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입담으로 유명한 KBS 야구해설위원 하일성(57)씨가 8일 제11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으로 선임되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병마 싸워 이긴 그의 이력은 마치 9회 말 역전 홈런을 날려 우승한 야구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KBO 사무총장으로 선임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하씨는 병마와 싸운 뒤 아스피린 광고에 출연한 바 있다. 아스피린은 그동안 단순히 진통과 해열제로만 알려졌지만 하일성씨의 CF로 심장병,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부터 암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씨는 '정말 몰랐다니까, 어휴- 그때만 생각하면…, 예방 중요한 건 백 번 천 번 강조해도 모자란다고…' 하면서 광고 속에서 심근경색 예방을 강조한다. 그는 함께 조깅하던 친구에게 4년 전 아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며, 심근경색에 도움을 주는 '아스피린'의 장점을 설명한다. 이 광고는 하씨가 실제로 병마와 싸운 체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1월 방송 녹화 도중 갑자기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고, 2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받고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이후 2004년에도 종양이 발견되어 과거에 앓았던 심장병 재발을 막기 위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도 얼굴 살이 많이 빠진 하씨는 심근경색 수술 이후 규칙적인 운동, 식사조절, 금연 등을 통해 20㎏이나 체중을 줄였다는 후문이다. 또 그가 광고한 '아스피린' 제품을 실제로 복용하고 있어 그 역할과 효능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아스피린은 심장병 등의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심장 돌연사 등의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을 위해 누구나 아스피린을 먹어도 유효한 것일까? 경북 구미 강심내과 서영배(38·심장전문의·의학박사) 원장의 도움말을 얻어 아스피린의 효능과 하일성씨의 투병에 대해 알아봤다.
아스피린은 왜 아스피린일까?
기원전 5세기경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껍질에서 해열과 진통에 효과있는 '살리실산'이라는 즙을 발견해 사용했다. 하지만 '살리실산'은 냄새가 지독하여 구토를 일으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1897년 독일 바이엘사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은 '살리실산'에 구토를 억제하는 식초성분을 가미해 단점을 보완하고 아세틸기를 붙여 합성한 '아스피린'이란 신약을 개발했다. 식초성분인 아세트산(Acetic acid)의 'A'와 버드나무 학명(Spiraea)의 앞글자 'Spir'를 따 이름을 지은 '아스피린(Aspirin)'은 이후 '해열과 진통제의 대명사'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1978년 아스피린은 발열, 통증, 염증의 원인이 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란 물질 생성을 억제하고, 아스피린을 복용한 환자들이 출혈이 쉽게 되고 지혈이 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이는 혈액 속에 있는 혈소판의 기능을 억제하여, 혈전(피 속의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는 것=피떡) 생성을 방지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로 인해 아스피린은 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해 뇌졸중·심근경색·협심증 등을 예방하게 되어 '만병통치약'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아스피린, 만병통치약 아냐... 적당량 복용 권장
아스피린의 사용량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돼 왔지만 최근에는 혈전 방지를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20.3mg에서 325mg 정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일 100-200mg 정도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량이다. 그러나 아스피린에 대한 과민반응, 위장관 출혈의 기왕력, 기관지 천식, 출혈성 경향이 있는 경우에는 복용하면 좋지 않다.
아스피린을 복용한 6% 정도가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위장 질환이 많기 때문에 아스피린을 복용한 후에 속쓰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간혹 위장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스피린을 대부분 적은 용량으로 사용하고, 위장 보호를 위해 특수하게 코팅된 '장용정'으로 복용하기 때문에 위궤양 출혈 등의 부작용은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한다.
건강한 사람도 아스피린을 먹으면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을 막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이와 무관하게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력 등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에서는 뇌졸중과 심근경색증의 발생률이나 사망률을 현저히 감소시킨다고 한다.
당뇨병에 있어서도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비만증 등 심혈관계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아스피린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판단하여 무작정 복용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BO 사무총장 하일성과 미 영화배우 '할리 베리'의 공통점은?
하일성씨의 병력과 그의 투지는 지난 2002년 흑인 여성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국의 영화배우 '할리 베리(Halle Maria Berry)'와도 닮은 점이 있다. 그녀는 수상 소감에서 '당뇨는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과 의지력을 심어준 커다란 선물'이라고 말해 수많은 당뇨병환자들에게 병마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41세의 불혹의 나이에도 탄력있는 몸매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그녀는 선천적인 제1형 당뇨병환자였다.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서, 촬영 도중 수차례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한 그녀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투혼을 불사르는 연기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것이다.
하일성씨가 병마와 싸워 이겨낸 일은 실로 눈물겨운 것이라고 서영배 박사는 말한다.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그는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관상동맥확장술 및 스탠트 삽입을 받았다. '스탠트(금속그물망)'라는 물질을 혈관에 삽입하면 30%가 혈관 재협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는 아스피린을 포함한 심근경색에 대한 치료약을 평생 복용하고 살아야 한다.
하일성씨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루 2-3갑 피우던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적극 개선해 나갔다. 고혈압,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 그를 괴롭혔던 병들과 당당히 맞서 싸우기 시작하며 '심근경색이라는 병이 오히려 9회 말 투아웃에서 역전의 홈런을 날릴 수 있다는 불굴의 투지를 심어준 커다란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병이 찾아왔을 때 병마를 피해가거나 낙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이겨낸 하일성씨. 그에게 KBO 사무총장은 결코 우연하게 찾아 온 행운이 아니라 투혼을 불사른 인간승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