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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좀 다쳤군.”
두칠을 본 황원외가 근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 치명적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지만 두칠은 몸에서는 가슴 위 부분을 비롯해 세 군데에서 피가 배어 있었다. 두칠은 씨익 웃었다.
“용담호혈이 따로 없더군. 주모의 안위도 정확히 파악하기도 전에 발각되었다네.”
두칠은 어둠을 이용해 손가장으로 스며들었다. 이미 한 번 초혼령이 떨어진 곳이어서 그곳의 지형지물은 손바닥 보듯 알고 있는 터였다. 허나 곳곳에 은신해 있는 호위들이 많아 큰 변을 당할 뻔 했던 것이다.
“결국 주모의 안위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도망친 겐가?”
“내가 누군가? 다른 것은 몰라도 도망치는 것 하나만큼은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단언하지. 멀리서 주모와 서소저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네. 특별히 감금되거나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니라 보였네.”
“조대주는 만나보았나?”
“아무리 찾으려 해도 보이지 않았네. 그러다가 발각되어 쫓기느라 정신없었네.”
두 사람은 조국명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말을 끊었다. 풍철한으로부터 연락은 이미 받았다. 조국명은 왜 이 손가장으로 송하령을 데리고 온 것일까?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래도 용케 빠져나왔군.”
“이만한 게 다행이지. 불쑥불쑥 도검이 솟구치고 도대체 어디서 암기가 날아오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네. 헌데 풍대주는 언제 이곳에 도착한다던가?”
“이틀 정도 걸릴 것이네. 아무래도 이가장에서 뒤처리는 해놓고 떠나와야 할 것 아닌가? 아마 장형과 단사도 같이 올 거네. 더구나 무곡노인도 모시고 올 모양이네.”
그 말에 두칠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결국 검저유혼을 움직였단 말인가? 어떻게 초혼령 없이 그들을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영주께서 이미 풍대주에게 초혼령을 준 모양이네. 더구나 이번 적들의 공격은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네.”
“그 정도였나?”
“그 분들이 계셨음에도 이가장 자체가 무너졌다고 할 정도라네.”
“으음.... 아버님이 가만 계시지 않겠군. 검저유혼을 움직이려면 미리 상의라도 할 것이지...”
두칠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친이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검저유혼이 나타났음은 균대위와 비원 간 약속이 깨졌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비원에서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당장 신검산장은 비원의 근거지다. 신검산장의 장주 풍철영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내가 연락은 드려놓았네. 신검산장에 계신 분들이야 무슨 일이 있겠나?”
두칠은 여전히 ‘이게 아닌데?’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비록 형이지만 풍철한은 풍철영과 다르다. 그것을 못 믿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검저유혼을 상의 없이 움직였음은 부친을 비롯해 신검산장에 있는 전대 균대위의 인물들이 움직이도록 충동질하는 행위다.
“영주께서는 어떠신가?”
“그것은 나 역시 알 수가 없네. 영주께서 천마곡에 들어가신 것은 확실하네. 백렴이 천마곡에 들어서면서 연락을 준 것이니 믿을 수 있네.”
“그 뒤로는 연락이 없는가?”
“그래서 내가 일단 백렴에게 연락을 했다네. 주모께서 손가장에 와 있다는 사실도 알리고... 아마 연락을 할 수 없을 만큼 급한 일이 없다면 곧 백렴에게 연락이 올 걸세.”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어차피 풍대주 일행이 이곳에 도착하고 나면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네.”
황원외의 차분한 말에 두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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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일곱 명이 움직이고 있었다. 담천의를 비롯해 구양휘와 광도, 혜청도 있었고, 우교와 뇌정보주 편추덕과 그의 딸이었다. 한결같이 어둠과 같은 흑의를 걸쳤다. 복면까지 뒤집어 쓴 것이 양상군자(梁上君子)와 다를 바 없었다.
우교와 담천의가 앞장 서 길을 트고 있었다. 곳곳에 서 있는 경비나 호위들을 제거하는 것은 우교와 담천의의 몫이었다. 일을 벌이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아무리 계산해도 반 시진 이상 걸리면 이쪽이 위험해진다. 특히 화기를 장치하기 전에 발각이 된다면 일이 틀어진다.
이미 날려버려야 할 전각은 몽화와 충분히 상의해 정한 뒤였다. 다섯 개의 전각을 날려버리면 아마 제마척사맹 군웅들이 있는 위치에서 가려졌던 시야도 트이게 될 것이고, 상대는 화기의 폭발로 인해 당황하게 될 것이었다.
“..............!”
앞서 나가다가 우교가 오른손을 들자 일행의 움직임이 일제히 멈췄다. 어둠 속에서 담천의와 우교가 눈짓을 주고받았다. 미미하게 담천의가 고개를 끄떡이자 우교가 소리 없이 우측을 타고 돌았다. 동시에 담천의는 전각 아래로 스며들며 기단 아래에 몸을 숨겼다.
제마척사맹 쪽에서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경비는 그리 삼엄하지 않았고, 순찰을 도는 인원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아직 감지하지는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는 인원도 있을 것이다.
(우측 처마 아래 한 명이 숨어 있소. 순찰이 지나간 뒤에 처리하시오.)
폭발시키고자 한 전각이었다. 기단 아래서 세밀하게 살핀 결과 한 인물이 처마 밑에서 졸고 있는 것을 감지해냈다. 전음을 들은 우교가 기둥을 타고 올랐다. 하지만 그를 보고 있어도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몸놀림이어서 담천의는 내심 탄복을 했다. 역시 살수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되었소.)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우교의 전음이 들렸다. 도대체 어떻게 소리도 없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처리할 수 있을까? 담천의는 시선을 집중해 처마 밑을 바라보았지만 감시하던 인물은 여전히 처마 밑에 달려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몸이 약간 늘어져 있다는 것 뿐. 아마 소리 없이 죽인 후에 무언인가로 묶어놓은 모양이었다.
(광도형.....! 준비하시오.)
그러자 어둠을 가르며 광도와 뇌정보주 편추덕이 담천의가 있는 기단 밑으로 파고들었다.
(약속한 대로 정확히 일각 후에는 폭발시키도록 하시오.)
(알았네)
담천의가 기단에서 빠져 나오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양휘를 비롯해 나머지 인물들이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정해진 전각마다 한 명 한 명이 자리를 잡고 맨 나중에 우교와 편추덕의 딸이 마지막 전각에 무사히 스며들었다.
약속된 시간만 되면 점화하는 것과 동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아나야 한다. 머리 속으로는 수십 번 연습을 했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 모두 자리 잡은 것은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전각에서 굉음과 함께 어둠을 밝히는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콰---- 쾅! 우르르----
그것이 시작이었다. 거의 동시라 할 수 있는 시각에 나머지 네 채에서도 굉령한 폭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오르자 장내는 마치 대낮처럼 밝아졌다. 비명과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 비명소리를 뚫고 맹렬하게 달려가는 일곱 사람은 다행히 무사했다.
(제 97 장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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