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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KBS/MBC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야말로 바람잘 날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방송사고와 선정성 논란으로 연예기사의 가십란과 인터넷 게시판을 채우기 바쁘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일수록 그에 따르는 유명세도 더욱 힘들어진다.

이번에 여론의 도마에 오른 프로그램은 지난 8일 방송된 SBS의 간판 토크쇼인 <야심만만>이었다. 게스트로 엄정화, 싸이, 최화정 등이 출연한 가운데 '이럴 때 내가 변태같다고 느낀다'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출연자들의 민망한 성적 농담이나 표현들이 여과없이 방송돼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청률·공공성,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널뛰기

<야심만만> 제작진은 방영 직후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기존의 연애 위주의 소재에서 벗어나 토크의 주제를 보다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대체로 방영 3년째를 넘기는 <야심만만>이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한계를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설정으로 메우려는 '꼼수'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선정성이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녀간의 연애심리를 주된 테마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연예인들의 가십과 사적인 경험담이 중심을 이루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최근 들어 자극적인 주제 선정과 일부 연예인들의 경박한 언행으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굳이 <야심만만>에만 국한된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야심만만>에서 지적되고 있는 병폐는 최근 인기 있는 대부분의 다른 주요 예능 프로그램에 그대로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K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 <상상플러스>는 최근 한 달 동안 도박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신정환을 4개월만에 은근슬쩍 프로그램에 복귀시킨 이후 이휘재의 손가락 욕설과 '땅거지' 발언 파문 등으로 잇달아 곤욕을 치르면서도, 정작 자성하는 빛을 보이는 데는 인색해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MBC의 일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돌아온 몰래카메라'는 해당 연예인들을 무리하게 속이기 위한 과정에서 막대한 제작비의 낭비와 작위적인 설정으로 억지 웃음을 끌어내려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적되고 있는 가학성과 홍보 일색의 게스트들에 대한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MBC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한도전'이나 KBS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SBS <일요일이 좋다>의 '둥글게 둥글게'같은 코너에서는 각각 게임 중에 박이나 '뿅망치', 공으로 얼굴 때리기 같은 가학적인 벌칙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물론 실제로 인체에 큰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라지만,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폭력적인 느낌의 벌칙들을 웃음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 KBS
또한 최근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영화 홍보 무대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평소 보기 힘들던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출연작이 개봉할 때쯤이면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에 게스트로 얼굴을 비친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고유의 정체성이 흐트러지고, 특정 배우나 영화에 대한 노골적인 홍보나 띄워주기로 변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시청률과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의 현실적 여건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편성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인기 예능 프로간의 시청률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와 더불어 지상파 방송사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이런 까닭에 제작진은 새로운 소재와 아이템을 개발하고, 대중이 선호하는 인기 MC와 게스트를 섭외하기 위하여 매주 피말리는 경쟁을 펼치며 혹사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능 프로그램 본연의 오락적인 기능과 방송으로서의 적절한 공익성까지 두루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요구를 감당하려다보니 결국 이러저리 치일 수밖에 없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잇단 논란은 그만큼 방송의 유명세를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인기가 떨어지는 프로그램일수록, 실수나 방송사고에 대한 지적도 적어진다. <상상플러스>나 <야심만만>이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청자들의 방송을 평가하는 잣대도 보다 엄격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모두를 백퍼센트 만족시키는 방송은 있을 수 없다. 방송은 방송대로 보면서도 뒤돌아서 욕하는 일부 네티즌들의 이중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 오락을 담당해주어야할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과잉 경쟁에 내몰리면서 점점 선정주의에 매몰되어가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준다.

더많은 볼거리와 공익성을 모두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날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현실적 여건상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열악한 제작 여건과 아이템 부족에 쫓기는 국내의 방송 제작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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