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인기 리에 방영되었던 MBC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 에 등장했던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바로 이 책에 담겨있는 시의 일부이다.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이 시집도 꽤 많이 팔린 것으로 기억한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이 책을 '부담 없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구입했는데, 이제야 책장에서 꺼내들게 되었다. 시를 읽기 위해서는 소설이라든가 에세이 같은 산문을 읽을 때와는 다른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느껴져, 펼치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우선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며, 주변에 방해하는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간에서 '감상' 해야만 할 것 같은.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시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마주해도 좋을 것 같다. 한 편 한 편이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 봐주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삶에 지치고, 사람에게 상처받아 기댈 곳을 찾고 싶었던 내게, 이 책은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조언을 해 주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여인숙 - 잘랄루딘 루미' 본문 중에서.
눈물 맛, 좌절의 맛, 슬픈 사랑의 맛, 아름다운 희망의 맛.. 갖가지 향신료가 골고루 들어간 시들은 읽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막 - 오르텅스 블루' 본문 중에서.
소통의 부재(不在).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갈수록 각박해진다. 나 역시 칸막이로 나뉘어진 학교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기에 바쁘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음악소리에 빠져든다. 나이가 들수록 소통이 어렵고, 상처가 두려워 또 한번 걸어 잠근 마음의 문이 두텁다.
하지만 이 책을 한장 한장 살포시 넘기다 보면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 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다치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사랑과 믿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