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타고 가서 마켓에서 모든 것을 구입하는 생활, 하루하루 무엇인가를 소비해야만 행복해지는 세상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책이 바로 <즐거운 불편>이라는 책입니다.
제가 이 책을 만난 것은 서울의 버스 터미널 근처 서점이었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서점을 찾는 것은 저의 오래된 버릇이죠. 이 책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제 눈에 들어온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 자체가 도발적입니다. '즐거운 불편'이라는 역설이 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죠.
'소비 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한 인간의 자발적 실천 기록'이라는 부제는 이 책을 흥미롭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천과 기록이라는 생생함이 무엇인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잔뜩 쏟아낼 것만 같았으니까요? 이 책의 주요 내용이 소비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인데요. 역설적이게도 제가 책을 소비하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소비에 대한 다른 생각입니다. 우리는 하루도 무엇인가를 소비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소비를 좀 줄이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질문합니다. 소비사회에서 소비를 줄이는 것이 곧 행복을 포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말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나 호로 파블로 같은 말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동물과 사람의 차이를 말하는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동물과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구분은 아마 "소비하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동물은 배가 고프면 먹이를 구하고, 집이 필요하면 집을 만들거나 구하지 사람처럼 돈을 주고 구매하지는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소비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 책이 바로 그 소비하는 인간에 대한 반론을 제기한 책입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직접 해보자! 그렇게 하는 것이 어쩌면 더 행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소비사회에서 돈만큼 중요하게 없습니다. 제가 처음 지리산으로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맨 처음 받은 질문이 돈은 어떻게 벌거냐는 것이었습니다. 시골로 내려가서 어떻게 소비를 유지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소비를 하지 않으면 돈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원시인이 아닌 이상 소비를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겠죠? 또한 소비를 줄여감으로써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 책은 소비를 줄이는 것을 즐거운 불편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를테면 전철 대신 자전거를 타고, 쌀을 사먹는 것 대신 직접 재배를 합니다. 텃밭에서 야채를 길러 먹고, 식기용 세제를 쓰지 않는 것 등입니다. 그가 실천한 자전거를 타거나 텃밭에서 야채를 재배하는 일 그리고 식기용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반찬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체하는 일 등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해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것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비와 행복의 관계입니다. 돈을 주고 사면 행복한가? 아니면 직접 만들었을 때 행복한가? 삶의 목표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보는 것입니다.
"편리함이나 안락을 제공하는 새로운 소비가 습관화되면, 그것을 끊을 때는 거기서 얻게 되는 안락의 몇 배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 소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고, 그 비용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쫓기게 된다. 그렇게 해서 뒤집어쓰게 된 버거운 굴레가 현대의 '풍요로움'의 실체가 아닐까? '풍요로움'이 강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 <즐거운 불편> 139쪽-
그가 처음에 실천했던 게 자전거 타기였습니다. 저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1년 정도 실천해 봤습니다. 지리산에 내려오기 전에 대전에 살 때도 자전거를 타고 편도 40분 정도 출퇴근을 했고, 지리산에 내려와서도 구례에서 하동까지 왕복 60km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습니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게 되면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헬스클럽에 등록하지 않아도 살이 스스로 빠지죠. 그런데 자동차를 타고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는 사람은 자동차를 타면서 소비를 하고, 헬스클럽에서 또 소비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얻는 것이 살을 빼거나 건강해지는 것인데요. 자전거를 타면 이 두 가지 소비를 하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하면서 드는 돈 만큼 돈을 벌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돈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일까요?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또 하나 주방용 세제 같은 경우 제가 직접 설거지를 할 때는 쓰지 않은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땐 어머니는 세제를 쓰지 않았거든요. 그때 세제를 쓰지 않아서 병에 걸려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설거지를 할 때 세제를 쓰지 않습니다. 기름때가 묻어 있는 경우는 합성세제가 아닌 직접 만든 재활용 비누를 사용합니다만 이것도 거의 쓰지 않는 편입니다.
결혼 후에 아내와 이 문제로 몇 번 논쟁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내도 세제를 쓰지 않습니다. 세제를 쓰지 않아도 그릇은 깨끗하게 닦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TV에서 보면 거품을 잔뜩 낸 다음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세제회사에서 세제를 써달라는 부탁이라도 받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는 일종의 투표 행위"라는 말이 이 책에 나오는데요. 자기가 어떤 상품을 소비하느냐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고 이것이 기업에게 하는 투표행위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환경오염물질로 만든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환경오염에 찬성하는 것이 됩니다. 수입 농산물을 구입해서 먹는 것은 곡물 메이저에게 찬성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 투표하는 마음으로 소비를 하자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읽기는 편안한 책이지만 읽고 나서는 편안하지 못한 책이죠.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삶은 선택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숲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마이니치 신문사의 기자를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또 다른 삶은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너무 익숙한 소비라는 문화에 대해 질문을 해보고 이런 소비 생활이 정말 꼭 필요한 것일까? 이런 소비를 계속 유지하면서 살 수 있을까? 지구는 이런 소비자를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 등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 폐기를 기본 구조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자본주의 최고 상품인 현대 도시가 일상적으로 제공하는 편리함과 소비에 대해 하나씩 거부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시스템에 얼마나 푹 빠져 살았는지 스스로 평가해 보는 것입니다.
소비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서 꼭 도시나 소비생활이 아니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지리산으로 떠나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자전거부터 시도해 보세요.
덧붙이는 글 | 당신의 거래가 세상을 바꿉니다. 참거래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