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전문지 인텔리전스 5/6월호에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학업 성적이 더 뛰어난 이유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벤더빌트대 연구팀은 2~9세 8000명을 대상으로 문제풀이 속도를 중심으로 남녀 성적차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유치원에서는 남녀간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초·중·고를 거치면서 여학생이 월등히 빨라지고 대학생이 되면 다시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남녀 지적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제한된 시간에 문제를 푸는 능력에서 격차가 생겼다고 한다. 특히 10대를 전후해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능력이 뛰어나 초·중·고에서 여학생 성적이 앞서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통념과는 다르게 언어능력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도 매번 시험마다 통계를 내고 있는데 늘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얻었다. 올해 치렀던 17회 시험에서도 여학생은 평균 123.03점을 얻은데 비해 남학생은 117.38점을 얻었다. 121점부터 5급 인증서가 나가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평균 5급을 얻은데 비해 남학생 평균 점수는 무급에 해당한다.
벤더빌트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학생이 여학생이 언어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하고 국어능력인증시험(KET)는 언어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며 공부한 지식이 아니라 잠재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남학생에게 유리한 시험일수도 있다. 하지만 국어능력인증시험(KET)은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여학생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실제로 필자가 시험 감독관을 한 경험에서도 여학생들은 시간 안에 답안을 작성한 반면 남학생들 중에는 시간이 모자라 문제를 다 풀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학생들이 성적이 좋은 것이라는 전제에 주목하자. 조사 결과처럼 능력 자체는 남학생이 더 뛰어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교육과정은 그 능력을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성적이라는 결과로 봐서는 여학생들이 강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리라.
최근 공무원 선발이나 각종 고시에서 여성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역시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 푸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2004년의 경우 사법시험, 행정고시, 외무고시, 기술고시,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그리고 감정평가사에 이르는 이른바 8대 고시 수석을 모두 여성이 차지한 바 있다. 또 73:1이라는 경쟁률을 보였던 2006년 대구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결과를 보면 합격자 233명 가운에 여성이 61.4%를 차지했다.
물론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 푸는 능력 하나 만으로 여학생 성적 강세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다른 연구진들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에 비해 컴퓨터 게임 등에 빠져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제시했는데 이것 역시 우리 학부모들도 많은 부분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남학생을 두고 있는 학부모라면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좀 더 신경을 써서 지도해 보는 것은 어떨지. 초등학생의 경우는 집에서 공부를 봐 줄 수 있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등학생까지는 공부 습관을 교정하기 좋다고 하니 시간을 정해 과제를 수행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해보자. 또 컴퓨터 게임에 너무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컴퓨터를 거실에 놓는다거나 어른들도 고스톱 같은 무의미한 컴퓨터 사용을 자제하여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면 어떨까.
여학생이라면 강점을 더 살릴 수 있도록 시간 안에 문제 푸는 능력을 강화해서 스스로 시간 관리 할 수 있는 학생이 되도록 도와주자. 또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능력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진로지도를 할 때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시간이 중요한 변수가 되는 시험을 통해 채용되는 분야에 도전하도록 조언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일종의 자체 여성 가산점을 얻는다는 셈치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저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민기자 개인의 견해이며 제가 속한 단체의 공식 견해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