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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이 나기 전까지는 섭씨 25도 정도를 맞춰 주는 것이 좋고, 비닐을 씌워 습도를 유지해 주면 좋다고 하더군요. 나름대로 '온실'을 만들어 봤습니다. 10개들이 계란 용기를 잘라서 대를 세우고, 세탁소에서 받은 드라이클리닝 비닐을 씌웠습니다.
번듯하지는 않지만, '작은 온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나 봅니다. 이틀 후부터 연둣빛 새싹들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싹 틔우는 데 실패할지도 몰라서 씨앗을 많이 뿌렸더니, 새싹이 너무 많이 나왔더군요. 노란색과 녹색의 중간쯤 되는 새싹의 빛깔은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싹이 난 후 이틀 내리 비가 와서 햇빛을 보여주지 못했더니, 상추 새싹은 콩나물처럼 길쭉하니 키만 컸습니다. 빛이 있는 쪽으로 온 줄기를 뻗고 있는 모양이 귀엽습니다.
모든 씨앗 중에서 클라리 세이지는 가장 늦게 싹을 틔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두꺼운 줄기와 가장 통통한 잎을 자랑하고 있지요. 본잎도 가장 먼저 보여 주었습니다.
새싹들이 더디게 자라는 것 같아서, 큰 결심을 하고 솎아주었습니다. 3일 동안 어떤 싹을 뽑아내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계속 놔두면 다들 약해질 것 같아서, 그야말로 눈물을 머금고 웃자란 것들을 뽑아냈습니다.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서 몇 개 살리자고 나머지를 뽑아내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솎아내면서는 긴가민가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다시 보니 살아남은 것들은 두 배는 튼튼해져 있었습니다.
싹이 트는 것보다 본잎을 보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씨앗을 심고 나서는 따뜻한 방 한 구석에 놓아두면 되었는데, 새싹이 난 후에는 직사광선도 쬐어 주어야 하고, 너무 춥지 않게도 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낮에 내내 집을 비우는 제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본잎이 나오고 떡잎이 떨어질 때쯤 화분에 심어 주려고 합니다. 꽃집에서 파는 작은 화분 정도가 될 때쯤이면 이미 여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크기가 작고 더디 자란다고 해도, 씨앗부터 키운 것들은 다른 화분보다 몇 배는 더 정이 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