민들이 쌀을 태우고 길에 뿌리기도 하였지만 경찰들이 강경하게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청이나 군청 관계자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였지만, 경찰조차 구경만 해 주니 농민들은 속으로만 화를 삭이고 있었습니다.
부두로 돌아간 수입쌀이 다시 어디로 갈지는 모릅니다. 농민회 사람들도 모르고, 공무원들은 대답을 해 주지 않습니다. 저렇게 쌓여 있다가 어느 날 몰래 어딘가의 창고로 돌아갈 것입니다. 수입쌀이 창고로 가는 과정을 지켜보니 군대시절 탄약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쌀을 운송하는 트럭 기사조차 전화로 행선지를 알려 준다며 모른다고 합니다.
처음에 부두로 들어올 때는 주정용 쌀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은 밥상용 쌀이라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농민들 말에 의하면 주정용 쌀은 백미 상태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더구나 하역 작업을 하는 인부들에 의하면 쌀포대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어 중국쌀을 담아온 것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생산된 포대는 튼튼하여 갈고리를 걸어도 찢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운송 중에 유실된 쌀과 농민 시위로 버려지거나 태워진 쌀들은 도청에서 손실처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도청에서는 세금으로 해결을 하겠지요. 결국은 세금으로 수입쌀을 사는 셈이 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