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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5·31 지방선거 특별취재팀 부산지역 시민기자 4명이 이번 지방선거에 첫 출마하는 정치신인들을 만났습니다. 첫번째 순서는 풋고추 장사를 하다 기초의원에 도전장을 낸 열린우리당 김태수 후보입니다. 이후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무소속 정치신인에 대한 인터뷰가 차례로 이어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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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을 하면서 생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은 후보자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대부분의 후보자는 선거에 '올인'하기 마련이다. '대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아예 휴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아예 생업을 접는 후보자들도 적지 않다. 선관위 취재결과 부산지역 기초의원 출마자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생업에 종사하며 기초의원에 출마한 후보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부전시장'을 찾았다. 4월 29일 오전 8시. 이른 시간임에도 좋은 물건을 고르기 위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그 틈 속에 노란색 옷을 입고 풋고추를 봉지에 담느라 손놀림이 분주한 열린우리당 김태수 기초의원(부산진구 다 선거구) 후보가 보였다. 선관위에 등록된 그의 직업은 '시장상인'. 그는 지금도 생업과 선거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재래시장 풋고추 장수 8년, 구청 행정에 답답함 느껴
부전시장에서 8년째 풋고추를 팔고 있는 김 후보. 그는 IMF 외환위기 사태로 당시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자 시장으로 뛰어들어 활기차게 살았다. 시장 청년회와 번영회 등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청 행정에 답답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구의원이나 구청장에게 불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지난해 12월이었다. 시장 부근에 있던 병무청이 이전 계획을 발표하자 상인들은 재래시장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부지 활용 기대로 잔뜩 부풀었다. 그런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지를 사들이기로 했던 구청이 갑작스럽게 거부의사를 밝혀 왔고 상인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당시 그는 시장에 속한 다섯 개 번영회의 의견을 모아 '옛 병무청부지, 주차장 및 주민편의시설 건립추진위원회' 설립을 주도하며 백방으로 상인들의 서명을 받았다. 결국 부지는 상인들을 위해 쓰였지만 그때 구청 행정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말한다.
"구청은 재래시장을 살리겠다고 늘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도움을 줄 기회가 생기면 나 몰라라 하더군요. 지역 구·시의원들은 상인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한 일을 마치 자신이 한 일인 양 홍보하고 다니고…."
'우리 동네를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지역 청년회 회원으로 독거노인의 집을 고쳐주고 찬거리를 대신 준비해주기도 했지만 봉사활동만으로는 지역을 변화시키는 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럴 때마다 '내 손으로 직접 바꾸고 싶다'는 갈증을 많이 느꼈다"라고 말했다.
"정치인 아닌 '일꾼' 되고 싶다"
그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거리 촛불시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때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열린우리당에 가입했고 부산시당 부산진구 청년위원장을 거쳐 이번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그가 열린우리당 예비후보로 나온다고 했을 때 상인들은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단다.
"시장 내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많습니다. 시장은 경기를 직접 느끼는 곳이라 경기가 좋지 않으면 대통령부터 탓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부전시장은 4000여 점포가 밀집한 큰 시장입니다. 안면이 없는 상인들한테는 열린우리당 후보라고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선거 운동 때문에 바쁜 요즘, 그는 오전과 저녁시간에만 가게를 나온다. 그 외 시간은 식구들이 장사를 도맡는다. "선거운동만 죽기 살기로 해도 모자랄 판국에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시장에서 사람들과 직접 부대끼는 것이 바로 '생활정치'라는 것이다. 시장 구석구석의 불편을 자신이 직접 깨닫고 실천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쓸 수도 있지만 사무소에 앉아서는 지역문제를 챙길 수 없다"면서 "특히 생활과 가장 밀접해 있는 구의원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의원 선거에 나설 김 후보의 관심은 '쓰레기봉투'에까지 닿아 있었다. 쓰레기봉투는 실제로 구청의 수익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쓰레기봉투 가격도 구의원이 정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부산진구가 다른 구에 비해 봉투 값이 비싸요. 그런데 구민들은 그 이유를 몰라요. 또 구청 예산을 어떻게 쓸 건지 결정하는 조례도 꼼꼼히 잘 만들면 많은 구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자기 역할에 충실하지 않은 구의원이 많은 거죠. 사람을 바꿔야 합니다."
한나라당 '텃밭' 부산, "그래도 희망은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부산은 한나라당 '텃밭'이다. 부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많은 예비후보자들도 '인물 중심' 전략으로 정당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명함 앞면에 정당 로고를 없애거나 노란색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는 같은 지역에서 시의원으로 출마한 후보와 사무소를 함께 쓰면서 열린우리당 이미지를 숨기지 않았다.
"어느 지역보다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었던 지역 구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고 지난해 부산시 재산등록 공개대상자 중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인물이 시의원 후보로 나오는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우리당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죠."
"마지막 일주일 동안 벼락치기로 운동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유권자 중 20~30%는 부산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지역 분위기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만족해줄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꾸준히 만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후보라 생각하고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까요?"
일각에서 시장상인이 무슨 정치를 하겠느냐며 업신여기기도 했다. 그도 처음에는 '고추장수'를 전면에 내세울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구의원은 정치인이 아니라 '일꾼'이다. 거짓말을 일삼던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게 무엇보다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자질 또한 조직이나 돈이 아닌 '의지'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추장수' 또한 기존의 틀을 깬 친근감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선택의 기준을 바꾸면 세상이 바뀝니다. 이번 선거가 그동안 정치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불신을 말끔히 씻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유권자들이 당선자에게 큰 실망감을 느낄 때가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 정치세계에 입문해 활동하는 모습을 대조해 보며 늘 뒤통수 맞는 기분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짓말하지 않는' 농산물인 풋고추를 8년째 팔아오던 풋고추 장수가 정치신인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상인들의 해묵은 불만과 열악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정치 후보자 김태수. 선거 당락과 상관없이 언제나 그의 '무대'는 부전시장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수원 기자는 5·31 지방선거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구성한 '<오마이뉴스> 지방선거 특별취재팀' 소속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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