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의 비밀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가 폭등의 배후에는 평당 수백만원씩 이득을 취한 민간 건설사들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이 1일 2000년 이후 전국 17개 택지개발사업지구(수도권 8개 지구)에서 공급한 228만평 약 8만 세대의 택지공급가격을 공개하면서 확인됐다. 그간 '땅 장사로 돈 번다'는 비판을 받았던 토지공사가 양심선언을 한 셈이다.
국토도시연구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토지공사가 공급한 택지지구 평균 택지비는 수도권은 평당 229만원, 지방은 74만원으로 수도권 평당 분양가 777만원의 29%, 지방 평당 분양가 498만원의 15%의 수준이었다.
따라서 아파트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를 제외한 비용(건축비, 부대비용, 이윤 등)은 수도권은 548만원, 지방은 424만원에 이른다. 이는 건교부가 정한 표준건축비가 2005년 3월까지 200만원대(2000년 211만원, 2002년 229만원, 2004년 288만원)임을 감안할 때 평당 수백만원의 이득을 취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또한 "땅값 상승 때문에 아파트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민간 건설업체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고 있다.
분양가 자율화의 악순환
구체적인 예도 있다.
2001년 용인 신봉동천 지구에 분양한 D사 33평 아파트 평당 가격은 542만원이었다. 1년 뒤 용인 죽전지구 E사는 34평 아파트를 평당 640만원에 분양했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D사에게는 택지를 158만원에 E사에는 165만원에 공급했다. 택지 가격은 7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분양가는 100만원이 올랐다.
고분양가로 논란을 빚은 용인과 화성 등의 5년간 아파트 분양가와 택지비를 비교해도 이 내용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제 용인 죽전, 용인 동백, 용인 신봉동천, 화성 동탄 등 4개 지구의 평균 택지비(평당 171만원~191만원)와 표준건축비(211만원~288만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분양가는 580만원에서 776만원으로 상승했다.
택지비는 평당 20만원이 오른 반면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그 10배에 해당하는 평당 2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문제는 분양가 자율화였다.
국토연구원은 위의 결과를 놓고 "주변 시세 위주의 분양가 책정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 상승 악순환 구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소지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일부 단지를 분양하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하남 풍산 지구가 그렇다. 토지공사가 공개한 이 곳의 평당 택지비는 434만원이지만 분양가는 평당 1230만원이다. 2004년과 2005년 분양한 화성 동탄 지구 평당 분양가 776만원과 비교해 평당 454만원이나 비싸다.
하남 풍산 지구의 경우 분양가에서 택지비를 뺀 가격이 796만원에 이른다. 판교 중소형(25.7평 이하)에 적용되는 건축비 341만원을 빼면 평당 455만원의 차익을 남기게 된다. 이를 33평에 적용하면 아파트 한 채 당 1억5000만원의 폭리를 취하는 셈이 된다.
이에 대해 건설업체들은 인건비 상승이나 고급 자제 사용을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설명은 궁색하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토목건축협의회 관계자는 "2003~2004년 이후 건설 기술자들의 하루 일당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 인건비가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토지공사의 공공택지 원가 공개 대해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김헌동 본부장은 "민간건설업체들이 싼 값에 토지를 받아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주변 시세에 따른 분양가 책정이 아파트 폭등의 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민간은 후분양제로 전환하고 공공택지는 공영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