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하시겠습니까?>는 신월중학교 학생들이 쓴 단편소설을 엮은 것이다. 모두 열 편의 단편으로, 한 학교 학생들이 쓴 것이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학생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 속엔 잦은 전학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고, 권력의 서열화로 치욕을 당하거나 당당히 맞서는 아이도 있다.
또 가정불화로 엄마와 헤어진 아빠가 밉다고 했지만, 사실은 미워할 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는 작품도 있다.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워서 컴퓨터를 찾는다는 아이, 공부만 하라고 잔소리 하는 부모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은근슬쩍 떠보고 아이도 있다.
이 책은 엮은 선생님은 아마 아이들의 그런 고민을 짐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작품화하면 그 어떤 소설보다 현장감 있는 작품이 탄생할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다음은 선생님이 털어놓은 마음이다.
"처음에 중학생들과 소설을 쓴다니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시답잖은 눈치였다.
'소설? 겨우 코흘리개 면한 것들을 데리고 ? 괜한 고생이지.'
그러나 나는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번뜩이는 열다섯, 열여섯 시절. 얼마나 은밀하며 한편으로는 얼마나 혼란스런 나이인가. 존재감을 위한 자기 번민으로 가슴은 또 얼마나 터져 나갈 듯한가. 그런 가운데 한 부분이라도 소설로 옮겨낼 수 있다면 완성도에 상관없이 참으로 흥미진진한 터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런 타이틀로 글을 쓰자고 주문했다.
- 당신들이 중딩을 알아?
과연, 아이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학교는 아이들의 인성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책에서 아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놀이문화이다. 요즘 아이들의 학교생활 중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친구관계와 놀이문화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단순히 지식만 얻으려고 한다면 도서관을 찾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학교에서도 전인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을 들여다보면, 교과에서 배우는 내용과 생활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성교육에서 학습과 생활이 분리된 현상에 대해 학생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이나 부모들조차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더 큰 문제이다. 청소년은 친구 관계를 통해 인격이 형성해 나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다양한 성향의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론 교육에 치중하거나 형식적인 봉사활동 따위만 하고 있다.
학교는 이제 아이들의 인격형성을 가정이 책임져야 할 문제로 여겨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인성에 문제가 발견된다면 학교도 일정 부분 책임을 느껴야 한다. 부모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이 선생님이다. 그들은 부모보다 선생님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인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아이들 인성교육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일년에 한 가지씩만 인성교육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지도한다면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학교가 학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렇듯 학교생활을 통한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바른 가정교육을 시킨다 해도 학교를 가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으려면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체해야 한다. 때론 친구를 배반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 세계다. 그런 그들에게 얻어맞더라도 비굴해지면 안 되고 바른 언행만을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이처럼 학교에서 생기는 문제는 학교에서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너희들이 무슨 걱정이 있겠냐고?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를 보면서 청소년들이 저항하기 힘든 사회구조에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사이버 세상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 내부에선 현실의 것들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현실로부터 소외시키는 또 다른 요소는 미래이다.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현재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도 현재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도 사이버가 아닌 현실을 살아 갈 수 있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성숙한 사회를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사이버라는 극히 한정된 놀이 공간이다. 그마저 어른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외로워서, 다른 놀이가 없어서 라고 한다. 정말 그럴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학원을 다니느라 바쁜 친구나 형제를 대신하고 직장 다니는 부모를 대신해 놀아주고 대화를 해주는 것이 컴퓨터가 아닌가. 더욱이 그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권한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는 물론이고 학원에서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획일적인 학습을 제공받는다. 이런 학습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거나 자율적인 학습의지를 발현시킨 수 없게 한다. 그런 그들이 가상의 트랙을 떠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그 안에서 숨겨진 욕망과 힘을 발산한다.
이제 사이버 세상은 청소년들에게 유일한 놀이 공간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사이버 상의 언어를 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현실 세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그들의 현실 속의 번뇌가 <로그인 하시겠습니까?>에서 잘 드러난다.
청소년이 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성에 있다. 기성세대가 쓴 청소년 소설의 경우 옛일을 추억한다든지, 요즘 청소년의 마음을 추측해서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현장성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언어로 자신들의 문화를 표현한 청소년 소설을 따라 갈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로그인 하시겠습니까?>는 그 누구보다도 청소년들이 반가워할 작품이다. 어른들도 자녀들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청소년이 쓴 소설이라 소재가 단순하고 사유의 깊이가 얇다. 그러나 중학생이 시도한 소설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상황 전개나 전체 구성 면에서 소설적 테크닉을 보이기도 해 대견하다. 상황이나 심리 묘사도 차분히 잘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쓰는 언어에서 경쾌함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어른들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보면 ‘학창시절이 가장 좋은 때다’라든가, ‘너희가 무슨 걱정이 있겠냐.’고 한다. 그러나 나의 학창시절은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좋은 때였는가, 그렇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 지나고 보니, 학창시절 고민들이 시시해 보이는 것뿐이지, 당시 겪었던 고통의 무게를 저울로 달아본다면 지금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했기에 조금은 여유를 갖게 될 수 있다.
또 나이가 들면서 오래된 사진이 빛을 바래듯, 어릴 적 통증의 강도가 옅어진다. 거기에 고운 빛을 덧칠하여 당시의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실과 다르게 '그 때가 좋았어.' 라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겪었던 청소년기의 아픔의 강도를 다시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청소년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 책은 좀 가볍게 시작했지만, 이런 시도를 계속하다 보면 점점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기성세대와의 소통도 원활해지리라 본다.
덧붙이는 글 | 로그인하시겠습니까? / 신월중학교 강학준 외 지음 / 이상대 엮음 / 아침이슬 펴냄 / 쪽수 214 / 값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