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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인물들의 삶,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얻어야

두 작품은 각각 고려시대 말기와 광복 전후의 혼란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사회 변혁을 꿈꾸던 동시대 젊은이들의 좌절과 극복이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는 역동적인 대하사극이다.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와 이야기구조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쉬운 점은, 두 작품 모두 기존에 선보였던 전작들에 비해서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보였던 <신돈>은 MBC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화제작이었다. 고려시대 말기, 과감한 사회개혁을 주도했던 신돈과 공민왕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는, 방영 초반부터 대규모의 해외 로케이션과 스피디한 전개, 정치와 민중사를 오가는 퓨전사극의 매력을 보여줬다.

역사적으로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신돈의 삶과 자주적 개혁시도를 재조명하려는 의도는 신선했지만, 정작 신돈은 극 후반부가 되어서도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현실감있는 영웅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극 초반에는 카메라가 고려와 원나라를 분주하게 넘나들며 인물들간의 캐릭터를 설명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공민왕 즉위 이후로는, 혼란한 권력투쟁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구도에만 스토리가 매몰되어, 개혁이라는 테마 자체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것. 소신있는 개혁가와 속내를 알 수 없는 야심가를 오고가는 신돈의 캐릭터는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서울 1945>는 그동안 남한 중심으로 다루어진 국내 시대극의 한계를 벗어나, 해방 전후의 정치-사회상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려는 시선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극중 네 남녀 주인공을 둘러싼 멜로드라마와 사회상을 조명하는 이야기 구조가 하나로 맞물리지 못하여 느슨하다는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네 남녀를 둘러싼 4각관계의 극적 변화가 너무 비현실적인데다가, 혼란한 시대 배경이 대체로 남녀 주인공들간의 신파적인 이야기구조를 부각시키기 위한 배경 역할에만 머물러 있어서 아쉬움을 준다. 단순히 여운형-김구-이승만같은 실존인물들이 간간이 등장하고, 혼란한 시대상에 광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나온다고 해서 곧장 시대정신을 조명하는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 KBS
2% 부족한 배우들의 흡인력

또한 두 작품 모두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역시 극의 중심을 장악해야 할 배우들의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신돈>의 손창민 정보석 등은 모두 베테랑 연기자답게 손색없는 연기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연기력과는 별도로 배우들의 이미지가 오랜 세월 현대극에 익숙해진 탓인지, 드라마가 한참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사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민왕 역의 정보석은 개혁군주로서의 진취성이나 무게감보다는 왠지 가볍고 우유부단한 느낌만이 묻어나고, 손창민의 전형적인 사극 대사 소화나 표정 연기도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여느 시대극과 달리, 주연들을 받쳐주는 '감초' 역할을 해줄만한 조연 연기자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 드라마의 단조로움을 부채질한다.

이 점은 <서울 1945>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인 네 명의 젊은 남녀 배우들은 모두 사극 경험이 많지 않거나, 아예 없는 배우들이다. 내공의 차이는 조연들과의 무게감에서 갈린다. 주연들이 등장하는 장면보다, 오히려 박상면 김영철 고두심 홍요섭 같은 중견 연기자들이 등장할 때가 극의 무게감이 훨씬 살아난다.

주인공들은 모두 현대극에서는 건강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눈길을 끌었던 배우들이다. 그러나 <서울 1945>에서는 시대극의 무게에 짓눌린 듯 특유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종일관 어색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한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위한 노력과, 류수영이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평가할만하지만, 역시 한 편의 대하극을 이끌어가기에는 젊은 배우들의 내공이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점은, 비슷한 시대배경과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 제작 당시 주인공들의 연배가 이들과 비슷했던 <여명의 눈동자>와 비교해도 화면 장악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이제 어느덧 클라이맥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력만큼 아쉬움도 많았지만,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시대극으로 고정팬들의 지지를 받아왔던 <신돈>과 <서울 1945>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의 전개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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