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놋젓가락 나물입니다. 백운산 근처의 주민들은 그냥 놋저까치(젓가락의 사투리) 라고 부릅니다.
놋젓가락 나물입니다. 백운산 근처의 주민들은 그냥 놋저까치(젓가락의 사투리) 라고 부릅니다. ⓒ 이종혁
채취한 나물을 풀어놓고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을 구분하고 있는데, 마을 할머니께서 올라오셔서 구경을 하십니다.

"아이고~ 많이도 캐 왔구만 이게 다 무어꼬?"하시길래 "할머니~ 나물들 이름좀 알려주세요" 하고 조르니 즐겁게 부탁을 들어 주십니다.

노젓까치? 놋젓깔치? 여러 번 이야기 해 주시는데도 정확한 발음을 받아 적기가 힘듭니다. 놋젓가락 나물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선생님께서는 "굳이 정확한 발음으로 들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들리는데로 표현해 보세요"라고 하십니다.

비비추를 부를 때는 '배배추'라고 하십니다. 못 먹는 풀이 나오면 "이딴 것 머할라꼬 가지왔노" 하시면서 옆으로 휙 던져버리시니 금방 웃음바다가 됩니다.

둥글레. 이 지역에선 맛 좋은 나물이 풍부해 둥글레를 먹지 않습니다. 덕분에 둥글레 군락이 많았습니다.
둥글레. 이 지역에선 맛 좋은 나물이 풍부해 둥글레를 먹지 않습니다. 덕분에 둥글레 군락이 많았습니다. ⓒ 이종혁
맛있는 나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비교적 맛없는 나물은 흔하게 남고 맛있는 나물만 주로 채취한다고 합니다. 당연한 이야긴가요? 나물이 많이 나지 않는 지역에서는 맛이 비교적 떨어지는 나물도 많이 채취한다고 합니다. 둥글레를 먹는 지역도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전혀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숲에 둥글레 군락이 많았습니다. 조금만 둘러보면 취나물, 참나물 들이 많으니 자연스레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추잎을 닮았다고 해서 '고추나물'
고추잎을 닮았다고 해서 '고추나물' ⓒ 이종혁
나물이름은 그 모양새로 지어지기도 하고 맛 때문에 지어지기도 합니다. 쌀밥 같다고 해서 이밥나물, 콩이 올라오는 모양을 닮아 콩대가리, 까마귀 발을 닮은 까막발, 놋젓가락을 닮은 놋저까치, 메밀을 닮은 메밀나물, 노루귀나물, 무우나물, 고추나물에 갈퀴나물, 호미를 닮았다 해서 호망취 등 이름 짓는 조상님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산미나리. 먹어보니 미나리 맛이 납니다.
산미나리. 먹어보니 미나리 맛이 납니다. ⓒ 이종혁
미나리 맛이 나는 메밀나물, 생강맛이 나는 생강나물. 음.. 더 말씀드리려면 공부를 좀 더 해야 할 것 같네요.

선생님은 "하늘은 세상에 모든 생명이 먹고 살 만큼 풍족한 먹을거리를 주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전에 배고플 때 우리 조상들이 산에 의지하고 들에 의지해 굶지 않고 살았던 것도 나물이 있었기 때문이라시며 "산에 들어가면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산나물을 잘 모르는 요즘 사람들이 들어가면 좀 곤란하겠지요? 앞으로 식량위기나 에너지 위기가 오면 어떻게 살아가나 싶었는데, 산나물을 제대로 배워두어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워도 뒤돌아 보지 말자~ 노란 '꽃다지' 입니다.
그리워도 뒤돌아 보지 말자~ 노란 '꽃다지' 입니다. ⓒ 이종혁
"모든 산들이 울창할 필요가 있을까요?"하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산이 너무 울창하면 나물들이 골고루 자라지 못해요, 옛날에는 사람들이 사는 근처에는 숲이 많이 울창하지 않았어요. 땔감도 해야하고 나물도 캐 먹었어야 하니까요" 조금 덜 울창하고 나물이 풍부한 산도 좋다는 말씀이십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김치나 다른 음식에 고추역할을 했다는 '제피'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김치나 다른 음식에 고추역할을 했다는 '제피' ⓒ 이종혁
근처의 숲에는 제피도 많았습니다. 어떤 분이 '산초'가 아니냐 물어보니 '산초와 제피는 다른 것이다"고 정리해 주십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500여년 정도 되었다고 보는데 그전에 매운맛을 낼 때 고추역할을 한 것이 이 '제피'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산나물 강좌에 참여했던 분들의 짧은 소감을 전하며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산나물을 접하고 이야기를 듣게 되면 지면을 통해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각시의 치마폭을 닮았다고 해서 '각시나물'
각시의 치마폭을 닮았다고 해서 '각시나물' ⓒ 이종혁
"집에 와서 정리하고 자려고 누워 눈을 감아도 뇌는 낮에 보았던 쑥과 갖가지 나물들의 모습들이 파노라마를 이루어 한참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한번 간 제가 그런데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분(울 신랑도 포함)들은 죽을 때까지 자연을 옆에 끼고 살겠습니다. 정말 값지고 좋은 체험이었습니다."

식용보다는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염색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꼭두서니'
식용보다는 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염색의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꼭두서니' ⓒ 이종혁
"집에 오는 길에 산옆을 지나게 되자 남편이 그럽니다. '차 세워두고 산에 함 올라가 볼까?'"

"발길에 채여도 아무 관심없이 지나치던 낮은 풀들이 우리 입 속에서 맛난 나물이 된단 사실에 마치 마술쇼를 보기라도 한 듯 신기했습니다. 나물을 뜯다 보니 내가 먹지 못하는 다른 풀들에게도 눈길이 가게 되고, 내 입에 들어가는 나물이라도 최대한 뿌리를 살려서 먹을 만큼만 가져가야지 하는 마음에 조심스러워 지더군요."

쪽박나물
쪽박나물 ⓒ 이종혁
"어제 밤, 졸린 눈을 치떠가면서 데쳐둔 나물들을 가지고 어제 우리가 맛나게 부쳐 먹은 나물전이며 쑥전을 흉내내서 오늘은 부침개를 부쳐볼 생각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그렇게나 많은 나물들을 뜯은 일도 좀 뽐내고 다른 분들에게도 살아 있는 봄 맛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모양새를 본따 이름 지어진 것이 많습니다. '이밥나물'
모양새를 본따 이름 지어진 것이 많습니다. '이밥나물' ⓒ 이종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