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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근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곧 100달러선도 무너지리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구 석유매장량의 한계도 주요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석유가 없는 시대,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지리산에서 친환경 농산물 참거래 운동을 펼치고 있는 조태용 기자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세요. 2028년 석유의 종말을 가상한 '석유 없이 사는 이야기'를 3편으로 나눠 싣습니다. <편집자주>
농촌마을의 이웃 공동체는 서로를 돕고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공동체 마을이 되었다.
농촌마을의 이웃 공동체는 서로를 돕고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공동체 마을이 되었다. ⓒ 조태용

댐도 농약도 사라지니 물고기가 돌아왔다

농촌마을의 이웃 공동체는 서로 돕고 이해하는 가장 완벽한 공동체 마을이 되었다.

마을은 공동체가 운영했는데 마을 운영의 첫번째 핵심과제는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행복이었다. 모든 것은 이것을 기초로 유지되고 선택되었다. 더는 더러운 물이 흐르는 하천을 보기 어려웠다. 마을에는 항상 깨끗한 물이 흘렀다. 누구 하나 물을 오염시키는 일을 하지 않았다. 물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석유 없이는 살아도 물 없이는 못 산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이미 천연자재로는 할 수 없는 소재 공업 이외에는 석유가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석유 제품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물은 매일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의 흐름을 방해하던 댐도 점점 무너지고 있어 물의 흐름은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에는 사라진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진 하천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변화되었다. 물고기들이 집을 지을 수 있는 수초들이 자랐고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게 되자 물고기들은 넘쳐났다.

식생활도 변해서 사람들은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생산되는 민물고기를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았다. 마을에는 사람들이 먹을 만큼의 충분한 물고기들이 넘쳐났다. 그 중에서도 논은 물고기들의 주요 서식처였다. 마을은 그대로 자연의 생명이 넘쳐 흘렀다.

광고 때문에 2~3배 뛰는 제품 가치, 참 이상하기도 하지

석유시대에는 주요 일간지 지면을 광고, 특히 부동산 광고가 차지했다. 지금은 이런 광고를 싣는 사람도, 이를 보고 물건을 선택하는 사람도 없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황토집을 저렴한 가격에 평생 임대하기 때문에 광고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석유시대에는 주요 일간지 지면을 광고, 특히 부동산 광고가 차지했다. 지금은 이런 광고를 싣는 사람도, 이를 보고 물건을 선택하는 사람도 없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정부가 황토집을 저렴한 가격에 평생 임대하기 때문에 광고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더는 소비가 미덕이 아니다. 소비는 최소화되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광고를 통해 판매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필요에 따라 생산되고 필요에 따라 소비되었다. 기업들은 현명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만을 만들었다.

소비자는 이제 소비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업은 환경과 인간을 고려한 제품을 생산했다. 그렇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었다. 소비자들이 더는 그런 상품에 현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특별한 차이도 없는 제품을 신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상품을 외면했다. 또한 이름만 보고 기업을 믿지도 않았다. 검소하게 사는 것은 최고의 가치가 되었다. 이른바 '검박'이라는 단어는 삶의 중요한 가치로 평가되었다. '검박'은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을 말한다.

사람들은 소비를 위해 더 많은 돈을 벌려 하지 않았다. 소비를 통한 행복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시대에는 상품을 대량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유지되었다. 또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광고와 판촉에 많은 비용을 들였다. 실제 제품의 가치는 광고를 통해 2~3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과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었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했고 소비자는 기업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어 후회하지 않는 쇼핑을 하기 위하여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 사람들은 더는 그런 소비를 하지 않는다. 소비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쇼핑보다는 산책을 더 선호했다. 사람들은 자연을 더 자주 찾았다. 밀폐된 공간보다는 열린 자연을 더 좋아했다. 운혁도 오후 3시에 농장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동네 공원을 산책하곤 했다. 공원에는 수업을 끝낸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았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독서를 하거나 다른 부모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행복했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행복했다.

지속 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사람들은 노력했다.
지속 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사람들은 노력했다. ⓒ 조태용
파리도 싫어하던 사람 똥이 이제는...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똥의 처리다. 과거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일반화되었지만 요즘은 똥을 수거하는 별도의 시스템이 가동 중이다. 도시에서 생산된 똥은 발효과정을 통해 농사에 이용된다. 똥은 발효과정에서 80도 이상 고온이 되기 때문에 유해 미생물은 대부분 사멸하게 된다. 발효를 거친 똥 거름은 농업에 중요한 비료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 똥을 거대한 똥배에 실어 서해와 동해에 버렸다. 똥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 금지되자 정부는 석유를 이용해 똥을 태웠다. 하지만 천연당이 집권한 이후 똥은 가장 훌륭한 거름으로 탄생했다. 사실 똥의 처리는 물 절약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인간의 똥은 거름으로 쓰기에도 부적합했다. 당시 시골에서는 "도시 사람들의 똥은 파리도 싫어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이것은 도시 사람들의 식생활이 환경 호르몬과 유전자 변형식품과 각종 화학조미료, 합성물질로 만든 음식이어서 파리도 싫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 시대의 종말 이후 사람들의 식생활은 가공 식품이 아닌 천연 식품으로, 육식보다는 채식을 선호하게 되었고, 화학조미료나 착색제·유전자 변형식품의 생산과 판매가 중지되었다. 결국 인간의 똥도 변한 것이다. 변한 똥은 좋은 거름으로 돌아왔고 똥은 순환되어 싱싱한 농산물이 되었다.

