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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봄빛 선명한 치자염색
ⓒ 한지숙
더디 흐르는 봄, 오랜만에 바람도 잦아들고 하늘은 더없이 맑다. 시골 산자락의 아침저녁은 아직 춥고 바람도 거칠지만 겨우내 멈칫거린 염색을 시작하기에 좋을 만큼 한낮의 봄볕은 정말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개인적인 일들로 많은 양의 염색은 할 수 없어도 말간 볕 아래 바람마저 잔잔한 날엔 조각조각 다양한 물들이기에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는 때이기도 하다.

▲ 늦여름에 갈무리한 치자열매
ⓒ 한지숙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여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에게 선물할 것과 본인이 쓸 스카프를 고르다, 사진으로 보이는 색상에 자신 없다며 도움을 청하는 전화였다. 몇 가지를 예로 들어, 염료에 따른 색상의 변화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설명하고 이것저것 권하다 보니 그 동안 몇 가지 재료로 염색을 해본 분이었고, 염색에 관심도 많음을 알게 되었다.

"여기가 시골하고도 한참 더 깊숙한 시골이라 주변에 있는 풀과 나무들로 염색을 해보고 싶어요."

▲ 애기똥풀, 줄기를 꺾으면 노랑 유액이 나와 '젖풀'이라고도 하는데 독성이 강하므로 먹지 않아야 한다.
ⓒ 한지숙
1년에 두 차례 100여 명 남짓의 전교생과 염색체험의 시간을 갖는다는데 선생님의 학급은 열두 명. 황토를 이용한 물들이기는 이미 해보았고 요즘은 쑥과 애기똥풀이 지천에 널렸으니 이런 재료들로 염색을 하여 아이들의 방석을 만들 예정이라며 조심스레 조언을 구한다.

주변에 광대나물이며 쑥, 애기똥풀이 널려 있고 광대나물과 애기똥풀로는 한번도 물을 들여보지 않아 나로서도 두 가지 염료에 부쩍 관심이 많은 참이다.

▲ 후매염으로 석회와 철에 물들인 오배자염색
ⓒ 한지숙
얼마 전, 황색계의 황련염색을 하며 '염기성염료'[분자 속에 염기성의 원자단(原子團)을 가진 수용성의 염료를 이르는 말. 선명한 색조, 진한 농도의 염료이지만, 햇빛이나 마찰에 견디는 힘(견뢰도)이 약함]에 관한 설명을 듣고 새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주로 면에 물들이길 즐기는 나로선 견직물에 물들이기보다 쉬운 작업이 아니고 과정도 복잡한 만큼 염색의 깊이와 어려움을 점점 실감한다.

▲ 후매염 백반과 철에 물들인 오배자염색
ⓒ 한지숙
초등학생들과 나누는 염색 체험학습이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빛깔의 선명함과 염료에 물들어 가는 과정을 느끼는 시간이라 같은 황색계 염료인 '치자염색'과 보랏빛 '오배자염색'을 권했다.

견뢰도는 약하나 진한 노랑으로 물드는 모습이 매력적이라 대부분의 염색 수업에서 우선으로 선택하는 염료 치자, 백반엔 미색으로 반응하나 철가루에 보랏빛으로 드러나는 오배자, 특히 녹슨 못을 이용한 철매염을 해보겠다는 뜻을 비쳐 재래의 방법으로 노력하는 모습까지 느껴져 고맙기까지 했다.

▲ 초여름, 치자꽃의 그윽한 향기
ⓒ 한지숙
자연에 널린 것들로 자연과 더불어 물들어 가는 것, 내가 자연염색을 시작하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는 부분과 생각이 맞아떨어진, 썩 유쾌한 인연을 맺은 날이다.

덧붙이는 글 | 물들이기 좋은 계절, 봄입니다. 자연에 어우러져 자연에 물들기,염색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조간경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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