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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확장에 반대하며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 도두리 농토에서 지난 6일 오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볍씨를 뿌리거나 볏짚을 태우는 등 농사준비로 활기를 띄고 있다.
미군기지확장에 반대하며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 도두리 농토에서 지난 6일 오전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볍씨를 뿌리거나 볏짚을 태우는 등 농사준비로 활기를 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평택 미군 기지 확장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국방부는 기지 확장 예정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군대를 투입해서라도 강제수용을 집행하겠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평택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지 확장이 이뤄지면 한국이 미국의 전초기지로 전락하게 된다며 강력한 저항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기지 확장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중재·조정하는데 역할을 해야 할 보수적 언론과 안보 학자들은 평택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을 붉은색으로 덧칠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미군 기지 확장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하고 한미동맹은 파국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해 평택 기지 확장 반대 운동을 고립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지 확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는 타당성이 있는 것일까?

기실 자가발전에 의해서든, 미국이 신호를 보내서든,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론'은 한국을 길들이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미국에서 흘러나온 한마디는 태평양을 건너면서 태풍이 되기 일쑤이고,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라는 만만치 않은 협상 상대를 두고 나라 안으로부터 힘과 지혜가 유실되어온 것이다.

이는 거꾸로 '주한미군 철수'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의 대미 협상력은 취약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동맹의 실이 득보다 더 커지는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 고려해야

그렇다면, 평택 기지 확장을 비롯해 미국이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거나 한미동맹을 깰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의 이해관계와 동맹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과 정치적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유동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한미동맹 문제를 미국의 전략적 차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미국이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과 파기하는 것 사이의 비교우위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라는 분석틀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을 깨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본다.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를 유지·강화하는데 '동맹'을 핵심적인 정책 수단으로 삼아온 미국이 먼저 한미동맹을 파기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전략적 혼란과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자신의 입장이 관철되는 한미동맹을 원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파기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중요하고도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만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 이 지역을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의 전체 해외교역량에서 동북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로써, 이는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다. 미국 스스로가 이와 같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와 같은 입장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비록 한국을 '테러와의 전쟁'의 중간기지나 대(對)중국 발진기지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대(對)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유용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패권전략의 핵심에는 중국이 다른 강대국이나 중위국가(middle power state)와 동맹관계를 맺는 것을 막는 것이 있다.

중국이 혼자서는 미국에 필적하기 힘들지만, 다른 국가와 동맹을 맺을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통일코리아가 강대국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국력과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한중동맹, 혹은 한중협력관계를 태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한미동맹의 파기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미동맹 파기되면 미일동맹도 흔들릴 것

24일 오후 유엔창설 60주년 기념 '자유동맹 10·24 국민대회'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에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형 애드벌룬이 띄워져있다.
24일 오후 유엔창설 60주년 기념 '자유동맹 10·24 국민대회'가 열리는 시청 앞 광장에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형 애드벌룬이 띄워져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셋째, 미국은 한미동맹의 파기나 주한미군의 완전철수가 미일동맹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파기는 동북아 동맹체제의 부담을 일본 혼자 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 모두에게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한미동맹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전략가들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의 이면에는 주한미군의 철수가 주일미군의 철수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미국은 한미동맹과 이에 대한 물리적인 근거로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이 한국의 핵무장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할 경우, 일본의 핵무장뿐만 아니라 미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온 핵비확산 체제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파기하거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경우,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거세게 일어날 것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이러한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닉슨 독트린과 뒤이은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공약에 대응해 박정희 정권이 핵무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시켜준 사례는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다섯째, 한미동맹의 파기가 무기 시장으로서의 한국이라는 '황금시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對)한국 무기수출은 매년 10억 달러 안팎에 달하고, 이는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미국은 한미동맹이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제 무기를 구매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미국이 한미동맹의 파기를 고려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한미동맹의 파기나 주한미군의 철수가 미국에 대한 다른 국가의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의 핵심에는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있고, 이를 위해 미국은 명시적, 묵시적으로 수십개 국가들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은 한미 양자 관계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필요한 요소이다.

한미 양국, 재협상에 나서야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전략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사진은 지난 2004년 10월 26일 윤광웅 국방장관과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서울국방부 청사에서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 LPP 개정안 등 3개 협정에 대해 서명했던 장면.
객관적으로 따져봤을 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전략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사진은 지난 2004년 10월 26일 윤광웅 국방장관과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서울국방부 청사에서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 LPP 개정안 등 3개 협정에 대해 서명했던 장면.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한미동맹의 변화를 꾀한다고 해서, 미국이 한미동맹을 깨거나 주한미군의 완전철수를 시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한미동맹 재편과 관련해 우리의 협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주한미군이 떠나면 어쩌나", "한미동맹이 결딴나면 어쩌나"라는 지나친 두려움에서 벗어나,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는 새로운 한미동맹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기지 확장이전이 무산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의 파국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미국의 동맹 전략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무리하게 확장이전을 관철시키려고 할 경우, 물리적 충돌을 비롯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내 반미감정과 한미동맹에 대한 여론 악화를 증폭시켜, 한미동맹의 기초를 허물게 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미동맹은 '사상누각'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평택 기지 확장이전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고 주한미군 감축 계획까지 고려한 재협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용산기지와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을 때, 2008년까지 1만2500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하기로 한 내용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또한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이양되면, 추가적인 감축도 시사하고 있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하지 못한 평택 기지로의 확장이전도 재검토해야 할 사유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하면서 무리하게 확장이전을 관철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유를 미국에게 전달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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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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