농업에 사용되는 자재들은 대부분 천연자재로 변화되었다. 천연 영양제가 일반화되었고 토착 미생물을 사용한 미생물 농업이 활성화되었다. 농약 역시 천연 농약이 사용되었다. 도시 가로수인 은행나무에도 천연 살충제로 사용되었다. 흔하게 보이는 소리쟁이는 천연 살균제가 되었다. 할미꽃 뿌리 역시 강한 살충제로 사용되었다. 제초제 사용은 법으로 금지되었다.

과수원에서 제초제를 뿌리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농부들은 과수원이 풀과 함께 공존할 때 나무들이 더 잘 자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풀은 과수원의 가뭄을 막아주고 지열을 높이는 것을 막아 주었다. 또한 풀 자체가 유효한 유기질 거름으로 바뀌었다.

농사에서도 풀과 공존하는 농업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의 대규모 단작 농업이 아닌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방식으로 전환되자 병에 걸리는 작물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천연 농약도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우려가 커 최소 사용량만 권장되었다.

안전한 농산물 먹으니 당뇨·고혈압·암도 안녕~

화학비료·제초제·농약에 기초한 석유농업이 종말을 고하자 안전한 유기 농산물이 시장에 넘쳐났다. 저렴한 가격에 안전한 농산물을 마음 놓고 먹자 사람들은 눈에 띄게 건강해졌다. 현대병으로 불리는 당뇨·고혈압·암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단지 자전거를 타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몰라보게 건강해졌다. 병든 사람이 줄어들자 의료보험 적자도 해소되었다.

수입 곡물 사료에 의존했던 축산업은 사료 공급이 어려워지자 대규모 공장 축산은 사라지고 소규모 가족 농장으로 바뀌었다. 그로 인해 고기는 생산량도 줄었고, 가격이 아주 높아 자주 먹기 어려웠다. 또한 지나친 육류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깊어지자 고기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먹지 않았다. 석유 시대가 종말을 고하자 육식도 종말을 고했다.

장끼 한 마리가 기자를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도망치는 중이다.
장끼 한 마리가 기자를 발견하고는 부리나케 도망치는 중이다. ⓒ 박정민
육식의 종말과 석유의 종말은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가져왔다. 국민은 이런 변화가 단지 10년 안에 찾아온 것에 모두 놀라워했다. 지속 가능한 석유 개발을 지지했던 기간에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얻은 경쟁력과 세계화, 그리고 석유로 대표되는 석유시대가 끝나면 우리는 풍요롭지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석유시대의 종말은 새로운 행복의 시대를 가져다준 것이다.

석유가 종말을 고하자 오존층은 다시 살아나 기후는 1950년대로 변했다. 겨울은 추웠고 여름은 더웠다. 봄은 봄다웠고 가을은 가을 같았다. 석유시대에 사라진 새들도 돌아왔고 아침은 새들의 활기찬 노랫소리로 시작되었다.

경쟁이 아닌 화합의 시대가 되었다. 환경이라는 가치는 인류를 하나로 묶어냈다. 환경은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실천은 생활에서부터'라는 말은 이 시대의 인류를 화합하게 하는 최고의 구호가 되었다.

우리의 생활은 변했다. 하루하루의 삶은 소박하지만 건강했고 검소하지만 궁색하지 않았다. 누구나 돈에서 자유로웠다. 석유 시대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사람들은 행복했다.

봄은 봄답고 가을은 가을답다, 참 행복하다

운혁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해마다 봄이면 밀려오던 황사는 중국이 사막화 방지를 위한 녹색정책으로 더는 불어오지 않았다. 하늘은 맑았고 거리는 자전거로 붐볐지만 사람들은 여유가 있었다.

오후 3시에 퇴근하는 운혁은 무인가판대에서 오늘 저녁에 가족들과 먹을 싱싱한 토마토를 구입했다. 장바구니의 붉은 토마토는 오늘따라 더욱 신선했다.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운혁의 자전거 바퀴는 오늘따라 더욱 힘차 보였다. 오늘 아침 읽은 '석유의 종말'이라는 기사는 행복을 주는 가장 기쁜 뉴스였다.

<3편으로 마칩니다>

덧붙이는 글 | 당신의 거래가 세상을 바꿉니다. 참거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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